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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사용료·망 도매대가 협상 면제받는 알뜰폰 사업자 내년부터 고비오나, 정부 혜택 단계적 중단 정부의 이통사 제재 본격화, 하지만 희망은 있다?
알뜰폰 업계가 내년부터 수익 악화에 직면할 전망이다. 그간 면제됐던 전파사용료 납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국내 통신3사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중소 알뜰폰 사업자 봐주기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알뜰폰 사업자 메리트 사라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도입 이후 지속했던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을 올해까지만 유지한다. 이후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2025년 20%, 2026년에는 50%, 2027년부터는 100%의 전파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전파사용료는 주파수와 같은 전파자원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관리세로, 가입자당 분기별 약 1,260원이 부과되며, 전액 사업자가 부담한다. 이는 현재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지불하는 가격과 같다.
감면 혜택 중단으로 인해 알뜰폰 사업자의 영업이익에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현재 가입자 10만 명을 보유한 영세 사업자의 경우 연간 약 5억원을, 30만 명을 보유한 사업자는 약 15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알뜰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소·중견 알뜰폰 가입자는 약 381만 명으로 연간 전파사용료를 계산했을 때 총액은 약 195억원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평균 연간 영업이익이 138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막대한 손실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망 도매대가 협상도 장애물에 부딪혔다. 본래 알뜰폰 사업자의 망 도매대가 협상은 정부가 대신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망 제공사업자와 알뜰폰 간 개별 협상을 통해 도매대가를 정한다. 공정경쟁이 저해됐다고 판단할 때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도매대가율을 낮춰야 이익을 높일 수 있는데, 세부적 기준이 부재한 데다 협상력 열위에 있는 알뜰폰 입장에선 도매대가 인하를 이끌어내기가 사실상 어렵다.
알뜰폰 업계는 거대 이통사의 대항마로 성장한 알뜰폰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끊겨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가입자당평균매출을 고려했을 때 국내 통신3사에 비해 알뜰폰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며 “알뜰폰 시장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전파사용료를 차등 분담하는 등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파사용료 면제 연장될 수도
다만 알뜰폰 업계에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내 이통사의 가격 담합과 허위 광고를 지적한 뒤로 정부의 칼날이 이통사에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 사건’에 대해 조만간 제재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사는 이미 마무리돼 심사보고서 발송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이통사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국내 통신3사에 대한 제재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알뜰폰 전파사용료 면제 정책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이통사의 가격 담합 사건이 역대 정부에서 해왔던 대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최근 은행권의 동향을 볼 때 해당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현재 국내 대표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 윤 대통령이 지적했던 '담보대출 담합 혐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4대 은행에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심의를 열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 속한 은행과 관련된 대형 사건에서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심사보고서를 발송한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며 “정부가 작심하고 칼을 빼 든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