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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기대인플레이션이 초래한 새로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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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4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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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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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가격 결정에 영향
프랑스 기업들, 기대 과잉 반응으로 투자·품질 조정
불확실한 기대가 자금 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려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낮고 안정적이면, 경제는 예측 가능한 궤도를 따라간다. 실제 물가가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기업은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고, 노동자도 불필요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대는 곧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경제 전체의 흐름을 결정한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이 전제는 흔들렸다. 팬데믹,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재편 등 예기치 못한 충격이 이어지며, 물가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졌고, 이는 기업과 가계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ChatGPT

기대가 만든 현실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진은 인플레이션의 기대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가격과 임금 결정 같은 실제 행동의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모두가 1년 뒤 물가가 3%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면, 기업은 가격을 그만큼 올리고, 노동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결국 기대가 현실을 이끈다는 뜻이다.

전 연준 의장 벤 버냉키도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면, 일시적인 물가 변동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흔들릴 경우, 기업은 가격을 미리 올리고 투자를 미루는 등 방어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결국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 프리미엄'이라는 형태로 비용을 남긴다.

프랑스 기업들의 혼란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와 프랑스 중앙은행의 공동 조사(2020~2024)는 이러한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 기업 액 4,0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물가가 급등했을 때 기업들은 초기에는 반응이 더뎠고, 이후에는 실제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기대를 끌어올렸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중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기업들이 체감한 물가와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양자 간 차이는 한때 2%포인트 이상 벌어졌고, 2024년까지도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프랑스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체감 및 기대 추이(2020년 4분기~2024년 4분기)
주: CPI(회색 음영),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파란색 삼각형),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빨간색 네모), 체감 인플레이션(녹색 원형)

기업들의 기대는 실제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이후에도 느리게 하락하며 현실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이 괴리는 가격 책정, 재고 운영, 투자 결정 등 기업의 주요 판단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움직이지 않은 임금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임금 협상에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프랑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5% 수준까지는 임금 인상 계획과 일정한 관계를 보였지만, 그 이상부터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3~5년 기대는 처음부터 임금과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단기·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와 임금 상승 기대 간의 상관관계
주:기대인플레이션율(%)(X축),기대인플레이션율(%)(Y축)

즉, 기업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더라도 임금 인상은 그만큼 따라가지 않았다.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던 이번 국면에서는,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치솟는 전통적 연쇄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줄어든 투자, 낮아진 품질

기대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면, 그 여파는 단지 가격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CEPR 분석에 따르면, 실제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기대치를 가진 기업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를 크게 줄였다.

온라인 교육 산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의 어학 학습 플랫폼과 코딩 교육 스타트업들은 2023년 가입자 수가 9% 증가했지만, 콘텐츠 투자액은 12% 감소했다. 신규 강의는 줄었고, 라이브 수업 횟수도 축소됐다.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소비자는 더 적은 콘텐츠와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게 된 셈이다. 기대가 불안정할수록 기업은 혁신보다 생존을 우선시하게 된다. 그 결과, 학습의 질, 디지털 인프라, 신제품 개발 같은 장기 생산성이 타격을 입는다.

금융시장이 반응한 기대 불확실성

이처럼 기업 간 기대인플레이션이 제각각일수록, 금융시장도 리스크를 반영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가계의 기대 분산을 추적하고 있지만, 기업 측면의 모니터링은 여전히 부족하다. 실제로 2024년 유럽의 신디케이트 대출 사례를 보면, 인플레이션 전망이 엇갈린 업종일수록 최대 25bp의 금리가 추가로 붙었다. 기대의 불확실성이 곧 위험으로 평가된 셈이다.

예상이 불확실할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진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성은 이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가 함께 다뤄야 할 과제로 바뀌고 있다.

남은 건 숫자가 아니라 심리

지표로서의 인플레이션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기대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가격이 내렸는데도 기업은 여전히 높은 물가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그 결과는 투자 지연, 품질 저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들이다. 고빈도 설문조사, 기대 변화에 연동된 정책 설계, 기대 분산을 반영한 커뮤니케이션, 예측 정확도에 따른 시장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은 수치로 보이지만,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숫자보다 기대다. 그리고 지금, 유럽 경제를 가장 강하게 붙잡고 있는 것도 그 불안정한 심리다.

원문의 저자는 에르완 고티에(Erwan Gautier)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 연구원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French firms navigated the inflation surge: Lessons for expectations and decision mak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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