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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공급 끊길라" 이스라엘-이란 교전, 최대 피해자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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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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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유업계, 이란-이스라엘 교전에 '긴장' 
인프라 투자·군사 협력 노력도 증발 위기
"국제유가 잠잠하네" 서방국 피해 예상 밑돌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중국에 막대한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향후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이란산 원유의 핵심 수출처인 중국 정유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中 민간 정유업체들 '빨간불'

1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에너지 수출 허브를 공격할 경우 중국이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연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현재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되며, 이 중 대부분이 산둥성에 위치한 소규모 민간 정유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국영 석유 기업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이들 업체는 지난 2022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제재 대상이 된 이란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중이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중국 원유 담당 부사장 톰 리드에 따르면 현재 이란 원유는 제재를 받지 않는 오만의 수출 블렌드보다 배럴당 2달러(약 2,760원)가량 싸다.

문제는 향후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가 높아질 시 이 같은 유통 구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군사 충돌을 유도한 것이라면, 향후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인프라가 모여 있는 카르그섬이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 대부분이 중단되며 중국 정유사들이 줄줄이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유탄'에 신음하는 中

중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인해 입게 되는 피해는 단순 공급망 교란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이란과 '25년 장기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에너지·인프라 등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 이란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이란의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에는 중국발(發) 자금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교전으로 인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가 대거 파괴될 경우, 중국의 대이란 투자 중 상당 부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이 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 양국의 군사적 협력 관계 역시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국들이 이란과 협력하는 중국 기업에 전면적인 제재를 가할 시, 중국의 대이란 군사 투자와 무기 거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이 이란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서방의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심화하고, 중국과 이란의 반미(反美) 연대가 무너지며 중국의 외교적 입지 자체가 좁아질 위험도 있다.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세

반면 미국을 비롯한 여타 주요국에 돌아가는 피해는 시장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본격화한 이후로도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추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66% 하락한 배럴당 71.77달러(약 9만7,800원), 브렌트유는 1.35% 내린 73.23달러(약 10만원)에 마감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교전이 본격화한 지난 13일 장 초반 10%대의 급등세를 보였다가 장중 상승 폭 절반을 반납한 데 이어, 주말 이후 처음 열린 장에선 오히려 이스라엘의 석유·가스 시설 공격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억제된 배경에는 서방 국가의 대(對)이란 제재가 있다. 주요국들의 강력한 압박으로 인해 이란산 원유의 수출로가 막히고, 이란의 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실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하루 600만 배럴을 웃돌던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2000년대 들어 250만 배럴로 줄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엔 4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이후 이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중국 등 우방국 위주로 원유 수출 물량을 확대했지만, 이마저도 하루 150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석유 수출국 협의체인 OPEC+(오펙 플러스) 등의 생산 여력도 충분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감산 기조를 지속해 온 OPEC+는 올 4월부터 점유율 확대 정책을 펼치며 본격적인 증산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이달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유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여유 생산 능력”이라며 “중동 산유국의 추가 생산 능력이 400만~500만 배럴에 이르는 데다, 미국산 셰일오일도 충분하다 보니 유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인식 역시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전면 봉쇄는 이란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선택지”라며 "중국 등 우방국을 적으로 돌리고, 미국에 군사적 개입 빌미를 제공하면서까지 해협을 봉쇄할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이란,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해 주는 해역으로, 전 세계 원유 및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거쳐 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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