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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도 줄줄이 미끄러졌다, 위기의 국내 홈쇼핑 나란히 경영진 교체 선택한 기업들, 분위기 쇄신 노렸나 콘텐츠 커머스 강화 등 방향 전환 시도하는 업계, 효과는 '글쎄'
침체기를 맞이한 홈쇼핑 업계가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 전반이 올해 내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가라앉은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홈쇼핑 업계는 송출 플랫폼 중심축을 이동하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노력이 오히려 늪에서 발버둥을 치는 격이라는 비관적 분석이 나온다.
가라앉는 홈쇼핑 시장, 실적은 '하향곡선'
현재 홈쇼핑 업계는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태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위축, 송출 수수료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실적 역시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GS리테일 GS홈쇼핑 부문의 3분기 매출은 2,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하며 2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의 별도기준 매출은 2,551억원으로 7.4%,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68.2% 감소했다.
CJ ENM CJ온스타일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3,0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했지만, 이 역시 기저효과에 따른 것일 뿐이다. 홈쇼핑 업계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시장 도태'가 지목된다. 편의성을 앞세운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패배, 유통업계 내 주도권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각 사는 새로운 수장을 내세우고 있다. GS리테일은 김호성 홈쇼핑BU장 각자대표 사장이 물러나면서 박솔잎 전무가 홈쇼핑BU장에 올랐다. 현대홈쇼핑은 영업통으로 알려진 한광영 신임 대표를, SK스토아는 박정민 SK엠앤서비스 대표를 선임했다. KT알파는 조성수 대표 후임으로 박승표 CJ온스타일 TV커머스사업부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무모한 변신 꾀하는 홈쇼핑, 의미 있을까
홈쇼핑 업계는 경영진 교체 외에도 수많은 생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로 대표되는 MZ세대 공략이다. 이들은 유통 시장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모바일 라이브, 유튜브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재미'를 중시하는 이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예능 등 맞춤형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롯데홈쇼핑은 자체 유튜브 예능 채널 ‘내내스튜디오’를 활용해 혜택 협상 예능 ‘강남의 덤덤’ 등 콘텐츠 커머스를 진행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4월부터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가격 협상을 하는 콘셉트의 유튜브 예능 ‘앞광고 제작소’를 업로드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2021년 5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라이브쇼’를 론칭한 이후로 △브티나는 생활 △잘사는 언니들 △엣지쇼 △맘만하니 △환승뷰티 등 커머스용 콘텐츠를 다수 공개했다.
문제는 라이브·콘텐츠 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콘텐츠 조회수 대비 거래액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를 실제 구매로 연결 짓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차후 콘텐츠 분야에 무작정 투자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어디까지나 현재 홈쇼핑 시장의 주요 고객은 경제력이 있는 5060세대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는 기존 사업을 아예 떠날 수도, 신사업을 놓을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