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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들은 다 흥행하는데" CJ CGV, 신종자본증권 300억원 미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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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400억원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 흥행 실패
비슷한 시기 회사채 공모 진행한 기업들은 '방긋'
CGI홀딩스 드래그얼롱 행사 가능성 등 대내외적 악재 영향

CJ CGV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비슷한 시기 회사채 공모를 진행한 기업들이 줄줄이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해 증액 발행에 나선 가운데, CJ CGV만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CJ CGV를 둘러싸고 누적된 각종 악재가 시장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 결과다.

CJ CGV 외면하는 투자자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달 KB증권 단독 주관으로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30년 만기에 2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이었고, 신용등급은 BBB+였다.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만기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당초와 동일 조건으로 상환을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채권이다. 이 같은 특성을 따 통상 '영구채'라고도 불린다.

CJ CGV의 공모 수요예측 당시 들어온 매수 주문은 100억원, 경쟁률은 0.25 대 1에 불과했다. 최초 모집액 400억원 중 300억원이 미매각된 것이다. 이에 CJ CGV는 최대 800억원까지 열어 뒀던 한도를 채우지 못하고 최초 모집액만큼만 영구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 성적이 부진했던 탓에 발행 금리는 희망 밴드(5.80~6.10%) 최상단으로 정해졌다.

CJ CGV는 앞서 지난해에도 대규모 회사채 미매각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24년 3월 CJ CGV가 1,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을 때, 실제 들어온 주문은 240억원 규모에 그쳤다. 발행 물량의 약 80%가 미매각으로 남게 된 것이다. 경쟁률은 0.20 대 1에 불과했다.

쓴맛 본 건 CJ CGV뿐?

시장은 투자자들이 CJ CGV에 특히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회사채 공모를 진행한 기업들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KB증권이 최초 3,000억원으로 모집한 회사채의 수요예측에는 1조7,5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다. 이에 KB증권은 6,000억 한도를 꽉 채워 회사채를 증액 발행했다. 신용등급은 AA+, 만기 구조는 2년물과 3년물이었으며, 전 트렌치에서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민평금리를 밑도는 '언더 발행'이 이뤄졌다.

같은 달 진행된 우리금융 회사채 공모에도 막대한 투자 수요가 유입됐다. 우리금융의 신종자본증권은 최초 모집 2,7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에서 7,940억원의 주문을 받았고, 4,000억원 한도를 채워 발행됐다. 신용등급 AA-에 5년 콜옵션 조건이다. 제시된 희망 금리 밴드는 3.30~3.90% 수준이었으며, 최종 발행금리는 3.450%로 결정됐다.

메리츠금융이 지난달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 역시 흥행했다. 신용등급 AA인 메리츠금융이 2년 만기로 내놓은 회사채는 최초 모집 1,000억원에 9,750억원의 주문이 쏠리며 9.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함께 진행된 1년물의 경쟁률은 7.56 대 1로 집계됐다. 이에 메리츠금융은 1년물 800억원, 2년물 2,000억원 등 총 2,800억원으로 회사채를 증액 발행했다. 같은 달 GS리테일의 2년물 회사채 수요예측도 최초 모집 400억원에 3,7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9.25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함께 나온 3년물의 경쟁률은 8.33대 1 수준이었다.

누적된 악재로 투자 심리 위축돼

CJ CGV가 이 같은 회사채 시장 '훈풍' 속에서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은 공모를 앞두고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소식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초 지난달 초로 예정돼 있던 롯데손보의 900억원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는 현재 금융당국에 의해 막힌 상태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은 만기가 수십 년으로 길지만, 콜옵션 조항에 따라 발행 후 수년 내로 상환이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각각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도 뜻밖의 소식이었다. CJ CGV와 함께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의 '3강 구도'를 구축해 온 이들 기업이 손을 잡으면서 CJ CGV의 업계 1위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현재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쇼핑이 지분 86.37%를 보유한 롯데그룹의 계열사이며, 메가박스중앙은 중앙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이 지분율 95.98%의 최대주주다. 현재 양 사는 신규 투자 유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J CGV의 아시아 지역 영화관 관리지주사인 CGI홀딩스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아시아 시네마 그룹(미래에셋증권 PE본부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CGI홀딩스 지분 17.58%의 강제 경영권 매각(드래그얼롱) 행사 가능 시기가 임박하면서, CJ CGV가 가진 나머지 CGI홀딩스 지분이 한꺼번에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CJ CGV는 아시아 사업 경영권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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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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