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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 후 1년, 이용 금액 '10조원'
"서민 금융 지원은 어디에" 제2금융권 내 실효성 부족해
은행권 내에서도 수요 양극화, 최대 수혜자는 인터넷은행
지난해 5월 출시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원스톱 대출 비교 및 갈아타기)'를 통해 1년간 10조원이 넘는 대출이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20만 명 이상의 차주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유의미한 이자 비용 절감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의 '수요 편중'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순항하는 대환대출 서비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누적 기준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자 수는 20만2,461명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상품으로 이동한 대출 규모는 총 10조1,058억원에 달했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는 자신의 소득·직장·자산 정보 등을 입력한 뒤 각 금융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조건을 한꺼번에 비교, 간편하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이다.
대출 이동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용대출의 경우 총 16만8,254명의 차주가 3조9,727억원 규모 대출을 갈아타기했다. 주택담보대출 부문에서는 2만4,721명의 차주가 4조5,400억원 규모 대출을 이동했으며, 전세대출의 경우 9,486명의 차주가 1조5,931억원 규모 대출을 갈아타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 이용자의 기존 대출금리 대비 인하 폭은 평균 1.52%p며, 1인당 연간 이자비용 절감액은 평균 162만원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부터 전세대출 갈아타기 이용 대상을 임대차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차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임대차 기간이 절반 이상 남아 있어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운영 시간대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밤 10시로 늘리기로 했다. 시세 조회가 어려워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던 주거용 오피스텔, 빌라 담보대출의 갈아타기 서비스는 오는 9월부터 본격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 대환대출은 '증발'
한편 일각에서는 대환대출 서비스가 서민 금융 지원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몰려 있는 제2금융권 내에서는 사실상 대환대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 기준 보험·저축은행·캐피털사 중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13곳에 불과하다.
제2금융권 대환대출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제2금융권의 '위기'가 지목된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제2금융권 내에서는 대환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기조가 제2금융권 전반을 휩쓴 결과다. 은행권으로의 대환을 시도하기 어려운 제2금융권 내 취약 차주들은 사실상 대환을 통한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대환대출이 위축되자 제2금융권 중도해지 수수료(고객이 대출을 만기보다 일찍 상환할 때 납부해야 하는 돈) 수익도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9곳의 저축은행들이 벌어들인 중도해지 수수료는 638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8.9% 줄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만큼, 한동안 제2금융권 내에서 대환대출 등 금리 인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환대출 수요 인터넷은행으로 몰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환대출 수요를 대거 흡수한 은행권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의 최대 수혜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앞세워 대환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주담대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여신 성장을 이룩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1분기 중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62%는 대환대출 상품에서 발생했다. 케이뱅크도 전체 신규 대출 중 67%가 아파트담보대출에서 이뤄졌다.
대환대출 서비스 성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한 1,112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전년 대비 387.5% 폭증한 5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1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토스뱅크 역시 올해 1분기 1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반면 시중은행권에는 먹구름이 꼈다.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가 흥행할수록 고객 이탈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1월 한 달 동안 5대 시중은행의 갈아타기 실적은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타행에서 약 1조3,000억원을 끌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성적표다. 은행권 내 대환대출 수요가 양극화하는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 영업망·인프라에 '무임승차'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