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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요 사라지자 미국 옥수수 가격 폭락, 세계 곡물시장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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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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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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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옥수수 가격 방어 실패
中 수요 감소로 세계 수급 구조 위태
국제 정세 겹치며 시장 불안감 가중

미국산 옥수수 가격이 최근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이 올해 초부터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미국의 곡물 수출 구조에 균열이 생겼고, 미드웨스트 농가의 수익성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 정세 불안과 기후 변수까지 겹치면서 세계 곡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 또한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가격 폭락에 농가 수익 악화 불가피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4년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의 옥수수 수출량은 총 5,154만 톤(t)으로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수입량은 447만 t으로 지난해보다 2.5배 증가했다. 유럽과 아프리카 역시 각각 328만 t, 159만 t을 수입하며 전년도 수십만 t에서 크게 증가한 수입량을 보였다.

과거 미국산 곡물의 4대 수입국 중 하나였던 중국은 이 기간 거의 사들이지 않았다. 이는 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변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취임 이후에는 실제 지난 4월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 인상했다. 중국 역시 이에 대응해 미국산 대두, 옥수수, 닭고기 등에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은 지난달 고위급 회담을 통해 90일의 관세 유예에 합의한 상태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국산 곡물 수입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이를 소화하지 않으면서 지난 1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옥수수 선물은 일시 부셸당 약 4.20달러로 6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의 전략적 구매 축소는 단기적인 무역 보복 성격을 넘어 곡물 수입 구조 전반의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파급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등으로 곡물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자국 내 자급률 확대 또한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된다면, 미국 곡물의 중장기 수요는 감소세를 피하기 어렵다.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가격 변동성 또한 심화하는 구조다.

이에 미국 내 최대 곡물 생산지인 미드웨스트 지역 농가들의 피해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해당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치적 기반으로 꼽힌다. 하지만 옥수수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러한 정치적 기반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미국 내 정치권의 주된 시각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대두 농장/사진=미국 농무부

공급량 일정, 소비처 줄며 재고 부담 커져

중국의 미국산 곡물 수입 중단에 따른 여파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기존 수출량을 감당하던 최대 수요국이 빠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내 재고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곡물 가격 전반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는 물론 대두, 밀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영향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서도 거래량이 많고 유통 주기가 짧은 상품일수록 큰 가격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도 수입처 다변화 및 대체 품목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이 줄어들면, 전체적으로 극동아시아행 농산물 선복도 감소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한국이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기 위한 선복을 확보하는 것 또한 점점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고려해 글로벌 생산 동향 및 수급 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 옥수수 수입 시장에서 미국은 3위 수입국으로 250만 t, 전체 수입량의 22%를 공급했다. 대두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총 58만 t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2022년도 식품수급표에 의하면 대두의 국내 자급률은 7.7%에 불과해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가 단기적인 전략 수정 압박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연관 산업계는 물가 방어책 마련 고심

중국의 수요 이탈이라는 변수 외에도, 최근 곡물 시장의 불안정성은 국제 정세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흑해 수출 경로 차질,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 유럽 지역의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곡물 가격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옥수수 수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인 만큼 전쟁에 따른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한 공급 불안에서 매우 중대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곡물 가격의 변동성은 단순히 농산물 시장에 그치지 않고 식품 제조업, 축산, 에너지 산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곡물은 가공식품의 주원료일 뿐 아니라 가축 사료 및 바이오에탄올 생산의 핵심 투입재이기 때문이다. 옥수수, 대두, 밀 등의 가격이 오르면, 축산물과 식음료 가격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이는 곡물 시장이 출렁일수록 소비자 물가도 함께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곡물 가격 자체보다는 안정적 수급에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장기 공급 계약 확대, 국가 간 전략비축 강화, 대체 원료 탐색 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현시점에서는 어느 한 전략만으로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향후 곡물 시장은 단기적인 수급보다는 중장기 예측 불가능성을 기준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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