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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금리 인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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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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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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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수요보다 ‘비용 원인’이 커
금리 인상, 효과 없거나 부작용
‘비용 상승 원인’ 바로잡아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수십 년간 경제학 모델은 인플레이션을 수요 차원에서 분석해 왔다. 경기가 과열되면 물가가 오른다는 간결한 원칙이다. 중앙은행들도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냄)으로 대표되는 이 논리를, 반세기를 넘는 기간 통화정책의 기반으로 삼아 왔다.

사진=ChatGPT

인플레이션, 비용 상승 요인이 “훨씬 커”

하지만 오늘날 관찰되는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 임금, 수입 물가 등 비용 상승에 반응하는 측면이 더 크다. 정책 당국이 비용 측면을 무시하고 과거의 패러다임만을 고수한다면 저성장 속 인플레이션이라는 1970년대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최근 일어난 인플레이션은 생산량 변화보다는 한계 비용(marginal cost, 상품, 서비스 한 단위 생산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에 훨씬 강하게 반응했다. 기업들이 에너지나 임금 등을 포함한 비용 상승분을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판매량 증가는 같은 규모의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이 효력을 잃었다기보다는 강도가 약해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비용 요인 반영 필립스 곡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예측
주: 연도(X축), 인플레이션율(%)(Y축), 벨기에 제조업 생산자 물가 지수(검정 실선), 비용 요인 반영 필립스 곡선에 따른 예측치(청색 실선), *비용 요인을 반영한 필립스 곡선이 실제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함을 보여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임금 인상이 주요인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인플레이션이 0.1%P 상승하는 현상이 여러 분기 동안 지속됐다. 에너지 가격 인하 후에도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초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서비스 및 식품을 포함한 산업 전 영역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로존 에너지 가격 및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 추이(2020~2024년, 전년 대비 상승률(%))
주: 연도(X축), 전년 대비 상승률(%)(Y축), 에너지 가격(청색),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하늘색)

임금도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작년 후반기 유로존의 인건비는 연간 기준 3.7% 속도로 올라 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렀다. 미국 역시 올해 초 단위당 인건비(unit labor cost)가 급등했는데 이는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인건비가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근소한 임금 상승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생산성 증가가 정체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부 중앙은행은 필립스 곡선이 효력을 잃은 게 아니라 변형됐다고 주장한다. 평상시에는 평평함을 유지하다 경제가 한계 생산력을 초과하면 기울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분명한 사실은 대규모 비용 상승 요인이 작용하면 곡선 자체가 상향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요가 약한데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1974년, 1980년, 1990년, 2008년, 그리고 2022년에 불황 기간 중 또는 직후 비용이 크게 오르며 물가가 급등한 사실을 설명해 준다.

금리 인상보다 ‘비용 상승 원인’ 바로잡아야

인플레이션이 수요 측면이 아닌 비용 상승으로 발생할 때는 금리 인상이 정확한 효력을 갖기 어렵다. 차입을 줄이고 수요를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에너지 가격을 내리거나 임금 계약을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완화(disinflation)의 절반 정도만 긴축 통화정책으로 설명되고 나머지는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에 발생했다.

그렇다면 비용 원인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에 강력한 금리 인하로 맞서는 것은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용 압력이 완화되는 국면이라면 역효과만 커질 뿐이다. 이제 고금리를 통해 수요를 억제해 인플레이션율을 낮춘다는 전통적 교범만 따라서는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생산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는 공급망 상단의 비용 요인을 바로잡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이미 천연가스 공동 구매 및 저장과 친환경 투자를 통해 전기 가격을 안정화하고 있다. 광물 및 청정 기술(clean tech) 부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방식을 취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임금 상승을 전면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임금 인상률을 생산성 증가와 연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핵심 상품에 대한 국내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급망에 투자하는 것도 글로벌 비용 상승으로 인한 취약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초기 투자를 수반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반복적인 경기 둔화보다는 피해가 훨씬 덜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그동안의 관념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 기반의 필립스 곡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의 양상이 크게 변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한 비용 상승 요인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핵심에 가깝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가글리아돈(Luca Gagliardone)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박사 후보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natomy of the Phillips curv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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