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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까지 누적부채 약 18조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 구축에만 1.2조원 투입된 중부내륙선, 올해 수익 고작 7억원에 그쳐 ‘정부 정책’ 따라 운영되는 철도사업 공공성이 적자 고착화의 주요 원인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주요 노선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하위 10개 노선의 경우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부채만 약 16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은 2017년 처음 영업손실로 전환한 이후 적자 고착화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적자 고착화의 근본 원인이 12년간 동결된 운행요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거리두기를 위한 한정 좌석 판매 등 정부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 계수'로 살펴본 코레일의 적자 실태
지난해 코레일 노선별 영업계수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 노선 24개 중 22개 노선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연간 화물·승객 수송에 드는 비용이 수익보다 많은 영향이다. 영업계수는 노선 운용에 드는 비용 대비 수익에 100을 곱한 지표로 100 이상이면 영업손실, 100 이하면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정선선의 영업계수는 1,260으로 최악의 노선으로 꼽혔다. 1,260원의 비용을 들여 100원을 번 셈이다. 여기에 중부내륙선(875.9)과 충북선(529.2), 장항선(255.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영업계수 하위 10개 노선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흑자 전환하지 못했다.
지난해 개통한 중부내륙선마저 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부내륙선의 철도 운용에는 총 61억원이 들어갔지만, 수익은 고작 7억원에 불과했다. 실제 개통 후 100일간 중부내륙선의 하루 평균 열차이용객은 450명에 그쳤다. 총 380명을 태울 수 있는 열차의 하루 수송편이 8번인 점을 감안하면 열차당 55명(14.4%)만 태운 셈이다.
노선 전체로 볼 때 지난해 연말까지 코레일의 누적부채는 약 18조원으로, 6년 전보다 3조8,659억원 늘었고, 부채 비율은 280%로 작년보다 57%p 증가했다. 업계는 향후에도 코레일의 적자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이 제출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예상되는 당기순손실 규모만 1조2,0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론 올해 3,929억원, 내년 5,395억원, 2025년 2,765억원을 기록한 뒤 2026년에야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서도 ‘최하위’, 적자 고착화의 근본 원인은?
코레일의 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레일은 2015년 유사 조직·업무 통폐합과 수익관리시스템 도입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8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2021년에는 연간 적자폭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누적 적자가 불어나자 코레일은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3~2027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에서 ‘재무 위험 공기업’ 14곳 중 13위에 올랐다. 또 지난 6월에는 정부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최하위인 ‘E(아주 미흡)’등급을 받기도 했다. 평가 대상 공기업 31곳 중 E등급은 코레일이 유일하다. 정부는 E등급 대상 공기업에 성과급 지급을 제한하고, 내년 예산에서 일정 부분을 삭감한다.
다만 코레일 만성 적자와 관련해선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배제하고 논하긴 어렵다. KTX 고속열차나 새마을호 등 열차요금이 2011년 4.9% 인상을 마지막으로 이후 12년째 동결 중이기 때문이다. 열차요금이나 전기요금 등 공공서비스 가격은 사실상 최대주주인 정부에 따라 움직인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 기간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창가 좌석만 판매하는 바람에 적자폭이 더 커졌다.
일각에선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도 나오지만, 코레일의 평균임금을 살펴보면 근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 지난해 기준 코레일 일반정규직 평균 연봉(6,910만원)은 전체 36개 공기업 중 최하위권인 33위에 불과했다. 같은 재무위험기관에 포함된 한국가스공사(8,722만원)이나 한국전력(8,496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을 분리한 이후 적자가 고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04년 당시 정부는 코레일이 운영을, 철도공단이 건설 및 유지관리 맡는 상하분리 정책을 단행한 바 있다. 이어 2013년엔 수평분리를 단행하며 코레일만 가지고 있던 운영권을 SR에게도 나눠줬고, 이후 2016년 수서발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SRT 운행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코레일-SR 간 경쟁체제가 성립됐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체제 도입이 연간 400억원이 넘는 중복비용 등의 비효율성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코레일은 SRT 개통 이듬해인 2017년 4,699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이후 적자구조에 빠졌다. 이에 대해 철도 업계 관계자는 “SR 분리 이전까지 흑자와 적자를 오갔던 코레일은 SR 분리 이후 적자가 심화됐고, 코로나 이후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