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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62% 인상" 美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 노사 합의하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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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만에 파업 돌입한 ILA, 3일 만에 파업 종결
美 정부 압박 짓눌린 USMX, 62% 파격 임금 인상안 제시
지난해 마무리된 서부 항만 갈등, ILA 파업에 영향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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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혼란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미국 동부 항만 노조 파업이 일단락됐다.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노조 측을 지지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가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갈등이 봉합된 것이다.

ILA-USMX, 잠정 합의 도달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을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양측이 임금에 대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으며,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향후 6년간 시간당 임금을 62% 인상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노사 간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끝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노조는 앞으로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지만 미국해양협회는 6년간 50% 인상을 제시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의가 결렬되자, ILA는 1일 오전부터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 지난 1977년 이후 4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백악관 개입으로 사태 일단락

당시 ILA의 파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장 곳곳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ILA 파업으로 인해 멈춰 섰던 미국 동해안·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는 미국 수출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처리된다"며 "파업이 오래 지속될 경우 운송 비용 상승, 재고 부족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해당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하루에 38억~45억 달러(약 5조~6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역시 ILA 파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에 주목했다. 파업이 시작된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해운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기록적인 이익을 냈고 어떤 경우에는 그 전에 비해 800% 이상 추가 이익을 냈다”며 “이런 이익에 따라 임원 보상도 증가했고, 이익은 기록적인 비율로 주주에게 반환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항구를 계속 개방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노동자들이 의미 있는 임금 인상을 얻는 것은 공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항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백악관의 이 같은 압박이 '결정타'였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ILA에 대한 지지 의견을 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사측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외신은 백악관의 압박이 사측의 62% 인상안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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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사진=Pixabay

美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 사례

일각에서는 지난해 마무리된 미국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 사례가 이번 ILA 파업 사태에 일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종업계에 임금 인상 논의에서 기인한 노사 갈등이 원만하게 봉합된 전례가 존재하는 만큼, ILA와 USMX도 유사한 방식으로 타협점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국 서부 항만의 노사 갈등은 지난 2022년 5월 시작됐다. 당시 서부 해안 항만 노조로 구성된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과 부두 노동자 고용인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사협회(Pacific Maritime Association)의 계약 갱신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록적인 해운 호황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선사는 협상 개시 당시까지만 해도 노조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노사는 임금 인상, 업무 자동화 확대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기 시작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협상 당시 ILWU는 70% 이상의 임금 인상을, PMA는 약 30% 수준의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장 13개월 동안 계속됐던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6월 새로운 계약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뤄냈다는 양측의 공동 성명 발표를 통해 마무리됐다. 잠정 합의안은 같은 해 8월 각 단체 회원들의 투표 끝에 최종 승인됐다. 합의안 최종 승인과 관련해 ILWU는 “회원의 75%가 새로운 계약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새로운 계약은 29개 서부 해안 항구 지역의 고임금 일자리를 보호하고, 건강 혜택을 유지하며, 임금, 연금 및 안전 보호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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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굴기로 글로벌 공급망 장악, 美·EU 무역 장벽에도 대중국 의존 심화

中 기술 굴기로 글로벌 공급망 장악, 美·EU 무역 장벽에도 대중국 의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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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견제 속에 '기술 자립' 선언한 中, 첨단산업에서 약진
국제 특허출원 1위, 핵심 산업 지식재산권도 中 기업이 장악
中, 반도체·자동차·태양광·AI 등 글로벌 공급망 파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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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파워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저가 공세 속에 품질 좋은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음에 따라 폭스바겐 등 주요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파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수년간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며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나섰음에도 오히려 대중(對中)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中 시장에서 밀린 폭스바겐, 독일 공장 폐쇄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군림해 온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에서 BYD(비야디) 등 현지 브랜드에 밀리면서 최근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에 지난달 초 폭스바겐은 설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공장 2곳을 폐쇄했다. CNN비즈니스는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 소식을 전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면서 누렸던 황금기가 이제 끝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때 중국은 폭스바겐의 최대 판매 시장이었지만 상반기 판매량은 134만 대에 그쳤다. 3년 새 4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제조업체의 판매 점유율은 33%로, 2022년 7월 53%에서 2년 만에 20%포인트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현지 자동차 제조사의 저가 공세를 판매량 감소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BYD의 전기차는 최저가가 9,700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하다. EU가 모든 중국산 전기차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유럽산 전기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는 EU의 태양광 시장을 주도해 온 독일 기업 큐셀이 지난 2012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파산했고 올해 8월에는 미국의 태양광 기업 선파워가 파산을 신청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서방의 제재를 덜 받는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과 애플에 이어 3~5위는 샤오미(14%), 비보(8%), 오포(8%)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기술 자립 실현하기 위해 '특허 강국'으로의 도약 박차

