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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안건심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 2012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다수당 소속 의원과 그 밖의 의원이 동수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에서 위원회 쟁점안건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안건조정위)를 도입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안건조정위 구성이 요구된 경우는 총 50회이지만, 실제로 활동한 경우는 31회, 조정안이 의결된 사례는 26회였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부터 제도의 실효성 및 부작용에 대한 언론과 학계의 우려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안건조정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다수결 원칙 위반 소지 ▲입법지연 문제 ▲조정대상 안건의 적절성 여부 ▲조정위원 선임 문제 ▲안건조정위 심의 기간 관련 등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안건조정위와 관련된 문제가 기존 정치문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 토론과 숙의의 확산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따라 정치문화를 개선하고 의원들의 심의·의결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성 무시하고 다수결 원칙 반(反)한다? 헌법상 무엇이 옳은가?
안건조정위는 현재 다수당 의원 절반과 그 외 소수당 의원 절반으로 구성해 안건에 대한 3분의 2 다수결로 조정안을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안건조정위 자체가 헌법상 다수결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으며, 사실상 비(非)다수당에게 위원회의 의제설정 권한 및 의사결정 주도권을 부여해 다수당이 선거를 통해 획득한 대표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안건조정위를 폐지하거나 결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비다수당이 안건조정위를 위원회 내 ‘게이트키핑(의제를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언론에서는 기자나 편집자에 의한 뉴스 취사선택을 의미한다.)’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법안처리 시간이 길어지고 입법교착 및 지연이 가중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에서도 헌법·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으면 다수결이 아닌 의결 원칙을 채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가중다수결’ 방식의 채택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안건조정위 등 국회선진화법의 시행으로 인해 안건처리가 특별히 지연되었다고 볼 만한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도 제시했다.
의도적인 의사결정 지연, 안건조정위에서 다뤄질 안건 선별 필요
입법 지연과 관련해 안건조정위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일부 안건은 안건조정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감사·인사청문 관련 안건이나 의원 징계안 등 일부 안건의 경우 안건조정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건조정위에 전해진 사안 중 총 21건의 의원 징계안에 대한 조정요구가 있었지만, 조정위원이 선임되지 않아 심의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증인에 대한 안건도 같은 이유로 심의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의원 징계안처럼 각 정당 윤리특위에서 심도 있는 심의가 가능하거나 국감이나 인사청문회처럼 회의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안건조정위가 의사일정 지연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안건조정위가 의사 지연의 수단이 아닌, 숙의를 통한 안건심사와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안건조정 대상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명했다.
실제로 제20대 국회에서는 의원 징계안이나 국정감사·조사 및 인사청문 관련 안건(증인출석 관련 안건 등)은 안건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다수당서 위장 탈당 후 조정위원 선임 → 실효성 떨어지고 제도 취지 어긋나
제21대 국회에서는 기존 논의와 다른 측면에서 안건조정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 소속 의원과 그 밖의 의원을 동수로 구성해 다수와 소수에게 동등한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현행법 자체가 제1·2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동수 선임을 요구하지 않아 제1교섭단체 소속이 아니면 누구나 소수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
그런데 조정위원 선임 시 소수당 위원 중 일부를 다수당과 의견을 같이하는 위원으로 선임해 조정위의 3분의 2를 충족하는 사례가 있었다.
실제로 검수완박 형국에서 안건조정위를 통한 법안 심사 때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의도적으로 탈당하고 이후 조정위에 들어가 표를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즉 법안 가결을 위해 위장 탈당했으며, 다수당의 의지에 따라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수당의 일방적 입법시도를 방지하고 토론과 숙의를 촉진하려는 안건조정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제21대 국회는 이와 관련해 안건조정 요구 이후 제1교섭단체에서 이탈한 의원은 조정위원에 선임될 수 없도록 하거나, 안건조정위를 제1·2교섭단체 위원 동수로 구성하도록 하는 등의 개정안을 발의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공정한 의견 조정 위해 안건조정 최소 활동 기간 보장해야...
끝으로 지난 제20대 국회까지는 조정위원이 선임되지 않아 안건조정위 활동기한이 종료되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안건조정위의 활동기한을 조정위원이 선임된 날부터 기산하거나, 조정요구 후 5일 이내에 위원을 선임하도록 하는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유효했으며 조정위원 미선임 문제가 제19대 국회에서 6번, 제20대 국회에서 11번 일어났던 경우와 달리 제21대 국회에서는 2번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회 입법조사처는 안건조정위의 활동 기간 보장도 중요하지만, 안건조정위 단계가 과도하게 장기화될 경우 안건심사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으므로, 안건조정위의 활동 기간을 어느 정도 보장하되 의결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당수 안건조정위가 구성요구 당일이나 다음날 조정안을 의결했는데, 이것이 소수 세력에게 의견 개진 기회를 보장하고 숙의를 통한 안건심의를 목적으로 하는 안건조정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으로도 다루어진 바 있는데 헌재는 활동기한 만료 전에도 조정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회는 현재 안건조정위의 최소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개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안건심의 특성상 활동 기간의 길고 짧음과 심의 충실도가 정비례하지 않으므로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졸속심의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안건조정위가 '국회법'에서 법률안 상정 전 숙려기간을 두는 것과 같이 적정한 수준의 심의기간을 두고, 긴급한 경우 의결로 이를 앞당기는 등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