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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방안 못 찾는 AC들, 출구전략도 '미비'한 수준 AC 잠식 가속화, 기업들의 '내실 집중' 선언 이면엔 "가능성 완전히 닫진 않았지만, 주저하는 분위기는 여전"
국내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결성했던 투자조합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뚜렷한 회수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업계 전반이 침몰하는 분위기다. AC 생태계 활성화로 투자조합 결성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다수 있었던 만큼 회수 방안 마련 및 이를 통한 '지속 가능한 AC 생태계' 구축을 고민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진다.
만기일 다가오는데, AC는 '침몰 직전'
1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공시된 1,220개 벤처·개인투자조합 중 만기가 지났거나 올해 만기를 앞둔 개인투자조합 수가 81개로 집계됐다. AC는 2020년 9월까지는 당시 제도로 인해 자본금 또는 결성한 개인투자조합의 최소 40%를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한 바 있으며, 이후 벤처투자조합 설립이 허용됐다. 80여 개 조합이 주로 결성된 2017~18년도 개인투자조합 평균 결성액이 약 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산술로 최소 480억원의 투자금 회수가 필요한 셈이다. 다만 피투자기업이 성장하며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실제 회수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산 시점까지 회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출자자(LP) 간 합의를 거쳐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일종의 보험 성격이지만, 지분 회수로 출자자에 수익을 돌려주는 게 조합 목적이란 점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이라 볼 순 없다. 국내 주요 AC인 퓨처플레이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모두 2016년에 처음 결성한 개인투자조합이 지난해 말소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청산 시점을 연장했다. 두 회사는 현재 청산 시점과 회수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투자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포트폴리오사의 기업공개(IPO) 또는 벤처캐피털(VC) 업계의 구주 모두 쉽지 않은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만기가 도달하는 투자조합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AC 제도가 시행된 2017년부터 개인투자조합 결성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중기부에 따르면 개인투자조합 신규 결성 규모는 2017년 982억원에서 2022년 6,800억원(잠정)으로 5년 동안 7배나 급증했다. 중기부도 이를 감안해 최근 모집 중인 2024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지역AC 세컨더리 유형을 신설했다. 약정 총액의 60% 이상을 지역 소재 AC 등이 1년 이상 보유한 국내·중소벤처기업 주식에 인수에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자펀드 결성 목표액이 167억원에 그쳐 AC 출자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조합 결성 추이를 보고 만기 도래 규모를 짐작할 뿐 세컨더리펀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통계도 미비한 상황이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돈맥경화에 '속수무책', 타개책 마련에도 '한숨'
업계에서 지속적인 타개책 마련을 도모하고 있지만, AC의 잠식은 점차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돈맥경화가 심화하면서 AC들의 출구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 탓이다. 다수 AC가 올해 IPO나 상장에 도전하기보단 본업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겠다 선언하고 나선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침몰하는 업계 분위기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태도나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내년께 다시 도전을 타진하는 게 위험부담이 적다는 판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상장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곳도 많지만, 이들도 결국 완전한 시기는 미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업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가능성을 열어둔 AC는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퓨처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퓨처플레이는 지난 2022년 상장에 도전한다 밝히고 상장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선정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홈앤쇼핑, 레드힐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KT 등으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선 것이지만, 퓨처플레이는 이후 예비 심사 청구서 제출을 미루고 대신 VC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 같은 업계 분위기에 대해 AC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번 좌절 사례가 생기다 보니, 코스닥 상장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 당장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주저하는 분위기”라며 “씨엔티테크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이기도 하고, 푸드테크라는 본사업이 있으니 수월한 편이라 자신들과 다른 예외의 경우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