전문가들은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배경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인식 변화를 꼽는다.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산 제품은 자국 시장에서조차 품질 신뢰도 측면에서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기술력을 갖추면서 품질이 개선됐고, 이는 중국 청년 세대의 애국 소비를 이끌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인식이 과거보다 옅어졌다. 테무와 쉬인이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세를 확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도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내수 시장에서만 소화해도 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나 태양광처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상을 확보하고 나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해외 기업이나 인재를 빨아들이고 수출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는 전략도 유효했다. 여기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AI, 바이오, 디지털 경제 등 전략적인 기술 부문에 끊임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서방 국가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이제 '기술 자립'을 위해 특허 강국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국무원은 '특허 산업화 운용에 관한 특별행동 계획(2023~2025)'을 발표하고 특허 산업화 촉진, 특허 가치 발굴, 특허기술 발전 촉진 등을 전략적 과제로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가 "지식재산권 강국 건설을 위해 핵심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지원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제 특허출원 건수는 6만9,610건으로 5만5,678건을 기록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업 순위에서는 중국 기업 4곳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美·EU 무역전쟁 속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차이나런'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의 공급망 장악을 이끌어낸 국가 주도 경제와 사회 통제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덩샤오핑 집권 당시 중국의 경제·기술 성장을 위해 기업 등 민간 분야에 부여했던 자율성과 해외 기업·자본에 대한 혜택이 대폭 사라진 데다 미국 등 주요국이 무역 장벽을 강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급감이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FDI는 전년 대비 80% 급감한 330억 달러(약 44조3,000억원)로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3,441억 달러(약 462조1,600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올해는 중국의 FDI는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FDI는 -148억 달러(약 -19조8,700억원)를 기록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입한 자금보다 빼낸 자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분기별 FD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3분기 이후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금액도 국가외환관리국이 1998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국이 대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2분기까지 이어진 흐름이 연중 계속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FDI가 순유출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외국 기업의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도 심각하다. 애플은 중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함에도 판매망을 계속 줄이고 있으며, 올해 인도 폭스콘 공장에 아이폰16 프로 라인업의 생산을 맡기는 등 탈중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GM은 중국 내 R&D(연구개발) 부문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기업 IBM은 중국 R&D센터를 인도로 옮기고 1,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인텔 등도 잇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직원 재배치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과 수출 통제 등 견제 조치를 강화하자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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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에도 對中 의존도 확대, 무역 장벽 무색해져

문제는 미국과 EU가 수년간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며 디커플링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대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독일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EU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기계·전자 장비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에서 일정 수준의 의존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약 5,000개 품목 중 532개 품목에서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해 4배 증가한 규모다. EU도 2004년에 비해 약 3배 늘어난 421개 품목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2000년과 비교해 미국과 EU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대미 수입 의존 제품 수는 116개에서 57개, 대EU 수입 의존 제품 수는 235개에서 120개로 감소했다. 프랑수아 치미츠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선진국의 핵심기술에 대한 자립이 실현하면서 수입 제품 의존도에서 국가 간 비대칭성이 조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EU의 의존도 위험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 효과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8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급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생산량은 1년 전보다 40% 급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최신 반도체 기술 개발을 억제하는 동안 중국이 범용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선임연구원은 "대중 제재가 중국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며 "중국은 모든 주요 산업의 모든 공급망에 내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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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주 사립대 기부입학 전면 금지, 대학가선 '재정 악화' 우려 확산

美 캘리포니아주 사립대 기부입학 전면 금지, 대학가선 '재정 악화'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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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입학 길 막아선 캘리포니아주, "평등한 교육 기회 촉진하기 위한 것"
극심한 재정난으로 정부에 종속된 韓 대학들, 캘리포이나주 대학도 '재정 종속' 가능성
일각선 찬성 의견도, "기부입학으로 인한 '학벌 세습' 문제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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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빈 크리스토퍼 뉴섬(Gavin Christopher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사진=캘리포니아 주지자실 페이스북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스탠퍼드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 주요 사립대에 대한 기부입학 및 동문 특혜 입학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가족과 재산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취지다.

