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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비스물가 상승세 및 견고한 고용시장에 인플레이션 굳어질 수도 다만 골드만삭스 등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3월 금리인하 높게 봐 금리선물시장, 미 국채시장, 뉴욕증시 등 시장에서도 금리인하 기대감 선반영 중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년 6월에서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서비스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와 견고한 고용시장 등의 영향으로 연준이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장에선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고,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내년 3월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론 제기한 '모건스탠리'
20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제시하며 내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나 돼서야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자들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Overdone)”고 지적했다. 이어 젠트너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하락하는데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난 뒤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6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과도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젠트너는 시장의 예측과 달리 미국의 서비스 물가가 향후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를 더디게 만들고, 여기에 미국 고용시장마저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비농업 데이터만으로 노동 시장이 약화됐다는 근거를 찾긴 어렵다”면서 “이는 연준의 3월 금리인하 전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물가 둔화세가 약화되고 실물 경제 체력이 건실하다면 연준이 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부 연준 인사도 최근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은 그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것처럼 보인다”며 3월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조금 앞서 나가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대세는 "내년 세 차례 금리인하"
이에 반해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내년도 정책금리 전망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인하 폭을 당초 예상보다 더 키우면서 연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내년 3월부터 꾸준히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FOMC에서 첫 인하가 시작되고, 이후 5월 6월 FOMC까지 3연속 인하, 이후에는 분기별 1회씩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FOMC 이전만 하더라도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내년 4분기로 점쳤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리(Barclays)도 12월 FOMC 직전 내년 12월에 단 한 차례의 인하를 예상했다가 3차례 인하로 급선회했다. 바클리 관계자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둔화와 함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연준이 내년 첫 인하 이후 추가로 두 차례 더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과 도이체방크도 연준의 내년도 금리인하 시점을 기존 7월에서 6월로 앞당겼으며, 인하 횟수도 총 다섯 차례로 늘렸다. 이와 관련해 아담 사르한 50파크 인베스트먼츠 CEO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나면서 현재 월가에선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만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평가했다.
내년 3월 금리인하 시작할 확률 70% 넘어
이런 가운데 현재 시장에선 내년 3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3월 정책금리를 0.25%p 이상 인하할 확률은 70%를 넘어섰다. 심지어 내년 5월까지 50bp 인하 가능성도 70%대로 올라섰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금리인하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7% 하락한 3만7,082.0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7% 떨어진 4,698.35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50% 밀린 1만4,777.9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낙폭이 크긴 했지만,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 모두 전날까지 9거래일 동안 연속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채시장 역시 금리 하락세가 뚜렷하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7bp 떨어진 3.86%를 기록하면서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 10월 중순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5%를 넘어서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가 뒤바뀐 건 지난 13일 FOMC 회의에서 발표된 점도표에서 연준이 내년도 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하면서부터다. FOMC 참석자들은 내년 말 정책금리가 연 4.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도 3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지난 9월 FOMC에서 이 수치가 5.1%였던 것과 비교하면 예상보다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