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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편의점 등 국내 유통업체들이 몽골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쿠팡 등이 장악한 국내 유통망이 포화상태인 데다, 제2의 한한령이 터질 수 있는 중국 시장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국에 꽂힌 몽골, 한국 대형마트·편의점 열풍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몽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몽골 현지에 운영 중인 한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프랜차이즈 매장은 600여 개에 달하며, 이 중 편의점은 몽골 현지 진출 4년 만에 500호점을 돌파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거리에서 한국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몽골과 경기도 동탄 지역을 합친 ‘몽탄 신도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몽골 시장이 제조 인프라가 부족해 수입 상품 의존도가 높다"며 "한국산이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을 갖춰 몽골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 중 하나인 이마트는 2016년 몽골 이마트 1호점을 개장한 후 몽골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성장을 거듭했다. 이같은 성장에 힙입어 지난 7일에는 울란바토르에 이마트 4호점을 개장하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몽골에서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의 식료품이나 생필품 등이 인기가 많다"며 "실제로 올해 상반기 몽골 이마트 1~3호점 내 노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8% 늘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한국 제빵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는 현재 몽골에서 1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는 최근 울란바토르 지역 할인점인 오르길, 토우텐 등 14개 매장에서 PB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떡볶이, 호떡, 어묵, 즉석라면 등 한국의 즉석 조리식품을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한·몽 관계 좋아, 한국문화 사랑하는 몽골 청년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유통업 브랜드가 몽골 시장에서 성공한 배경 중 하나로 몽골 내 한류 열풍을 꼽는다. 한국산 제품이 시장 경쟁력이 좋다는 점도 분명히 있지만, K-POP, OTT 콘텐츠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도 덩달아 상승했단 얘기다.
실제로 몽골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재복 몽골 후레대학교 세종학당장은 “몽골 세종학당이 2013년도에 설립돼서 2022년까지 학생 3,000여 명이 배출됐다. 몽골인들의 한국어 사랑이 대단한 수준"이라며 “심지어 2022년 기준 한국 취업에 필수적인 고용허가제 토픽 시험에 몽골 현지인이 4,000여 명이나 응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내 편의점 관계자 역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나 BTS 등 한류 스타를 앞세운 마케팅이 몽골의 젊은 고객층에게 적중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며 방한이 힘든 현지인들이 많아지자 편의점이 일종의 한류 플랫폼 역할을 감당하며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한몽관계는 앞으로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몽골을 공식 방문했으며, 올해 2월에는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가 공식 방한했다. 또 지난 8월 말에는 박홍률 목포시장이 '2023 몽골 방문의 해'를 기념해 울란바토르시를 방문하고 경제·관광·문화·교육분야 교류 협력강화 협정식을 가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철상 주몽골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양국 간 잇따른 고위급 교류가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소통이 점점 긴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존 위한 유통업계 선택은 한국·중국 아닌 몽골·베트남
한편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유통업체가 네이버와 쿠팡이 장악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6월 오픈서베이는 최근 1개월 이내에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는 만 20~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조사했다. 그 결과 쿠팡이 37.7%로 1위를, 네이버쇼핑이 27.2%로 2위를 차지했다. 즉 두 기업의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절반이 넘는 셈이다.
이에 더해 ‘탈중국’ 흐름과 시장의 기대보다 저조한 중국 시장 리오프닝 효과 등이 국내 유통업체들의 눈을 중국 외 아시아 지역으로 돌리는 데 무게를 실었단 지적도 나왔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 제로코로나 등 유통업계에 치명적인 정책을 펼친 이력이 있는 데다 미국과의 정치·경제적 마찰이 빈번해 리스크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는 출점, 영업과 관련한 각종 규제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성장 잠재력이 낮고, 중국은 이미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제2의 한한령 얘기도 나오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며 “반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이 아직 많이 없는 데다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유통업계는 몽골에 이어 베트남에서의 현지 사업 기회 확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는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 베트남에서 열리는 간담회,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가한 바 있다. 경제사절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터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등 대기업 관계자들이 포함됐으며, 한국콜마홀딩스·코스맥스 등 뷰티업계와 형지·한세실업 등 패션업계 관계자들까지 총 205명에 달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에서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현지 사업가들과 교역·투자, 공급망, 첨단산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