캘리포니아주 기부입학 금지

1일(현지 시각) 개빈 크리스토퍼 뉴섬(Gavin Christopher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사립 및 비영리 교육기관의 입학 절차에서 기부입학과 동문 특혜를 금지하는 'AB 1780'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9월부터 캘리포니아주 주요 사립대 신입생 선발에 적용될 예정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날 법안을 통과시킨 뒤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촉진할 것"이라며 "능력, 기술, 노력이 대학 입학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드림이 단지 운이 좋은 소수에게만 접근 가능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를 위해 공정하게 고등교육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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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사이에선 '재정 종속' 우려 나오기도

이 같은 결정에 캘리포니아주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학교의 재정 창구 노릇을 하던 기부입학이 사라지면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져 저소득층 등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기준 미국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 기부금 액수는 거의 210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1위인 하버드가 418억 달러(약 50조1,600억원), 2위인 예일대가 311억 달러(약 37조3,200억원), 3위인 스탠퍼드대가 289억 달러(약 34조6,800억원) 정도다. 기부입학 폐지에 따라 '재정 악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기부입학 폐지 이후 캘리포니아주 대학이 정부 등 주요 자금 유입처에 사실상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자금 창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대학의 자율성이 급격히 저하할 수 있단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은 15년이 넘는 등록금 동결에 극심한 재정난에 빠졌고, 그만큼 재원 마련 창구 역할을 하는 정부 지원금의 중요도도 높아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전국 대학에 투입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사업비는 총 49조6,749억원에 달한다. 교육계에서 "대학의 생사 존립이 정부의 손에 좌우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대학에 대한 간섭도 극심해졌단 점이다. 등록금 간섭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분만큼의 등록금 인상을 막고 입학금까지 없애면서 대학의 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 대학 재정의 기본인 등록금 책정에서부터 대학의 자율권이 침해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국내 대학가에선 기부입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독립적인 재정 창구가 없는 대학들의 ‘재정 종속’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자격 미달자 입학 사례↑, 기부입학 금지 찬성 의견도

다만 일각에서는 기부입학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온다. 기부입학이 '현금 입학'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서다. 기부입학제는 기본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일정 수준의 점수를 추가 획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2005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대학 졸업생의 자녀들은 1,600점 만점의 구 SAT 체계에서 160점가량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량의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자격 미달자'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선 자격 미달자가 인맥과 기부금을 바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모양새다. 실례로 지난 2020년엔 캘리포니아주 차원의 감사 과정에서 UC 버클리가 기부입학을 명목으로 최소 55명의 자격 미달 학생을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결국 기부입학제가 사실상의 학벌 세습 구실로 전락한 만큼 관련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대학 차원에서 새로운 재정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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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미사일 180발 발사한 이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하마스 공습으로 '맞불'

이스라엘에 미사일 180발 발사한 이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하마스 공습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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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에 대규모 탄도미사일 발사
"후과 따를 것" 보복 암시한 이스라엘, 헤즈볼라·하마스에 반격 감행
불안정해진 중동 정세, 시장 불안감 고조되며 국제유가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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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월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5개월 만이다. 공개적으로 보복을 시사한 이스라엘군(IDF)은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물밑 공격'을 이어가던 양국의 분쟁이 점차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확전에 대한 시장 우려를 발판 삼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란의 미사일 공습

1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180여 발로 추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기지 3개가 타격을 받았다"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이란의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이란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이 포착된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는 공습경보 및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외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대피령은 약 1시간이 지난 뒤 해제됐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다.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보복) 계획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직접적 반격 나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군사적 보복을 시사한 이후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준군사 단체고,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과격 이슬람 단체 중 최대 규모 조직이다. 이스라엘,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다수의 국가는 하마스를 공식적으로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레바논 보안군 소식통을 인용해 2일 새벽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기지가 밀집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을 적어도 5차례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지역에서는 여러 차례 굉음이 울렸으며, 화재 발생 사실이 확인됐다는 전언이다. 단 해당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학교 2곳에도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학교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지휘 통제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 가자지구 내 학교 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중이다. 직접적인 충돌을 최대한 피하며 '물밑 공격'을 지속하던 양국이 본격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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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불안감 고조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 중 한때 직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폭등했으며, 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86달러(2.59%) 뛴 배럴당 73.5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이날부터 12월 인도분을 벤치마크로 조정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양국의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3위 원유 수출국"이라며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이상, 국제유가는 한동안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 클레이 시겔 원유시장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은 이란을 직접 타격하기 위한 군사적 공세를 확대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석유 시설들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석유 생산 시설과 수출 시설을 공격할 경우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생산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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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레루 日 신임 총리 공식선출, 무파벌 중심으로 새 내각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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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새 총리로 이시바 선출, 참의원서 곧 확정
무파벌 10명, 하야시 관방 유임, 외무상·방위상엔 측근들 중용
"韓은 중요 국가" 국익 우선 외교, 한일 협력 관계 순항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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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지지로 과반 표를 얻으며 총리로 지명됐다. 미국 대선과 지역분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시바 내각의 출범은 한·일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호재로 평가된다.

