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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본격 시행, 하루에만 800건 신청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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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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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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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결정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를 통해 그간 고통받아 온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이전보다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본격 발족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1일 오후 발족식을 마친 후 바로 1차 위원회를 개최했다. 국토부는 신속한 피해자 지원을 위해 특별법 제정 절차와 병행해 피해 접수, 위원회 인선 등 절차를 미리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전직 판·검사 등 법률 전문가 8인 ▲법무사·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세무사·공인회계사 등 주택 임대차 분야 전문가 7인 ▲주택임대차 학계 전문가 7인 ▲소비자보호 등 공익활동 경험자 3인 ▲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금융위위원회 실장급 당연직 5인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최완주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맡았다.

전세사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차인은 거주지 관할 시·도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각 시·도는 신청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피해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국토부로 송부해야 한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위원회는 안건 상정 후 30일 이내에 피해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국토부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재심의 결과를 내야 하며, 이 같은 절차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았다면 법원(우선매수권), LH(매입임대), 주택도시보증공사(경·공매 대행 지원) 등 관계 기관에 직접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있어 생명은 '속도'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당장 거주할 공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적법성이나 절차적 공정성보다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입장을 바꿔 다가가겠다는 게 이번 정부의 방향성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 성행에, 일각에선 전세제도 자체가 문제 있단 지적도

위원회 발족 이후 1일 하루에만 17개 시·도에서 총 795건의 전세사기 피해 인정 신청이 접수됐다. 긴급 사례에 대해 지자체가 사전접수를 받은 260여 건을 제외하면 530여 건이 하루 만에 들어온 셈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사고는 올해 1분기에만 전국에서 3,474건 발생했다. 특히 서울, 인천, 부산, 동탄 등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집주인, 중개 감평사 등이 가담해 조직적으로 임차인을 속인 경우와 집주인이 무리하게 갭투자를 단행한 후 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다.

전세사기 성행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각에선 전세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전세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집값이 안정되어 있을 땐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최근과 같이 집값이 급락하거나 급등할 경우 임차인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전세는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과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는 세입자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겨난 임대 형태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인위적인 폐지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했어야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전세사기 피해의 책임 소재를 우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법원에선 이른바 '깡통전세'를 중개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책임 범위를 최대 60%까지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 적용 범위가 20~30%였음을 고려하면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해당 물건이 전세사기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부동산 중개업자의 역할이 보다 커져야 함을 시사하는 판결이라 할 수 있겠다.

전문적인 교육을 수료하고 라이선스를 따낸 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을 상대로 물건을 판매할 때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이는 정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피해 지원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절차를 최대한 지원하고 단축시킬 수 있을 만한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전세제도 자체가 '악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세제도는 그동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으며, 실제 월세를 내지 않고 자산을 형상해 기초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정부의 방만함이 드러난다. 그간 정부는 빌라왕 등이 전세제도를 악용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한 채 시간을 보내왔다. 이제라도 방만함을 뜯어고쳐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다소 애매한 감도 없지는 않지만 이번을 기회로 전세사기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최대한의 속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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