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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아파트 '안전진단 패스트트랙' 마련, 정비 장벽 낮췄다 "시장 부양해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세제 혜택 대폭 강화 경기 회복 후 가격 폭증 우려 쏟아져, 일각서는 실효성 의문도
준공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의 '안전진단 장벽'이 허물어진다. 10일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안전진단 완화 △재개발 사업 추진 요건 완화 △초과이익 부담금 경감 △비아파트 세제 부담 완화 등 수많은 완화책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시장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아파트 재개발 장벽 대폭 완화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번째 장벽으로 꼽힌다. 안전진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단지는 어쩔 수 없이 사업 방식을 리모델링으로 변경하거나, 재개발 사업을 미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준공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안전진단 패스트트랙'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패스트트랙은 안전진단 없이도 본격적인 재개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안전진단 폐지'로 해석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 추진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노후도 요건을 60%까지 완화하고, 촉진지구 지정 시 50%로 낮추기로 했다. 접도율, 밀도 등은 사업 추진 요건에서 사실상 제외된다. 정부는 오는 4월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개정, 이 같은 방안을 현실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노후도를 비롯한 재개발 사업 요건이 완화되면 차후 소규모 개별 정비 사업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관련 부담금 경감 방안도 제시됐다. 부담금 산정 시 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비용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일반 정비사업 진행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소규모 정비사업 또는 도심복합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소규모 정비사업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접한 시장은 눈에 띄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안전진단의 장벽에 가로막힌 사업장이 다수 위치한 서울시 노원, 강남, 강서, 도봉 등에서는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라는 평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정비사업 제도 개선을 통해 2027년까지 총 95만 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내 재건축 가능 가구는 약 55만 가구, 지방은 20만 가구로 추산된다. 재개발의 경우 수도권은 14만 가구, 지방은 6만 가구다.
"오피스텔 세제 완화" 비아파트 부양 폭탄선언
이번 정부안에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 외에도 수많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담겼다. 특히 시장은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주택을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주택·빌라·도시형생활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구매할 경우, 이를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단 기존 1주택자가 주택을 추가 구입할 경우 1가구 1주택 특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이 같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앞세운 것은 휘청이는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3,703실로, 2011년(3,052실) 후 13년 만에 최저치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1~11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3,868가구로 2022년(4만2,803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비아파트 시장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져가는 가운데, 정부의 완화책을 접한 업계는 "도심 비아파트 시장 숨통이 트였다"며 본격적인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무조건 완화' 정책이 차후 집값 폭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피스텔을 아무리 많이 사들여도 보유세 부담이 없는 환경, 즉 투기에 이상적인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차후 비아파트 중심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은 물론, 다주택자가 양산될 위험마저 있다고 본다. 이번 방안에 담긴 정비사업 완화책 역시 당장 불필요한 '과잉 개발'을 유도, 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격한 변화는 없다? 일각에선 '실효성 의문'
파격적인 완화 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책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공사비가 급등한 가운데, 안전진단 완화만으로 정비사업을 촉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 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53.37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120.2) 대비 27.6%가량 뛴 수치다.
공사비가 뛰면 재개발 조합원의 분담금 역시 상승하게 된다. 결국 분담금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한 단지는 규제가 완화돼도 사업 진척이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안전진단 규제 완화 이후에도 다수의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사업 진척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 각지에서 '정비사업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아파트 세제 완화책 역시 고금리 상황에서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리가 큰 폭으로 내리지 않는 한 미분양 주택, 빌라, 오피스텔 등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오피스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은 연 3~5% 수준으로, 최근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는 투자 메리트가 작은 편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시장의 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