日 중의원·참의원, 이시바 시게루 총리 선출

1일 일본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은 임시국회를 열고 지명선거를 통해 이시바 자민당 총재를 총리로 선출했다. 이후 이시바 총리는 신임 내각 각료와 함께 왕궁에서 열린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는 친임식에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시바 총리에게 "내각 총리대신으로 임명한다"고 말하며 임명서를 전달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는 정상외교와 관련된 질문에 "한국 호주 아세안 미국 모두 중요한 국가지만 정상외교에서는 국익을 바탕으로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둬야 한다"며 "미·일 주둔군 지위협정을 개정해 이를 미일 동맹 강화로 연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주장해 왔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 지위협정 개정과 미국 내 자위대 훈련기지 설치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공관에서 19명의 내각 인사도 발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에는 옛 기시다파이자 자민당 총재선거에도 출마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유임됐다. 한일관계에 중요한 인물인 외무상에는 이시바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이,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이 각각 기용됐다. '국방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역시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총무상에는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행정개혁상, 농림수산상에 오자토 야스히로 총리 보좌관, 디지털상에 다이라 마사아키 자민당 홍보본부장 대리, 경제재생상에는 아카자와 료세이 재무성 부대신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가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 추천인 20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NHK는 과거 파벌 기준으로 무파벌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아소파, 옛 모테기파, 옛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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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이시바 시게루 총리 공식 홈페이지

‘의회 해산’ 승부수, 비주류 한계 넘을까

이런 가운데 외교 전문가들은 이시바 총리가 지명 전인 지난달 30일 빠르게 중의원 조기 해산 및 총선 실시 계획을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밝힌 계획은 이달 27일 투·개표하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 당선부터 한 달 이내에 의회 해산, 선거 고시 등을 마무리하는 시간표인 셈이다. 중의원 해산은 총리 취임 8일 만인 오는 9일로 계획했는데, 이는 전후 최단 시간 내 해산 사례다. 아사히신문은 “다음날 총리 취임 예정이라고는 해도 사전 단계에서 의회 해산, 조기 총선을 표명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애초 이시바 총리는 의회 해산 ‘신중론’ 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리에 대해 “모든 각료가 참석하는 예산위원회에서 정권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준 뒤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총재 선거 기간 라이벌이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조기 해산을 언급했을 때도 “아직 총리가 안 된 사람이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현지 언론은 예산위에서 총리와 야당 당수 간 장시간의 1대 1 토론이 가능한 만큼, 11월 10일쯤 선거 개최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돌연 앞당겨진 시간표의 배경에는 당내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총리가 야당의 추궁을 받는 예결위를 열어선 안 된다는 요구가 거셌다는 것이다. ‘비자금 스캔들’ 얘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전에 새 내각 출범의 축포 분위기를 선거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불륜, 비서 급여 부정 수령 등 잇단 논란에 휩싸였던 히로세 메구미 참의원의 사퇴로 오는 27일 자민당 험지인 이와테현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자민당의 현 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오는 7일 대표 질문, 9일 당 대표 토론회를 열어 국민 앞에서 질의응답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자는 사전 정리된 질문에 각료가 답하는 형식이라 질의응답이 오가기 어렵고, 후자는 시간이 45분으로 한정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니치는 이날 사설에서 “이시바 의원이 오랫동안 여론의 지지를 받아온 것은 ‘당내 야당’으로서 집행부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회를 무시하고 해산과 총선을 서두르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가 총재 선거 1차 투표 때 얻은 의원 표는 총 368표 중 46표에 불과했다. 당선 후 아소 다로 전 총재를 당 최고고문에 앉히며 54명 의원이 속한 유일 존속 파벌 ‘아소파’와 관계를 구축했지만, 한때 당내 최대 파벌이던 ‘아베파’ 의원들과는 관계가 좋지 않다. 아베파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이시바 총재의 당 요직 제의를 대놓고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기시다 정책 승계, 한·일 협력 이어 나갈 듯

