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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기 연속 적자, 하반기 흑자전환 목표
C레벨 전원 거취 맡기고 일부 직급은 폐지
올해 흑자 실패 시엔 연봉 동결 '배수진'도
SK온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조직 효율화를 통해 흑자 전환 달성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속도감 있게 대응해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채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석희 SK온 CEO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SK온은 1일 오전 8시 전체 임원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임원회의는 각 지역에 분포된 사업장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됐으며, 임원들은 회사의 경영상태와 조직개편 방향을 공유했다. SK온은 변화된 경영환경을 반영해 업무영역과 진행절차, 그에 따른 자원 배분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변화가 필요한 모든 영역을 과감하게 바꿀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다. 아울러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외 연내 한 번이라도 흑자 달성을 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은 동결된다. 이와 더불어 임원들에게 주어진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한다. 현재 시행 중인 해외 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오전 7시 출근 등도 지속할 예정이다.
다만 SK온은 핵심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고객사에 대한 상시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영업 조직을 권역별로 분리·강화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SK온은 '기본'에 충실한 기업문화를 위해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을 각자 결정하는 유연근무제도는 유지하되, 근무 시간에는 업무에 몰입하고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재택보다는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이석희 SK온 CEO는 "임원과 리더들부터 위기 상황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하겠다"며 "경영층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글로벌 제조기업으로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라며 "우리 모두 '자강불식'의 정신으로 패기 있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 통폐합 등 복수 시나리오 동시 실행 가능성↑
SK온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SK 구하기'를 위한 그룹 차원의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로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계열사 간 통폐합 및 매각 절차가 복수로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은 기정사실화 한 분위기다. 도시가스판매업을 영위하는 SK E&S는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업무 연관성이 큰 데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3,327억원을 낸 알짜회사라는 점에서 SK온 투자재원 마련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업계에선 양사 합병이 올해 11월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 매각' 등의 시나리오도 병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3조396억원에서 2023년 말 50조7,592억원으로 급증한 만큼, 단일 해법만으로는 리스크를 털기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복수의 시나리오를 한꺼번에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미 등 배터리 공장 투자 속도 조절도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해외 공장의 투자 시기 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포드가 12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면서 SK온은 이미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 계획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켄터키 2공장의 정확한 가동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SK온은 올해 중국 옌청과 헝가리 이반차 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으며 내년엔 블루오벌SK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와 합작한 조지아 공장도 2025년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기 예정된 투자 시기를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줄어든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SK온의 숙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온의 미국 공장 가동률은 10%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북미 지역 생산능력은 현재 22GWh인데, 이 숫자는 내년 139GWh로 증가할 전망이다. SK온은 조지아 2공장의 포드 전용 생산 설비를 현대차용으로 전면 개편하고, 3분기부터 양산을 추진해 미국 공장 가동률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살리기에 방점이 찍힌 현재, 그룹의 리밸런싱 밑그림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SK온을 중심으로 여러 배터리 소재 및 부품사 등 전기차 수직 밸류체인을 구축한 SK그룹 입장에서 SK온으로 인해 전체 밸류체인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즉 밸류체인에서 나오는 시너지는 극대화하되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자강할 수 있도록 생존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적자 늘어난 SK온, 이자비용 역대 최대
SK온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캐즘 극복 시기가 언제가 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SK온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SK온의 재무 상태는 심각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분기 적자 폭이 확대된 SK온의 1분기 이자비용은 1,780억원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난 규모다. SK온의 이자비용은 2022년 1분기 206억원을 기점으로 8분기 연속 증가세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이자비용만 6,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SK온은 지난 3월 3,000억원 규모의 원화 공모채와 기업어음(CP)을 각각 발행했다.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도 지난 1월 5억 달러(약 6,734억원) 규모의 녹색채권(그린본드)을 찍었다. 이로 인해 SK온의 총차입금은 3개월 만에 2조4,000억원 이상 증가해 1분기 말 19조원을 넘겼고, 순차입금도 15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까지 꾸준히 줄어들던 SK온의 적자 폭이 올해 1분기에 다시 확대됐다는 점이다. SK온은 판가 하락과 고객사 재고조정 영향으로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손실 규모가 직전 분기(186억원)의 약 18배에 달했다. 흑자 전환 시기가 늦어지는 가운데 설비투자(CAPEX)와 운전자금 부담이 이어지면 또다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른 시일 안에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