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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중금리 대출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전 준비를 좀 더 확실히 마치고 은행 설립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데이터, '소상공인 특화은행' 설립 추진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5일 "실제 영업 현황을 반영한 입체적인 데이터로 소상공인과 개인기업(개인사업자)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신융데이터는 130만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중심으로 경영관리, 신용정보, 정보제공,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와 디지털 인프라를 전국 200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제공 중인 기업이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태"라며 "소상공인의 자금 상황에 맞는 종합적인 데이터가 금융 서비스에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한국신용데이터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은 단골 비율 객단가 시간별 매출 분포 등 영업 실적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해 영업 역량을 입체적으로 반영하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그간 소상공인에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 2022년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사 '한국평가정보(KCS)'를 설립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기도 했다. KCS는 개인사업자의 영업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이를 다수의 금융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통해 소상공인 대상 신용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한국신용데이터의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존 금융기관에게 중저신용 개인 사업자는 주요 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소상공인 대상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에게 맞춤 금융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특화 은행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특화 은행은 금융사 등과 협력해 추진될 예정이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재무 안정성을 높은 수준으로 갖추겠단 구상이다. 김 대표는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금융기관과 정책기관을 연결함으로써 자산규모 대비 더 큰 도움을 소상공인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업의 본질이 리스크 관리인 것을 유념해 사업계획과 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중"이라고 역설했다.
'돈 없는' 한국신용데이터
한국신용데이터가 밝힌 비전은 어려운 소상공인에 있어 한 줄기 빛과도 같다. 하지만 한국신용데이터라는 기업 자체가 지닌 신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기업가치 1.1조원을 넘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으나, 매출액은 이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한국신용데이터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646억원가량이었다. 이는 물론 재작년 매출 68억원 대비 약 10배 성장한 수준이긴 하나, 부풀려져 있는 기업가치와 비교해 보면 다소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총 238억원이었다. 2021년 말 486억원과 비교하면 51.05% 감소한 규모다. 현금성자산은 보통예금 156억원,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으로 각각 61억원, 21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30억원에 그친다. 2021년말 486억원과 비교하면 현금성자산 감소 폭이 더욱 크다. 결국 '돈이 없다'는 의미다.
한국신용데이터의 2022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73.56%에 그쳤다. 2021년 말 기준 10.69%에 비해 상승했지만 여전히 150%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금성자산 역시 200억원을 웃돌았다. 다만 운전자본(회사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돈) 등을 감안하면 매월 말 기준 200억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당히 타이트한 자금 운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새로운 투자'만이 한국신용데이터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국신용데이터, 역량 제대로 갖췄는지 의문"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 여부에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 대출은 중금리 대출인데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경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마저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시장에 뛰어든 한국신용데이터가 제대로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중금리 대출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론 새로운 시장 진출을 통해 신규 투자 자본을 연결할 수 있으리란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그러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제대로 헤쳐 나가기 위해선 좀 더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 회사 인수, M&A 추진 등에 대한 결단도 필요하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단계지만, 한국신용데이터에 대한 불안감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건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