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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 디폰이 124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슈미트-DSC 미래모빌리티펀드와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은행, 인포뱅크 창업초기 혁신펀드 1호, 동우화인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킹고투자파트너스, 티비티파트너스, 대덕벤처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47억원이다.
디폰은 2021년 6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분사한 스마트 윈도우 필름 개발 업체다. 스마트 윈도우 필름은 기존 차광 방식의 단점을 개선한 차광 필름으로, 투과율 조절을 통한 단열 기능이 있어 최근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디폰은 과연 경쟁을 뚫고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일조량 따라 투과율 바뀐다? '스마트 윈도우 필름'
'스마트 윈도우 필름'은 자동차, 건축물 등의 창문에 부착하면 햇빛이 투과되는 정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필름이다. 커튼과 블라인드 형식의 기존 차광 방식 대비 자외선 차단, 단열 기능, 프라이버시 보호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외에도 전동 커튼, 전동 블라인드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시공이 가능하며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다양한 통신방식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다. 일조량에 따라 필름의 투과율을 바꿔 단열 효과를 낼 수도 있어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는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기도 한다.
디폰은 현재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18가지 원천 기술로 다양한 필름 라인업을 구축했다. 주요 제품은 △전기적 신호로 투명도를 조절하는 PDLC·VPLC △에너지 절감형 로이(Low-E) 필름 △2세대 디스플레이 프라이버시 필름 △면상 발열 필름 △에너지 세이빙 틴팅 필름 등이 있다.
디폰은 차후 고유 기술인 'VPLC'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마트 윈도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VPLC를 적용한 필름은 평상시 투명하며, 구동 전압이 낮고 투과율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전 중 시야가 흐려지는 스마트 필름의 고질적 문제 '헤이즈 현상'도 극복했다. 단 이번 투자금은 글로벌 진출보다 △연구개발 인력 충원 △생산 공정 자동화 △정량화 및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생산 능력 구축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대차' 출신 스타트업?
현대차그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들을 지원하고, 미래 신사업 추진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운영해 왔다. 2021년부터는 프로그램 명칭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변경,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운영해 오던 ‘제로원’ 브랜드와 통합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 선발 범위를 확대했다.
현대차는 제로원 컴퍼니빌더에 아이디어를 공모한 직원들을 심사를 거쳐 선발하고, 선발된 업체에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회, 최대 3억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지원 종료 이후에는 사업성, 재무계획, 창업 의지 등을 고려해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를 결정한다. 아울러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총 76개 팀을 선발 및 육성했으며, 올해까지 총 33개 스타트업이 독립 분사했다. 디폰 역시 이 중 하나로, 분사 이후로도 현대차 '제로원'을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제로원을 통해 디폰을 포함한 분사 스타트업 5곳의 CES 참가를 지원한 바 있다.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로, 글로벌 기업이 다수 참여해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장이다.
스마트 윈도우 필름의 가능성
최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계획, 제로 에너지 빌딩 정책 등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제도’, ‘건축물 에너지 절약 계획서 검토’, ‘친환경주택 성능 평가 제도’ 고효율 건물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제도도 다수 등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윈도우 설치를 권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 윈도우 기술은 △높은 제조 단가 △무게 △곡면 시공의 한계 등으로 인해 좀처럼 보편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자금 여유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서 스마트 윈도우 기술 개발에 선뜻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이에 유리가 아닌 PET와 같은 유연 필름 기재를 이용한 스마트 윈도우 필름 개발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 윈도우 필름은 스마트 윈도우 대비 제조가 용이하며, 단열 효과가 뛰어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정부의 '친환경 건물' 요구에 대처할 수 있다.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들은 줄줄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비코코리아, PDLC그룹, 디아이 등이 국내 스마트 필름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등에 업은 디폰이 시장 수요를 흡수하며 원활히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