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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방공공기관 구조개혁 혁신으로 12개 지자체 공공기관의 통·폐합이 완료됐다. 그러나 지자체 공공기관 통·폐합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다. 공공기관이 통·폐합할 경우 각 공공기관별 구성원의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원화하는 데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한 노동자들의 비판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12곳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완료, 비용 절감 기대돼
행정안전부는 22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지방공공기관 혁신 계획 '기관 통·폐합 계획'의 2023년 상반기 점검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점검 결과 혁신계획을 제출한 31개 기관 중 통·폐합을 완료한 기관은 총 12곳이었다. 특히 이미 통·폐합을 진행한 지자체는 인력 전환 및 예산 투입 조정 등으로 연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해 9월 행안부는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지자체들이 자체 진단을 거쳐 '구조개혁 분야 혁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독려한 바 있다. 이번 계획은 행안부가 혁신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면 지자체와 지방공공기관이 자체진단과 협의를 통해 지역맞춤형 혁신 계획을 추진했다는 데 의의가 깊다. 지자체 자율책임 하에 구조개혁 성과를 이끌어낸 셈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지방 공사·공단과 지방 출자·출연기관으로 유사 중복 기능을 갖고 있어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기관을 통합했다. 또 설립 목적을 달성해 존속 때 안정적인 사업이 없다고 판단되는 목포대양산단을 폐지했다.
기관 통·폐합을 진행한 지자체에선 이미 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부산광역시는 시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경륜장 등 레포츠시설을 가지고 있는 부산지방공단 스포원과 부산시설공단을 통합해 인력 전환 및 예산 투입 조정 등으로 연간 2억6,00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공원, 체육시설 등 유사 중복 기능이 있는 기관을 통합하고 별도로 떨어져 있던 4개의 재단을 합쳐 경영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기존 18개 기관에서 11개의 기관으로 대폭 감축해 연간 46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광역시는 울산여성가족개발원과 울산사회서비스원을 통합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을 출범시킴으로써 기관별로 흩어진 사회보장업무를 한 곳으로 통합했다. 울산광역시는 이를 통해 연간 약 9억4,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최근 지방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해소와 고강도 혁신 주문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지역 공공서비스 제공의 최일선에 있는 지방공공기관의 혁신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필수 요소이므로 앞으로 혁신을 꾸준히 확산하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순조롭지만은 않은 통·폐합 현장, 극심한 '혼란' 예상돼
그러나 지자체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공공기관이 통·폐합할 경우 각 공공기관별 구성원의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적잖은 혼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방공기업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신분은 '공기업 직원'이다. 그러나 대구도시철도공사와 통합된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대구시 산하 사업소로서 구성원은 '공무원'이다. 두 조직이 합쳐지면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함께 근무하게 되는 것인 만큼 이 과정에서 인사나 조직 배분에 대한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구환경공단과 대구시설공단이 통합해 출범하게 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또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두 기관은 신속한 통합을 위해 노동조합과 공단, 대구시가 함께 참여한 노사정합의체를 통한 선 통합을 추진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중복되는 업무의 조정과 조직, 직급, 임금체계 등 제도의 일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겪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서비스원, 평생교육진흥원, 여성가족재단, 청소년지원재단을 통합해 출범한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도 타 기관과 마찬가지로 상이한 직급 및 보수체계, 운영규정, 복리후생제도, 가족친화제도, 퇴직금 제도, 홈페이지 및 전산시스템 등의 통합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자들 사이서도 비판 행렬, "날림 통합 그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지난 1월 서울·충남·강원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이어 공공·출연기관 통폐합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서울시출연기관지부와 서울시출연기관 노조협의회, 서울특별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조 등 노동자 단체들은 "공공기관 통·폐합이 너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관 노동자들은 통·폐합 논의가 너무 서둘러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7월 출연기관 통·폐합 계획이 공개된 지 약 5개월 만에 모든 논의가 마무리됐고, 충남도는 지난해 8월 경영효율화 연구용역이 입찰된 뒤 약 4개월 만에 통·폐합이 결정됐다.
그러나 충남의 출자출연기관은 설립을 추진할 당시 타당성 검토와 도민 공청회, 사업의 적정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고려하기에 최소 1년에서 9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설립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공공기관이 해체되는 데엔 불과 몇 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이유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는 "통·폐합 발표가 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국정감사 당시 '통·폐합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발언했으나, 그로부터 한 달 뒤 출연기관 통·폐합이 결정됐다"며 "통·폐합 의결에만 속전속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