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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계정공유 금지 조치 등으로 곤두박질쳤던 넷플릭스의 주가가 최근 저점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1년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나스닥지수 상승률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계정공유 금지 전략이 미국에 안착하면서 주가 상승을 일으켰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금지 전략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가 '급상승'한 넷플릭스, 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넷플릭스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440.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11일 저점(166.37달러) 대비 상승률이 164.77%에 달한다. 연초 이후로도 49.38% 올라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31.73%)를 한참 웃돌았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여러 OTT 업체 가운데 단연 독보적이다. OTT 경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운영하는 월트디즈니는 연초 대비 2.76% 상승하는 데 그쳐 나스닥지수 상승률에 한참 못 미쳤다. 토종 OTT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오히려 상반기에 40.11% 급락했다. 사실 넷플릭스 역시 코로나 엔데믹 직후엔 주가가 떨어진 바 있다. OTT 관련 종목은 2021년 11월 17일 691.69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을 거듭했다. 가입자 수 증가세가 꺾이고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계정공유 금지 조치 사실상 '성공'했지만
주가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해 넷플릭스가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계정공유 금지를 추진한 때부터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3월 남미에서 계정공유 금지 정책을 처음 도입했고, 지난 5월 23일엔 최대 시장인 미국에까지 계정공유 금지를 확대했다. 시장조사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도입 직후인 23~28일 넷플릭스의 하루 평균 가입자 수는 7만3,000명으로 이전 60일 평균 대비 102% 증가했다. 계정공유 금지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다만 향후 주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계정공유 금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건 미국에 한정돼 있는 만큼 더 이상 계정공유 금지 지역을 추가 확대하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계정공유 금지 정책이 최초 도입된 남미에선 올 1분기에만 45만 명의 가입자가 순감한 바 있다. 북미는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나 다른 곳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계정공유 금지에 이용자들이 반발심리를 갖기 쉽다. 우리나라도 역시 '넷플릭스가 공유를 제한하면 안 보겠다'고 응답한 이용자가 63%에 달한다.
토종 OTT는 따라 못 하는 계정공유 금지
이런 가운데 국내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계정공유 금지 조치마저 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달리 토종 OTT들은 국내 소비자만을 주 타겟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OTT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유료 구독자 임계치를 넘어야 한다. 업계에선 국내 OTT의 유료 구독자 임계치를 500만 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약 5천만 명임을 고려하면 국내 인구 중 약 10%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건데, 계정공유까지 금지하며 국내 인구 10%를 사로잡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최근 토종 OTT들은 적자에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상 '폐업 직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단 가입자 수에서부터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1,156만 명으로, 이는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 플레이 등 국내 OTT 가입자를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 수준이다. 경영실적은 더 처참하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3,500억원의 순이익을 낸 반면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는 1,213억원, 왓챠는 5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 제작시장에서 토종 OTT들은 주도권을 이미 상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지상파방송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들의 접근권을 전유하고 제작시장을 압박하는 구조가 고착돼 왔다. 이 때문에 방송시장은 경쟁이 커질수록 제작시장에 대한 약탈적 거래 관행들이 더 심화되곤 한다. 우리나라에 '저가 방송시장' 구조가 형성된 이유다. 넷플릭스는 이 약점에 말 그대로 주먹을 꽂았다. 넷플릭스는 제작시장에 투자를 거듭하며 제작비를 급상승시켰고, 이로 인해 저가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방송들은 콘텐츠 독점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토종 OTT들은 M&A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왓챠는 개인투자자까지 접촉하며 타 OTT 업체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M&A가 이뤄진다 해서 토종 OTT들의 위기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M&A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계정공유 금지마저 성공시켜 버린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선 보다 명확한 위기관리 역량을 기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