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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난해 '역대 최대' 100조원 벌었다, 2022년과 대조적 실상은 처참, '22~'23 실질수익률 1%·코스피 상승률 하회 안 그래도 부족한 연기금, 위탁 운영 등도 적극 고려해야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기금 운용으로 100조원이 넘는 수익금을 벌어들였다. 지난 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성과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반등에 성공했다며 자축하고 있지만 실상은 재작년의 처참한 성적을 보완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외 증시 훈풍에 연기금 수익률 급등
지난 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이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연간 수익금은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적립 기금 규모는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연간 수익률 역시 12% 이상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두 자릿수 대 수익률을 기록한 건 지난 2009년(10.39%), 2010년(10.37%), 2019년(11.31%), 2021년(10.77%) 등이다. 정확한 수익률은 오는 3월 최종 집계 후 공개된다.
국민연금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은 지난해 국내외 증시 훈풍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의 수익금은 80조3,830억원이었으며, 기금 적립금은 984조1,610억원이었다. 하지만 9월 말 2,465.07에 마무리된 코스피지수가 연말에 2,655.28로 급등하자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견인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글로벌 증시가 급상승한 덕도 톡톡히 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7% 올랐으며, 나스닥지수는 43.4% 급등했다.
′22 수익률 + ′23 수익률 = 2년간의 진짜 수익률 1%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국민연금의 수익률 성적이 2년 전에 기록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겨우 회복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역대 최악의 수익률인 -8.22%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900조원 아래를 찍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입은 손실액은 무려 79조6,000억원에 달한다. 자산별 수익률 역시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로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역대 최악과 역대 최고의 수익률을 연이어 기록한 국민연금의 2년 치 합산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2022년 수익률인 -8.22%와 2023년 수익률인 12%를 합산하면, 2년간의 수익률은 고작 1.03%다. 이는 지난 2년간의 물가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물가상승률은 5.1%, 2023년 물가상승률은 3.6%로 집계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국내 증시 상승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코스피·코스닥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작년 코스피 지수는 18.7% 상승했으며, 코스닥 지수는 27.6% 급등한 바 있다.
인력도 실력도 부족한 국민연금공단, 대안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우수인력 충원과 더불어 해외투자를 현지 사무소에 전면 위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인력 규모는 적정 수준 대비 반토막 난 상태였다. 캐나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선진 연기금에서 평균 800명의 인력을 운용하는 반면, 국내는 401명에 그친 탓이다. 또 매년 4~5차례에 걸쳐 운용역을 신규 채용하고 있지만 그만큼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간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직 인력 충원율은 90.8%이며 평균 입사자는 40.7명, 퇴사자는 26.5명이다. 심지어 입사 인원보다 퇴사 인원이 많은 해도 있었다. 지난 2020년(입사 19명, 퇴사 30명)과 2023년(입사 18명, 퇴사 22명)이다.
그간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은 장기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한 만큼 우수인력 확보 및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처참한 상태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력 충원이다. 역량을 강화하고 싶어도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자리걸음하게 된다”며 시급한 인재 확보를 강조했다. 이어 “해외투자 부문에서 수익률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만큼, 현지 사무소에 투자 결정 권한을 위탁하고, 현지 투자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키울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