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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맨 퇴사에 11번가 IPO 무산 위기, SK스퀘어 경영권 포기했나
콜옵션 포기로 FI에 공 넘긴 SK스퀘어, "IPO는 작년 초 이미 중단 분위기"
기업가치 급락에 자체 매각 부담↑, FI 주체 매각으로 SK스퀘어 부담 덜까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당초 11번가는 재무적투자자(FI) 주도의 강제매각 수순에도 IPO를 추진한단 방침이었으나, IPO의 키맨으로 꼽히던 김태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회사를 떠나면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단 평가가 나온다.
11번가 김태완 CSO 사임, IPO전략팀도 해체
27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IPO전략팀을 이끌던 김태완 CSO가 지난 24일 사임했다. 이에 따라 IPO전략팀도 해체됐다. 김 CSO는 그간 11번가에서 IPO 전략 수립과 외부 투자자 대상 IR 업무 등을 총괄하며 IPO 키맨으로 꼽혀왔다. 김 CSO의 사임은 11번가의 IPO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을 반영하는 결과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SK스퀘어가 경영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한 이후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사줘야 하는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회사가 FI에 의해 강제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SK스퀘어는 2018년 사모펀드(PEF)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5,000억원을 유치하면서 지난해 9월까지 IPO 등을 통한 투자회수를 약속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원금에 연이율 3.5%의 웃돈을 붙여 되사오는 콜옵션을 내걸었으며, SK스퀘어가 이를 포기할 경우 FI가 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80.3%)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IPO에 이어 매각까지 불발되면서 투자회수는 실패로 마무리됐고,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가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콜옵션을 포기했다. 이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한 데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 유치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500억원에 달했으나 상장 시점엔 1조원 안팎까지, 현시점엔 5,000억원가량까지 하락했다. 결국 5년 전 가격으로 지분을 되사는 건 손해라는 반발 여론을 의식해 공을 FI로 넘기고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 셈이다.
11번가, 지난해 이미 IPO 중단 상태였나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SK스퀘어가 사실상 지난해 초 IPO를 사전 포기한 상태였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내부적으로 IPO 중단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김 CSO와의 계약 기간을 기다리며 일종의 반전을 기대해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1월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까지 IPO를 잠정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수개월간 실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단계였으나 이 작업을 중단한 것이다.
당시 기업가치가 절반 이상 깎여나간 탓에 이를 회복할 시간을 벌겠단 취지라고 SK스퀘어 측은 설명했지만,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짜낼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시기 이미 IPO는 완전 중단을 결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콜옵션 포기는 매각 위한 명분? "매각 주체 옮긴 것"
콜옵션 포기를 매각을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현시점에 딜을 성사시켰다간 SK스퀘어를 둘러싼 주주들의 원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 콜옵션을 포기, 매각 주체를 FI로 전환해 부담을 덜어낸 것일 수 있단 설명이다. 이 경우 FI가 빠른 투자금 회수를 위해 강제로 회사를 넘겼다는 명분을 시장에 내세울 수 있고, '조건상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임직원 사이의 동요를 잠재우기도 수월해진다.
물론 워터폴 조항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워터폴은 드래그얼롱이 행사될 경우 FI가 우선적으로 투자 원금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가령 FI가 11번가를 5,000억원에 매각하면 FI는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지만 SK스퀘어는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드래그얼롱에는 SK스퀘어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사전에 SK스퀘어 측과 FI 측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추후 SK스퀘어가 큐텐과 재협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매각의 키가 SK스퀘어에서 FI로 넘어간 것일 뿐 사실상 달라진 건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