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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美·EU 무역 협상, 외신 "EU가 트럼프 앞에 무릎 꿇었다"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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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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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관세 낮추려 미국산 에너지 대량 구매·대미 투자 확대 약속
"힘에서 밀려 차악 선택해" 싸늘한 외신 반응
줄줄이 체결되는 무역 협상들, 韓은 아직 '제자리'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개월의 협상 끝에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EU는 기존보다 상호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수천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미국산 에너지 구입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은 EU가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주도권을 상실했으며, 이로 인해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美-EU '관세 전쟁' 종료

27일(이하 현지시각)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EU는 협상 시한 만료를 나흘 앞두고 EU산 상품의 상호 관세율을 15%로 조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누려왔고 더는 그런 불균형을 용인할 수 없다”며 “미국산 에너지 구매 및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 협정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 따라 향후 EU산 자동차에는 15% 관세율이 부과된다. 현재 미국은 EU산을 포함한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 품목 관세를 매기고 있다. 항공기 등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가 합의됐으나, 세부 품목의 관세율에 대해서는 양 정상의 진술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과 철강, 알루미늄은 15%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으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 분야에 단일한 15% 관세율이 부과될 것”이라고 말하며 의견차를 드러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EU는 상호 관세율 하향 조정의 대가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우선 EU는 향후 3년간 총 7,500억 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할 예정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해당 금액이 오는 2028년부터 러시아산 화석 연료를 완전히 퇴출하기로 한 EU 계획에 맞춰 추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EU가 6,000억 달러(약 830조7,000억원)를 미국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으며,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EU, 협상 과정서 주도권 잃어

외신들은 미국과 EU의 협상 소식을 전하며 줄줄이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무역 합의에 대해 "EU가 힘에서 밀려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차악(least-worst)'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상실해 불리한 조건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타협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EU에 "30% 관세도 가능하다"고 압박을 가했으며, EU가 준비한 상호 무관세 제안과 보복 패키지는 협상 테이블에서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 EU 외교관은 로이터에 "트럼프가 우리 고통의 임계점을 정확히 파악했고, 그걸 활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이번 합의가 "EU가 트럼프의 압박에 사실상 무릎 꿇은 결과"라고 진단하며, 단기적인 무역 전쟁은 피했지만 중장기적 전략 차원에서는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외교관은 FT에 "학교 운동장의 불량배에게 맞섰어야 했다"며 "대응하지 않은 것은 전략이라기보다 굴복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전 EU 협상가 리켈레스 역시 "중국과 함께 초기 미국에 강력히 맞섰더라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U 측에 불리한 협상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EU 내부의 '의견 대립'이 있다. FT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장했지만, 아일랜드 등 일부 회원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신중론을 펼쳤다. 내부 갈등 속에서 유럽의 외교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유럽이 의견 단일화에 성공한 채로 협상에 임했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받아 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간 EU가 국제 협상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 간 의견 조율에 수없이 실패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무역 협상 결과 역시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여타 국가들의 '관세율 인하' 조건은?

미국의 핵심 협상 상대국 중 하나였던 EU와의 협의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마무리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여타 국가들의 협상 체결 조건에 쏠리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협상 시한 만료를 목전에 두고 세계 각국에서 무역 합의가 속속 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핀과의 무역 합의가 타결됐다면서 앞으로 필리핀에 19% 상호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의 상호 관세율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 적시한 20% 대비 1%p 인하된 수준이다. 필리핀은 관세율 인하의 대가로 미국 제품에 무관세 조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인도네시아 역시 상호 관세율을 기존 32%에서 19%로 13%p 낮추는 대신,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선적 전 검사 등 수입 관련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에 시장을 전면 개방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22일 미국과 무역 협상을 체결하며 상호 관세율을 기존 대비 10%P 낮추고, 향후 미국에 약 5,500억 달러(약 756조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여전히 25%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국들이 줄줄이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한국만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는 형국이다. 한미 양측은 앞서 예정됐던 재무·통상장관 회의가 돌연 연기된 뒤에도 연쇄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협상 실무는 예상보다 지연되는 중이다. 미국 측이 보다 많은 카드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EU가 확보한 15% 수준을 관세율의 최소 기준선으로 삼고 있으며, 이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EU와 미국 현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보다 높은 관세율이 책정될 경우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측도 이 같은 맹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에 한층 강력한 협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미 투자 규모 확대나 시장 개방 등 무역 조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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