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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 지원 모범 사례' 공동 적용키로
거래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거래소별로 새로운 심사 요건 따라 재심사 진행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공개했다. 모범사례가 발표됨에 따라 오는 이달 중순부터 거래소들은 기존 가상자산에 대한 재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6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시에 무더기로 상장 폐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거래소 공통 지침으로 도입, 핵심은 형식적·질적 심사 요건 적용
2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0개사와 DAXA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간 공통으로 적용할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마련하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함께 오는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DAXA는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 국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2022년 발족한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참여했다.
이번 모범사례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입법 과정에서 국회가 제시한 부대의견의 이행을 위해 마련 공통 지침으로 거래지원(상장) 심사 요건과 심사 절차, 적격 해외 가상자산시장 대체 심사 방안, 거래소의 정보 공개, 거래지원 수수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다. 특히 이 중 모범사례의 골자는 신규·기존 가상자산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적용하는 형식적·질적 심사 요건의 도입이다.
형식적 심사 요건은 부적격 요건으로서 하나라도 발생할 경우 상장이 불가하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발행사가 발행량, 유통량, 사업계획 등을 공시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 변경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또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해킹 등 보안사고,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경우도 상장이 불가하다. 질적 심사 요건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분기별 1회씩 유지 심사를 진행한다. 평가 항목은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번 모범사례는 참여 거래소가 거래지원 심사에 있어 공동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각 거래소는 모범사례에서 규정한 사항 이외에 추가 기준을 자체 마련해 운영할 수 있다. DAXA 관계자는 "기존 거래지원 중인 가상자산에 대한 심사와 상장폐지 작업은 거래소의 내규에 따르게 된다"며 "DAXA는 금융당국과 협의해 모범사례를 만들고 이를 거래소가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33개 가상자산 재심사, 유의종목 지정 등 절차에 6개월 소요
운영 지침이 될 모범사례가 발표됨에 따라 주요 거래소들은 기존에 거래지원 중인 1,333여 개의 가상자산에 대한 재심사에 들어간다. DAXA에 따르면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상자산이라 하더라도 바로 거래지원을 종료하지는 않는다.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상자산을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뒤 자료 제출 등을 통해 해당 문제를 소명한 것으로 판단되면 투자 유의종목에서 해제한다. 반대로 소명이 불충분할 경우 거래지원을 종료한다.
이렇게 가상자산의 상장폐지 관련 프로세스는 심사·유의종목 지정·재심사 등 6개월 간의 심사 절차가 모두 종료된 다음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일시에 대규모 상장폐지가 발생할 일은 없다. DAXA는 모범사례를 적용하는 절차가 그동안 각 거래소가 진행해 온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유의종목 지정과 재심사의 절차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란 입장이다.
DAXA는 주요 질의응답을 통해 "국내 주요 거래소의 경우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지원 TF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이미 지난해 말부터 모범사례의 주요 심사 요건 등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왔다"며 "올해도 일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모범사례의 핵심 기준을 적용해 거래지원을 종료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거래지원 종료 건수는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 전문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DAXA는 "이번에 시행되는 거래지원 모범사례의 경우 부적격 요건에 한해 공개하고 있다"며 "나머지 내용의 경우 시장에서의 악용 소지로 인해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악용 소지를 이유로 구체적인 거래지원 요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거래소 운영 관련 규제도 강화
한편 이달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거래소 운영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돼 가상자산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기존에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방지에 한정됐던 금융당국의 규제 영역이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까지 확대되면서 관련 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들이 대거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된 거래소는 37곳으로 이 중 12곳이 영업 종료 또는 중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5월 말 금융당국은 영업 종료·중단 중인 가상자산거래소만 10곳이라고 밝히며 이들에 대해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했는데 이후 지닥과 큐비트가 추가로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업체 중 37.4%가 불과 1년 사이 줄폐업한 셈이다.
이런 상황은 4분기 전후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사업자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2021년 9월 금융당국이 거래소들에 대해 부여한 3년 기한의 자격 만료가 맞물려있어서다. 대부분의 거래소는 10월 전후로 강화된 규제에 맞춰 갱신 신고를 해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영업 중인 25개 거래소 중 내년 안에 10개 이내, 적게는 4~5곳만 남긴 채 대부분이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