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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발 묶인 우리 위성 2대, 투입된 혈세만 ‘71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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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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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 위성 2대의 발사가 2년째 지연되고 있음에도 수백억원의 부대비용은 여전히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 우주 산업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로켓 상용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아리랑 6호와 차세대중형위성 2호 발사용역 및 부대비용 예산집행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금까지 2대의 위성에 투입된 금액이 7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러시아 제재 이후에만 '116억원' 투입

지금까지 아리랑 6호와 차세대중형위성2호에 투입된 금액은 각 464억원, 255억원이다. 해당 자금은 발사용역비, 발사 대행 비용, 연구진 인건비·활동비, 발사체 조립·접속 시험비, 운송비, 현지 작업비 등으로 지출됐으며, 이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이후 올해까지 지출된 금액은 116억원에 달한다. 박완주 의원실은 과기부와 항우연 측에 구체적인 추가 지출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통해 이 두 위성을 발사하려는 계획은 사실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리랑 6호는 당국이 곧 수명이 다하는 5호를 대체해 한반도 지상 및 해양을 관측할 목적으로 2012년부터 총 사업비 3,835억원 규모로 추진해 온 다목적실용위성으로, 당초 지난해 하반기 러시아 발사체를 활용해 현지 발사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행이 무기한 미뤄졌다. 이에 항우연은 지난 5월 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와 계약을 맺고 2025년 6월 발사를 목표로 대체안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중형인공위성 2호 발사에도 먹구름이 꼈다. 국토 정밀 관측을 위해 2018년부터 1,158억원을 투입키로 한 해당 프로젝트 역시 지난해 하반기 러시아 발사체를 카자흐스탄에서 발사한다는 기존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채 보류 중이다. 항우연은 이르면 2024년 발사를 목표로 대체 발사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완주 의원은 위성 발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측에 지급한 계약금 반환이나 대체 발사도 여의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거론 중인 반환 조건은 '향후 발사 기회 제공'이 전부일 뿐, 현금 반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향후 발사 기회를 제공 받는다 해도 추가 비용 지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리랑 6호는 지난 5월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와 대체 발사 용역계약을 체결했지만, 발사 일정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어 또 다른 발사체를 선정하는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 측과 체결한 구체적인 계약 금액과 대금 지급 일정, 계약 해제 조건 등은 비밀 사항으로 계약일로부터 5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또 "연구진들의 수년간 노고가 오랜 시간 발사 지연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며 "과기정통부는 700억원 넘는 혈세가 투입된 만큼 관련 부처 간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러시아 측에 지급된 계약금 반환 촉구와 대체발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여 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러시아 우주 기술 협업

한국 우주 산업의 러시아 의존에 대한 역사는 액체추진체 로켓 KSR-3을 발사한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리 항우연은 미국, 프랑스 등 여러 주요국과 협력을 추진했으나 러시아 외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항공우주 관련 기술과 부품의 유출을 극도로 꺼렸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러시아는 국가 핵심기술을 일부 팔아서라도 자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조광래 당시 항우연 원장은 "러시아 켈디시연구소를 방문해 액체로켓 설계 기술을 자문받고, 이후 완성한 13t 엔진은 러시아 니히마시연구소까지 가지고 가 연소실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3년 1월 발사한 한국형발사체(KSLV-1) 나로호에 이어 지난해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역시 러시아의 액체로켓을 사실상 역공학 해 얻은 결과였다. 조 전 원장은 "누리호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75톤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 들어가 3년여 만에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었는데, 이같은 성과는 우리 항우연 연구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러시아 우주기술의 기여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리랑 6호 임무 수행 상상도/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외 의존도 낮출 방안으로 국산 로켓 상용화 대두되기도

하지만 아리랑 6호와 차세대중형위성 2호의 러시아 발사가 사실상 무산되고 거액의 계약금도 받아낼 수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며 한국 우주 산업의 대러시아 의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미 우리 정부가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에서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국은 그런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서방 진영과 뜻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 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우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산 로켓의 부재로 우리 우주 산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업계 관계자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나로호 1·2차 발사를 지휘하고 누리호의 시작을 함께했던 이주진 전 항우연 원장은 "진정한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3대 조건인 우주 센터, 인공위성, 로켓 세 기술을 고루 확보해야 한다"며 "2031년으로 계획된 달 착륙선 발사에 맞춰 국산 로켓 상용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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