한편 이시바 총리 집권 기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관계 협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다른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는 달리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이시바 총리는 이전부터 한·일협력을 중시하고, 재일교포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한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관련한 사과에 전향적인 정치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9년 7월 아베 신조 내각이 취한 대한국 경제 제재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방위청 장관과 방위성 대신을 역임하며 안보 문제에도 정통한 인물이다. 특히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의 핵과 탄도탄 능력 고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윤 정부와 기시다 내각은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바이든 정부와 함께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를 강화해 온 만큼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있는 이시바 총리는 삼국 협력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내각의 정권 안정성은 10월 말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신내각 출범이라는 컨벤션 효과와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유지,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지지, 야권의 분열 등을 감안한다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국 운영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이시바 내각이 단명 정권으로 마감할 경우, 자민당에서 보수 우파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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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견인해 온 中 인민은행 4개월째 금 매입 중단, '수요 감소·인플레 마무리'에 금값 하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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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금값 27.67% 상승, 중앙은행발 금 사재기가 원인
금 시장 '큰손' 역할 맡은 中 인민은행, 5월부터 금 매입 전면 중단
수요 감소에 인플레이션도 마무리 단계, "금값 인상 요인 사실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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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 확대에 나서면서 금값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금융 시스템 무기화 전략이 가시화하면서 자산 다변화 및 '탈(脫)달러'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그 결과 달러의 대안 격인 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금값 상승세도 조만간 꺾일 전망이다. 금 매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넉 달 동안 금 매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금 사재기에 금값 상승세

29일(현지 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 가격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15% 이상 웃돌고 있다"며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넓은 폭"이라고 밝혔다. 금값 상승세가 거듭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금값은 1월 1일 2,063.80달러에서 올해 총 27.67%, 9월에만 5.69% 상승했다. 지난 20일엔 오후 한때 트로이온스(Oz t)당 2,620달러 선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금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사재기다. 금속 관련 리서치 회사인 메탈포커스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1,000t 이상에 달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2022년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미국의 주도하에 국제 결제망인 '스위프트 시스템(SWIFT System)'에서 배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결제망 퇴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금 보유량을 늘려 미국 달러화 중심 거래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나아가 탈달러를 이뤄야 한단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안투자 관련 컨설팅회사인 스톤엑스불리언은 "중앙은행들이 위기 국면을 경제 시스템 밖에서 '익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며 "결국 금 현물을 경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8개월 연속 금 매입 나선 인민은행, 하지만

금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건 중국 인민은행이었다. 인민은행은 2022년 11월 국제 금 시세가 약세로 돌아선 이후 18개월 동안 적극적인 금 매수에 나선 바 있다. 세계금위원회(WGC) 데이터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지난해 순매수한 금은 총 224.9 t에 달한다. 이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가장 많은 양이자 전 세계 금 수요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중국이 금 시장의 '큰손' 역할을 맡아왔단 의미다.

시장엔 여전히 중국발 금 수요에 따른 금값 상승 기대감이 팽배한 상태다. 인민은행의 금 추가 매입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서다. WGC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주요 중앙은행 전체 중 6위(2,264t)로, 1위인 미국(8,133t)의 1/4에 불과하다. 외화보유액 대비 금 비중 역시 5%로 신흥국 평균인 2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이 금 매입량을 확대할 개연성이 충분하단 얘기다.

다만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 5월 금 보유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9월 현재까지 4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화폐성 금 수입량 역시 6월 59t, 7월 45t으로 각각 전월 대비 58%, 24% 감소했다. 중국 당국 차원의 ‘빗장 걸기’가 본격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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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금 수요 감소 수순, 금값 하락 시작되나

중국이 금 매수를 중단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탈달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탈달러가 미국에 결정적인 압박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값 상승 국면을 감안하고 금 매입을 지속하기엔 불안정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의 탈달러 정책은 사실상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러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 입장에서도 달러만큼 활용이 유연하고 가치가 안정적인 자산이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인식하는 달러화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외환을 러시아 루블화나 이란의 리알화 등으로 선뜻 바꾸려는 이가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금 보유를 통한 탈달러에 한계가 명확하단 점도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 금 보유 1위국은 이미 미국이다. 중국 당국이 금을 끌어모은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미 우방국에 우위를 점할 정도의 물량을 차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오랜 탈달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화 포트폴리오 상당 부분을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다각화를 위한 좋은 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달러가 아닌 다른 자산을 보유한다고 해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만일 상술한 이유로 중국이 탈달러를 포기한 게 확실시된다면, 향후 금값은 우하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금 거래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발 수요까지 사라지면 금값 상승 요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인민은행이 금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지난 5월 금값은 장중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으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긴 하나, 빅컷의 영향력이 약화하면 자연스럽게 금값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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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칩 대신 중국 기업 제품 써라" 中 규제당국의 권고

