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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595억원 유상증자 추진? 투자자 반발에 퀄리타스 주가 20% '급락'
상당 당시 매출 16.37% 증가 예측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0.1% 줄었다"
일각선 '파두 사태' 언급도, "기술특례 상장·매출 예상치 하회 등 공통점 많아"
반도체 설계자산(IP) 개발 전문기업 퀄리타스반도체가 상장 7개월 만에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IPO(기업공개) 당시 끌어모은 공모금 306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상장 반년 만에 주주에 손을 벌리는 경영진의 행태에 퀄리타스반도체의 주가는 다음 날 20% 넘게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유상증자 결정한 퀄리타스, 총 595억원 규모
16일 업계에 따르면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 7일 59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다. 먼저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한 후 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사측은 유상증자로 모집한 자금 대부분(96%)을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를 위한 인건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주주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유상증자 발표 전날인 6일 기준 최대주주인 김두호 대표(지분율 26.5%)와 특수 관계인인 임원 5명이 전체 지분의 절반 수준인 46.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김 대표만 유상증자 배정 주식 중 5% 정도를 청약하겠다고 밝혔고 나머지는 청약 참여 의사를 전하지 않았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센 이유다. 사실상 직원 월급 줄 돈을 일반 주주 주머니에서 빼가겠단 것과 진배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 가치 희석 전망에 주가도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퀄리타스반도체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인 8일 2만4,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22.01% 하락한 수준이다. 하락세는 13일까지 이어졌다. 4거래일 연속 주가가 총 28% 하락한 것이다. 그나마 14일 2만2,700원으로 2%가량 반등하기도 했으나, 이미 회사 측이 제시한 신주 발행 예정 가격(2만3,000원)보다 낮아진 상태다. 소액 주주들은 주가가 공모가(1만7,000원) 아래까지 내려갈 가능성에 초조하다는 반응이다.
매출 예상 대비 실적 저조, 제2의 '파두 사태' 재현되나
퀄리타스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4년간 초고속 인터페이스 IP 개발을 담당한 김 대표가 2017년 설립한 기업이다. 인터페이스 IP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간 정보를 빠르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 2019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태계 'SAFE IP' 파트너사로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팹리스 기업과 디자인하우스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런 퀄리타스반도체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건 지난해 반도체 불황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 때문이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 향후 3개년 전망치를 담은 손익계산서를 제출했는데, 실제 지난해 실적은 전망치에 크게 못 미쳤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매출은 2022년 108억원 대비 2023년 126억원으로 16.3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지난해 실제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한 108억원에 머물렀다. 37억원에서 54억원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던 영업손실도 112억원으로 상승 폭이 컸다.
다만 어려운 상황과는 별개로 상장 7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건 과도한 자금 조달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이번 유상증자 규모인 595억원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입성 당시 조달한 306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게다가 기업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공모자금 등 미사용자금이 251억원가량 남아 있는 상태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증권가에선 퀄리타스반도체의 행태가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파두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파두와 퀄리타스반도체는 모두 당장의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아도 기술력이 있을 경우 상장을 허용하는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기술특례 상장)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했는데, 두 기업 모두 상장 후 드러난 실제 실적은 회사 측이 제시한 예상치보다 더 나빴기 때문이다.
파두는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며 연 매출 예상치를 1,20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지난해 연 매출은 224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파두는 장 직전인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를 감추고 예상치를 부풀려 상장했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퀄리타스반도체 역시 상술했듯 투자설명서에 제시한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놨다. 여러모로 두 기업은 닮은꼴인 셈이다.
삼성 납품 등 기술력 강조했지만, "신뢰 다시 얻기는 힘들 듯"
이에 퀄리타스반도체 측은 자사의 기술력 수준을 강조하며 뻥튀기 논란을 진화하는 모양새다. AI 시장 개화에 초고속 인터페이스 IP 제품군을 확대하며 고객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게 골자다. 관계자에 따르면 퀄리타스반도체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규격인 PCIe 6.0 파이(PHY) IP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국내에선 최초로, 세계로는 7번째로 100G급 세데스(100Gb/s) 속도로 PCle 6.0 PHY 회로 기술을 확보하겠단 것이다.
PCIe는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인터페이스로, CXL은 PCIe 기반으로 CPU와 GPU, 가속기 등 여러 장치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퀄리타스반도체는 PCIe 5.0까지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Pcle 4.0은 16Gb/s, Pcle 5.0은 32Gb/s, Pcle 6.0은 64Gb/s 속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IP를 공급하고 있음을 거듭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 2019년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협업 생태계인 'SAFE IP' 핵심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음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하다. IPO 1년 이내의 매출 전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술특례 상장 이후 실적 급감을 기록한 기업에 더 이상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각종 선례가 상처로 남은 시점에서 일찍이 비슷한 약점을 노출한 퀄리타스반도체가 다시금 시장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