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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보급, 송배전, 활용 등 단계별로 발생 가능한 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미래연구원(미래연)은 11일 발간한 ‘재생에너지 단계별 주요 갈등 이슈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재생에너지 관련 갈등 완화를 위해 주요 당사자들 간 사회적 대화와 소통은 물론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전 세계에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미래연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이 특정 지역 편중 현상과 계통용량 부족 및 안정성 문제 발생 등으로 각종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보급 용량과 실제 발전량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움직임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7년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17년 12.2GW 수준이었던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2021년 29.1GW로 138.2% 증가했다. 이 기간 신규 설치된 재생에너지 중 많은 보급량을 기록한 분야는 태양광으로 83.4%를 차지했으며, 이어 바이오(11.4%), 풍력(3.4%) 등 순을 보였다.
미래연은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 중 상당수가 특정 지역 편중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태양광 중심의 대다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는 전남, 전북, 경북,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됐는데, 이들 지역의 실제 발전량은 설비 보급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통용량 부족으로 인한 접속지연과 출력 제한 등이 태양광 발전량 저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바이오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용량이 큰 전북, 충남, 강원 제주 등은 발전량이 크게 나타났다. 이는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량과 실제 발전량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잘 드러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업 차질, 국가 산업경쟁력에 악영향 미칠 수도
미래연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계속 증가하면서 계통 안정성 문제가 더욱 커질 전망이며, 이에 따른 갈등과 비효율 등의 문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같은 갈등과 비효율 문제는 국가 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단계별 재생에너지 갈등 이슈 및 이해관계자를 도출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먼저 미래연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보급(발전), 송배전(계통연계), 활용(소비)의 3단계로 구분했다. 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이슈로는 보급(발전) 단계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지역주민과의 갈등 △인허가 제도 문제로 인한 발전사업자 관련 갈등 △지역 불균형으로 인한 지역 간 갈등, 송배전(계통연계) 단계의 △송배전망 건설 과정에서의 지역주민과의 갈등 △전력계통 연계 관련 갈등, 활용(소비) 단계의 △RE100 수요 증가로 인한 갈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또 모든 단계에 적용되는 △발전원별 갈등 △정책 거버넌스 관련 갈등은 보다 포괄적인 문제 진단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업 걸림돌 1순위 '주민수용성 갈등', 해외 사례는?
이렇게 도출된 갈등 이슈 중 갈등 해결의 시급성, 사회적 영향, 중장기적 중요성 등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1순위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꼽혔고,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한 갈등’과 ‘송배전망 건설 과정에서의 지역주민과의 갈등’ 순이다. 문헌조사 및 재생에너지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FGI)를 통해 도출된 해당 우선순위는 주민수용성 문제가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은 부지 확보와 인허가 과정, 보상 및 이익공유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관계되어 발생하는 갈등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갈등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래연은 이같은 갈등이 재생에너지 정책의 체계성 부족과 보급 관련 종합 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발전사업허가 및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 주민수용성 확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가, 주민 의견수렴 절차상 문제로 실질적인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입지 계획을 수립하고, 규제 개선 및 주민 수용성 판단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국회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지원 및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연은 독일을 참고할 만한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은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치 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자, 이런 갈등을 중재하고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해 갈등조정 기구인 KNE(자연보호와 에너지전환 역량 강화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RE100, EU CBAM 등 글로벌 탄소 무역장벽으로 산업 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독일의 적극적인 갈등 해소 노력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