"엔비디아 AI 칩 대신 중국 기업 제품 써라" 中 규제당국의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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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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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규제당국, 자국 기업에 '중국산 AI 칩' 구매 권고해
AI 칩 기술력 끌어올린 화웨이, 엔비디아 빈자리 채울까
자체 HBM 개발에도 속도 내는 中, 목표는 HB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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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반도체 대신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대한 자국 시장의 의존도를 낮추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인공지능(AI) 칩 제조 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中 당국 "엔비디아 AI 칩 쓰지 마라" 권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중국 규제당국이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H2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지 말라고 자국 기업에 권고하는 이른바 창구 지침(window guidance)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창구 지침이란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내려보내는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자국 AI 스타트업에 부담을 줄이고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권고 형태의 지침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이번 권고에 대해 블룸버그도 “중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고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당국이 해당 권고를 통해 중국 AI 칩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 성장을 지원하고, 현지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잠재적인 규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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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성텅 910C 칩/사진=화웨이

엔비디아 빈자리, 내수 기업이 채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번 권고를 계기로 중국 시장에서 힘을 잃게 될 경우 화웨이 등 자체적인 AI 칩 기술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화웨이가 최신 AI 칩인 ‘성텅 910C(어센드 910C)'를 개발, 중국 인터넷 회사·통신 회사들과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29일에는 화웨이가 성텅 910C 프로세서를 하드웨어 테스트와 구성을 위해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대형 중국 서버 회사들에 제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같이 보도하며 "화웨이가 신규 어센드 910C 샘플을 제공하며 미국 제재 속 중국 반도체 자급 추진의 새로운 돌파구에 근접하고 있다"며 "화웨이가 중국 AI 산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화웨이는 잠재 고객사에 성텅 910C의 성능이 미국 엔비디아의 H100과 유사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성텅 910C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H100과 비등한 수준일 경우,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AI 칩 분야에서 기술력 확보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입증되는 셈이다. H100은 2022년 출시된 엔비디아의 AI 칩으로, 집적도가 두 배 높은 H200과 함께 엔비디아의 핵심 AI 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HBM 자체 생산에도 '박차'

화웨이는 AI 칩 생산을 넘어 AI 칩에 투입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자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화웨이가 주도하는 반도체 컨소시엄이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2년 이내에 HBM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에는 화웨이 외에도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회사인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JHICC)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HBM 컨소시엄의 현재 목표는 2세대 제품인 HBM2 개발·생산인 것으로 전해진다. HBM2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16년 표준화를 주도하고 양산에 성공한 제품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세대 구형 HBM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등 AI 서버에 쓰이고 있으며, 시장 내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화웨이 HBM 컨소시엄이 주요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되는 수준의 HBM을 자체적으로 양산할 역량을 갖춘다면, 중국의 자체 AI 모델 운영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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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中 경제 새 문제 직면" 인정, 국경절 앞두고 내수 회복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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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정치국 회의서 ‘경기 부양’ 재강조
대규모 유동성 풀어 본격 경제 살리기 시동
취약계층에 이례적 일회성 현금 지급 검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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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모습/사진=중국 CC-TV 캡처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부양책 확대를 천명하는 등 중국이 경기 부양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소비를 부양할 전망이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부동산 안정'과 '증시 활성화'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 경제 성장 목표 달성 촉구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최고정책결정 기구인 중앙정치국은 이날 시 주석 주재로 현재 경제 상황을 분석·연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중앙정치국은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결코 변화가 없지만 현재 경제 운영에는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며 “현재 경제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어려움을 직시하고 자신감을 다지며, 경제 사업을 잘해 나간다는 책임감과 긴박감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정치국은 특히 5% 안팎이라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와 소비의 발목을 잡아 온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부동산 개발 모델 구축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상업용 주택 건설 통제 및 재고 최적화, 화이트리스트에 들어간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확대, 유휴 토지 활성화, 주택 구매 제한 정책 조정 등이 부동산 대책으로 거론됐다.

또 정부 투자의 주도적 역할을 더 잘 발휘하기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특별채를 발행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올해 2조 위안(약 377조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1조 위안(약 190조원)은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보조금과 첫째 아이를 제외하고 한 자녀당 월 800위안(약 15만원)을 지급하는 양육수당으로 쓰인다. 나머지 1조 위안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앞두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목소리도 냈다. 중앙정치국은 “민간경제촉진법을 공포해 민간경제 발전에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소비 촉진과 민생에 대한 혜택을 결합해 중·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촉진하고 소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국경절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금과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정부가 수혜 대상이나 지원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중국이 올해 극빈층과 고아, 노숙자를 포함한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 1,547억 위안(약 39조원)을 책정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단기 지원금을 꺼려온 중국 정부의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소비를 늘리기 위해 중국이 추가로 재정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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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회의는 이례적, 당국 위기감 반영된 행보

