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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11번가 FI 측에 인수의향서 제출
외형 확장 및 IPO 재시동 밑그림 노리나
1,000억 적자 고래 삼키는 '오아시스'에 우려도
지난해 증시 입성에 실패한 신선식품 플랫폼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이고 있다. 국내 3위 규모의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몸집을 극대화해 상장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당초 매각 성사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11번가가 1,000억원대의 적자를 안고 있는 만큼, 인수 후 함께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면서다.
오아시스, 11번가 인수 추진
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이달 초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오아시스 측은 회사 주식 일부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바꾸는 지분교환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FI가 이를 수용할 경우 오아시스는 별도의 자본금을 들이지 않고 인수가 가능하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현금 동원, 지분교환 등 여러 방안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인수의향서에 대한 답이 돌아와야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운용사 에이치앤큐(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FI로부터 5,0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면서 5년 뒤인 지난해 9월까지 11번가 상장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약속했다. 하지만 SK스퀘어는 이를 지키지 못했고, 그해 11월 FI의 지분을 사주기로 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마저 포기하면서 11번가는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매수자를 적극 물색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 큐텐을 시작으로 올해 초 컬리, 아마존, 롯데 등과 벌인 인수협상은 모두 결렬됐다. 이런 가운데 오아시스가 나선 것이다.
업계는 오아시스가 제안한 매각 방식이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22년 큐텐이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티몬 지분 100%를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PSA컨소시엄 등의 사모펀드가 나눠들고 있었다. 큐텐은 사모펀드들에 자사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한 신주를 주고 티몬 지분 전량을 맞교환했다. 당시 사모펀드들은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 재도전 위한 포석
오아시스가 11번가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 오아시스가 상장에 간절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IPO 재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1년 오프라인에 먼저 문을 연 오아시스마켓은 2018년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오아시스마켓을 론칭했다. 올해 1분기엔 매출 1,289억원, 영업익 62억원으로 각각 12%, 567% 신장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창업 이래 연간 영업익 흑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지난 한 해 매출은 4,754억원으로 새벽배송 라이벌인 컬리의 4분의 1 정도라 외형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오아시스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을 노렸지만 다수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 이하를 써내면서 철회했다.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 투자자가 인정한 몸값은 6,300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곧이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 상장으로 코스피 시장도 두드렸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11번가 인수 후 적자의 늪 빠질 수도
이런 가운데 오아시스가 기대하는 것은 11번가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와 셀러 인프라다. 11번가는 국내에서 쿠팡, 지마켓에 이은 이커머스 3위 사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회원 수는 5,234만 명, 판매품목 수는 3억5,000만여 종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5월 기준 오아시스 회원 수(180만 명)의 29배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11번가의 앱 월간활성이용자(MAU) 역시 1분기 월 1,300만 명 수준으로 국내 쇼핑 앱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외형도 극대화할 수 있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11번가는 공산품 위주의 오픈마켓이다. 카테고리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두 기업의 매출을 단순 합산해 실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번가 매출 8,655억원과 오아시스 매출 4,754억원을 합하면 1조3,409억원에 이른다.
다만 수익성은 또 다른 문제다. 일각에서는 지마켓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직후 손실을 거듭하는 것처럼 오아시스도 11번가를 인수한 뒤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11번가는 2018년 출범 이후 한 번을 제외하고는 줄곧 적자의 길을 걸어왔다. 당장 지난해만 살펴봐도 영업손실 1,258억원, 순손실 1,313억원으로 오아시스의 영업이익 규모 127억원을 압도한다. 특히 지난해는 이잉잉여금이 바닥나고 698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