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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폄하 논란' 나흘만에 직접 고개를 숙였지만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김 위원장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중에도 이를 직접 사과하기보다 지켜보는 자충수를 뒀다는 점을 자책하는 점을 인정하며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해명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른다?
김 위원장의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른다"는 표현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교수들이 철없이 지내는 대명사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것이 알려지면서, 현실 사회 문제와 깊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주제인 법학을 전공하고, 논문 연구보다 학생 교육과 실제 법 적용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법학전문대학원 강단에 선 교수가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서"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대목을 지적한다.
한 누리꾼은 "자연대나 공대 교수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회과학 중에서도 가장 현실과 접점이 높은 실용학문 교수가 철없이 지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위원장이 노인 폄하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표현이었으나 의도가 곡해될 가능성이 높은 발언을 했다는 평이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청년 정치인은 "이른바 '미디어 샤워'를 덜 받으신 분이라 단어 선택에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며 "정치 활동을 계속하고 싶으시면 단어 선택에 신중하셔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이 발언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비겁한 변명으로 추가 망언을 이어갔다. '교수라서 철없이 지내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라고 에둘러 얘기했다"며 "교수 사회를 자신의 흠결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철없는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필요한 인재는 '말 잘하는 인재'?
반면 어휘 선택과 표현 방식에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의도 자체는 정치권의 표현 방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시인한 만큼, '정치 초보'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혁신위원장이라는 직위가 있는 만큼 신중함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치 신인'의 단어 선택을 큰 논란으로 만들 일은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내의 의견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철이 없고 정치 언어를 잘 모른다는 것은 개혁위원장 적임자가 아니라는 자백"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개혁 의지가 '정치초보' 혹은 '비정치인'으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며 반박했다.
누리꾼들은 '정치 초보'의 발언인 데다 교수직군이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사회적인 편견도 사실인 만큼 발언을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표현하는 모습이다.
혁신위원장, 자리가 주는 무게감 이해하는 인사에게 돌아가야 하는 자리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자기(아들) 생각이었다"며 "되게 합리적이지(않으냐)"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민의힘은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고, 민주당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을 옹호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찾아 대한노인회장 등에 직접 사과했다. 3일 김 위원장도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히는 중에 '교수 발언'이 나와 논란을 빚은 상황이다.
국내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종합한 빅데이터 여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표현에 대한 비판적인 어조보다 사실관계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의 반응 중에는 "노인들이 남긴 세상에서 우리는 30년, 50년을 더 고생해야 한다", "교수라서 겁이 없으니까 당당하게 의견을 낸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