중국 정부가 9월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 관련 논의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통상 정치국은 4월과 7월, 12월 회의에서 경제상황을 협의하고 9월 회의에서는 주로 당의 규율이나 내부업무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중국 경제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한다. 실제로 중국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소비가 둔화해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다. 과잉 공급이 글로벌 이슈화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관세 등의 규제로 수출도 먹구름이 끼었다. 소비가 극도로 침체한 상황에서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질 경우 중국 경제의 하강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외자유치액 감소가 지목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외자유입액인 대외직접투자(FDI)액은 2022년 1,891억 달러(약 249조원)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1,632억 달러로 13.7% 감소했다. 올해도 중국의 FDI 유치액은 감소세를 벗어난 적이 없으며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비 FDI 감소 폭은 1∼2월(19.9%↓)에 비해 1∼4월(27.9%↓), 1∼6월(29.1%↓), 1∼7월(29.6%↓), 1∼8월(31.5%)로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외자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매력 역시 식어가고 있다. 미중 경제위원회가 중국 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중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기업은 2018년 8%에서 지난해 34%로 급증했다. 주중 EU 상공회의소의 중국 내 EU 기업 대상 설문에서는 중국을 상위 3순위 투자처로 꼽는 비중이 2022년 68%에서 지난해 55%로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응해 IT 및 자동차 기업들의 중국 시장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중국 법인 직원들의 근무지 이전을 권고하며 시장 철수를 예고했고, 구글은 이미 지난해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철수했다. 프랑스 자동차 제조기업 스텔란티스는 중국 내 자동차 생산라인 일부를 유럽으로 이전할 예정이고, 스웨덴의 볼보 역시 중국 생산라인을 벨기에로 옮긴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 시행, 지준율 낮춰 유동성 공급

중국 정부가 최근 강력한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양책은 지급준비율 인하로, 지난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은행의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0.5%포인트 내렸다. 이렇게 되면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1조 위안가량 풀린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경제 분야 고위 관리들이 예정에 없던 비공개회의를 여러 차례 개최한 끝에 나온 조치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대형 국영은행들에 자본 확충 등의 방식으로 최대 1조 위안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수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중국 당국은 시중은행들이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신규 대출 금리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추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간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새로 지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금리를 기존 주택보다 낮게 적용해 왔는데, 이를 기존 주택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줄어든 이자 부담이 소비와 투자 확대, 대출 조기 상환 축소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베이징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 대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두 번째 주택을 살 때의 계약금(최소 납입금) 비율을 기존 최저 25%에서 15%로 낮출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국영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대거 매입할 수 있도록 인민은행의 ‘재대출 제도’도 확대 시행한다.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은행·보험 기관이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위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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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에 추락하던 원자재값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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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컷 이어 中도 유동성 공급 확대
중국 경기 부양 기대에 원자재값 상승 랠리
경기 침체 우려 여전, 국제유가는 2%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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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시장이 중국발 랠리를 펼치고 있다.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국제 유가와 경기 바로미터로 통하는 구리 가격이 일제히 치솟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또 다른 경제 대국인 중국이 통화정책 완화 패키지를 꺼내 들면서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결과다.

원자재지수, 두 달 만에 최고

24일(이하 현지시간)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원자재가격지수(BCOM)는 전 거래일 대비 1.18% 오른 100.23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지난 7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부진하던 BCOM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단행된 이달 18일 이후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중국 인민은행의 19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이날 급등했다.

글로벌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이날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일 전 거래일 대비 1.16% 오른 2,896.31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 역시 1.48% 오른 3,401.53에 장을 마쳤고, 홍콩 항셍지수는 0.47% 상승한 19,090.07을 기록했다. 중국과 홍콩 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 3~5%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빅컷으로 경제 연착륙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인민은행의 깜짝 경기부양책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또 다른 호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G2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주식시장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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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금값도 줄줄이 상승

실제로 실물 경제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닥터 코퍼(Dr.Copper)’로 불리는 구리 가격도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상승했다.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2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31% 뛴 파운드당 4.49달러를 기록했다.

금값도 큰 폭으로 뛰었다. 24일 기준 국제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657.1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16일 처음으로 온스당 2,500달러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20일 2,600달러 선을 넘어선 후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25일 장중에는 2,700달러 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29% 올랐는데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 폭(20%)을 뛰어넘는 수치다.

