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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LG유플러스가 정부와의 OTT 음악 저작권료 인상안 관련 행정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3부(홍성욱 황의동 위광하 부장판사)는 20일 두 기업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 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요율 인상을 반대하며 소송전에 뛰어든 토종 OTT 기업들이 줄줄이 패소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꾸준히 정부의 요율 인상 결정이 부당하다는 호소가 흘러나오고 있다.
'요율 인상 안 된다' 반발한 KT·LG유플러스, 2심 패소
문체부는 2020년 12월 OTT 서비스 업체들의 음악 저작권료 부담을 확대하는 내용의 징수 규정 개정안을 승인한 바 있다. 개정안은 OTT에 '영상물 전송 서비스' 조항을 신설, OTT 기업의 저작권 사용료율을 2021년부터 1.5%에서 2026년 1.999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토종 OTT 기업도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유사한 수준의 음악 저작권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케이블TV에는 0.5%, IPTV에는 1.2%, 방송사 운영 방송에는 0.625%의 요율이 적용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인상된 요율을 적용할 경우 국내 OTT 사업자는 기존 대비 최대 8배 인상된 음악저작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실시간 방송과 방송물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가 주력인 토종 OTT에는 케이블TV, IPTV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OTT '시즌'을 운영하던 KT, 'U+모바일tv'를 운영하던 LG유플러스는 개정안이 OTT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뿐만 아니라, 개정 시 적법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1·2심 모두 '패소'였다. 1심 당시 재판부는 "문체부의 개정안 승인 처분에서 재량권 일탈·남용이나 저작권법 위반, 절차 위반 등의 위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토종 OTT 3사도 '항소심 패소'
웨이브, 왓챠, 티빙 등 토종 OTT 3사가 참여하는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음대협)도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 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두 차례 패소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재판부는 1심에서 "개정안 승인 처분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체부의 손을 들었고, 지난 15일 항소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과정에서 음대협은 문체부가 개정안 승인 과정에서 사업자로부터 적법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문체부가 의견 수렴 주체로 음악산업발전위원회(이하 음산발위)를 채택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음산발위 위원 10명 중 7명이 음저협에 소속된 음원 권리권자인 만큼, 의견 수렴 도중 OTT에 불리한 결정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문체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발주한 해외 연구용역 자료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문체부는 2020년 '영상물 전송 서비스' 조항을 신설한 뒤 9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에서야 '해외 음악저작권료 징수 관련 해외 시장 실태 조사 연구'를 발주했다. 음대협은 문체부의 연구 발주가 늦어진 것은 저작권 징수 개정 과정에서 해외 시장 조사가 부실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문체부가 행정행위(개정안 승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발 늦게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 요율 올려야 한다?
재판부는 기존 IPTV 서비스와 OTT 서비스의 형태가 다른 만큼 사용료율 역시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판결문에는 “징수 규정은 제공되는 서비스별로 다르게 사용료율을 정하고 있는데, OTT는 사용자가 인터넷이 연결된 다양한 기기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시청할 수 있어 기존의 방송이나 IPTV 등과 차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판결문은 접근성이 좋은 OTT 서비스는 비교적 저작물 사용 빈도가 높으며, 이에 따라 영상물 제작에 기여한 음악저작물 저작자에 대한 보상 역시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음악저작물 사용료가 저작물의 단가가 아닌 서비스 매출에서 일정 비율로 산정되는 만큼, 이 같은 재판부의 해석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 토종 OTT의 서비스 형태는 IPTV, 케이블T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방식은 사실상 유사하며, 구독 요금제·모바일, PC 서비스 등을 통해 접근성을 제고했을 뿐이다. 이처럼 시청 매체 폭이 넓어져 사용 빈도가 증가하면 매출도 당연히 증가하며, 이에 따라 저작권료 납부 금액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사용 빈도가 늘었으니 요율 자체를 억지로 높여야 한다는 문체부의 주장에는 궤변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