금과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 가격 역시 오름세다. 은 현물 가격은 24일 종가 기준 온스당 32.09달러로 5월 기록했던 연고점(32.10달러)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의 선물 계약 기준 은 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금값 상승률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는 반짝 상승에 그쳐, 경기 침체 우려 영향

다만 경제 연착륙 기대감에 같이 상승 랠리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선이 붕괴됐다. 25일 뉴욕증시와 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전날 대비 2% 이상 급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배럴당 69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브렌트유 선물도 크게 밀리고 있다.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국제 유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하루에 그친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빅컷을 단행한 것을 두고 미국의 경기 침체가 이미 시작됐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면서 뒤늦은 금리 인하를 만회하기 위해 빅컷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우려에 빅컷 이후 엔비디아, 테슬라 등 M7(매그니피센트7) 기술주들이 요동치기도 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대공황 당시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자 불안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1920년대와 2020년대 사이에 몇 가지 유사점이 눈에 띈다"며 대공황 경보를 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자유 무역의 약화와 기술 발전 측면에서 두 시대를 비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경제 민족주의, 세계 무역 붕괴, 대공황을 초래한 1920년대의 압력에 버금가는 '균열'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세계화 후퇴 가능성, 글로벌 공급망의 부분적 해체, 거대 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등 현안이 중앙은행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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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로 결제시장 불법 독점한 비자, 결국 美 법무부 반독점 소송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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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반독점법 위반 혐의 제기, 애플과 '비밀 계약' 체결하기도
법무부 "비자의 사업 원동력은 불법 독점 행위"
2005년 반독점 소송 패소한 비자, 시장 내 신뢰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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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세계 최대 전자결제 기업 비자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비자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소비자 결제 시장을 독점해 왔다는 정황이 드러나서다. 비자는 현재 인센티브를 통해 자사 시스템 이용을 종용하거나 핀테크 기업의 결제 기술 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센티브 통해 경쟁 억제한 비자, 불법적인 독점체계 마련

25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비자는 그간 직불카드 시장에서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쟁을 억압해 왔다. 타사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일방적인 수수료 구조를 강제하거나 자사 시스템을 많이 활용한 가맹점에 선별적으로 대규모 할인을 제공하는 식이다. 비자를 단독으로 이용하는 게 가맹점에 더 이득인 구조를 만들어 타사의 경쟁력을 억제한 셈이다.

애플 등 핀테크 기업이 직불카드 시장에 진입할 수 없도록 비밀리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비자가 자사의 막대한 '독점 수익'을 인센티브로 제공해 애플이 결제 기술 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골자다.

이에 미국 일리노이주 주류 판매업체 미라지 와인 스피릿(Mirage Wine & Spirits)은 앱페이 결제를 허용한 가맹점들을 대표해 비자, 애플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라지 측은 "애플과 비자의 커넥션이 타사의 월렛 앱 시장 진출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다"며 "그 결과 아이폰에선 애플 앱페이 사용이 강제됐고, 이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 인상 등 횡포에 대한 소비자의 대응력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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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비자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 제기

미 법무부도 비자를 질타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비자의 독점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피해를 입었다"며 "비자는 경쟁시장에서 부과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수료를 불법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축적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비자의 불법적 행위는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일갈했다. 비자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과도한 '수수료 장사'를 벌인 탓에 간접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혐의 사실에 따라 비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부가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엔 비자가 현재까지 높은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한 원동력이 '시장 독점 행위'에 있음이 적시됐다. 사실상 비자의 성과 전반을 반독점법 위반에 따른 결과물로 본 것이다. 현재 비자의 직불카드 시장 점유율은 약 61%로 전체의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의 위법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계획적 범행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비자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는 도드-프랭크법이 제정된 이후 2012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졌다. 도드-프랭크법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르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7월 제정된 금융개혁법으로, 카드 발급사가 최소 2개의 독자적인 직불 결제망을 제공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결국 비자가 도드-프랭크법 시행 이후 직불결제 시장 내 자사의 입지 하락을 우려해 범행을 계획했다는 게 법무부의 시선이다.

비자 측 "무가치한 소송" 반발하지만

법무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비자 측은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은) 무가치한 소송"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줄리 로텐버그 비자 법률고문은 "비자는 성장하는 직불 결제 시장에서 많은 경쟁자 중 하나일 뿐"이라며 "번창하는 업체가 여럿 있다는 현실을 (법무부가)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업과 소비자가 비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세계적 수준의 사기 방지 기능,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 때문"이라고 반독점법 위반 및 소비자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비자의 해명에 큰 신뢰를 보내지 않는 분위기다. 비자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가 문제시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서다. 앞서 지난 2005년 미국 상인들은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카드 정산 수수료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양 사가 자체 규정한 정산 방식을 강제한 탓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하게 됐단 게 이유였다.

해당 소송은 약 20년간 지속됐으나, 결국 지난 2019년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법원의 조정 신청을 수락·합의하면서 사측 패소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양사는 카드 취급 업소 측에 55억4,000만 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비자 입장에선 잇단 반독점법 위반 소송으로 사법 리스크만 가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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