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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일본식 직장인 모델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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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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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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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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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적 직장인 모델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사회로 진입
노동력의 구조적 변화 탓, 서구식 유연성 높은 모델로 진화 중
기업들도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 노동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후 일본의 경제 부흥을 지탱했던 노동 모델이 급격히 쇠퇴 중이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찾던 이싱적인 노동자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직해 장시간 일하고 퇴근 후에도 직장 동료들과 회식 등을 통해 교류를 이어나가겠다는, 즉 직장이 곧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실상 회사가 가족인 이념 속에 고용주와 평생을 함께 같이 하는 구조로, 봉건시대 영주와 가신, 무사와 하층 농민들 간의 관계와 유사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구직자들이 더 이상 평생직장을 찾지 않게 됐고, 기업들도 시대 변화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당시 노동자는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고, 사무실에서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가정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구직자들은 더 이상 결혼에 적극적이지도 않을뿐더러 퇴근 후에는 개인적인 삶을 원하는 것이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다.

Going back to work in Japan
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의 전통적인 인사 관리 시스템 붕괴 중, 노동력 감소가 주원인

일본의 인적 자원 관리 구조는 평생 고용 및 연공서열 기반 임금 같은 보완적이고 자기 강화적인 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일본식 인사관리 시스템은 전후 고성장기에 제도화됐고, 기업들은 당시 넘쳐났던 유동성 덕분에 넉넉한 급여와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가정이 외벌이로 운영 가능했고, 부부 간의 가정 내 업무 분장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평생 고용이 사실상 보장됐기 때문에, 암묵적인 계약에 묶여 직장인들은 충성심과 근면함을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구조로 노동 시장이 균형을 찾았다.

그러나 버블 경제가 망가지던 1990년대 초반부터 고용주-노동자 간의 관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기업들의 붕괴로 평생직장 개념이 흔들린 것이 주원인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노동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원인이 됐다. 실제로 일본 인구는 단계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특히 청년층 노동력은 더욱 빠르게 감소 중이다. 기업들 역시 더 이상 일본 남성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일하고 있고, 전통적인 주부 이미지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일본 가정 대부분에서 배우자 모두 최소한 시간제 근로를 한다. 전업주부는 더 이상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남성들이 가사노동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졌다.

근로자들의 취향과 선호도 급격하게 바뀌는 중이다. 평생 고용은 물론, 반대급부였던 충성심과 근면함도 함께 사라지는 중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생 고용을 희망하는 청년층 비율은 2014년 35%였다가 2024년에는 21%로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근무 장소의 유연성에 대한 요구가 더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량 유입, 일본 전통식 인사 관리 문화와 충돌 일어나

최근 들어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격한 증가도 인사 관리 문화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문화권 출신들인 만큼, 과거의 이상과 양립할 수 없는 다양한 직업 규범, 가치 및 기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의 가속화도 전통적 인사 관리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신입 사원이 회사 최하위 계층으로 입사해 내부에서 교육과 승진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기술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부 인력 교육에 대한 한계가 드러났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확보해야 했고, 인력의 잦은 이직이 충성심, 정체성 등에 대한 오랜 가정을 무너뜨리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일본 기업들이 과거의 전통적인 근로자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조직의 관성 때문으로, 실제 사회적 규범은 하룻밤 만에 바뀌긴 어렵다. 특히 일본 기업과 일본 문화는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일본 문화는 사람들이 정해진 규범에 동화, 순응하기를 원하는 사회적 압박 위주로 돌아가지, 차이를 포용하는 데는 인색하다. 고용주도 다양한 노동력에 적응하려는 노력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대신, 근로자들이 회사에 적응하기를 원한다.

여전히 경직적인 기업들 많아, 변화 동력 저해 중

게다가 여성 고용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기업들은 남성과 같은 시간만큼 노동력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원격 근무가 일시적으로 확대되면서 노동 시간의 유연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게 늘었으나, 많은 고용주들이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면서 원격 근무는 사라지는 추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 시장 진입도 언어적 장벽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2022년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 유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아, 전체 구직자 중 30% 내외만이 일본에서 구직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조사에서는 일본 기업의 75%가 외국인에게 일본어 능력시험 1급 혹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조사 결과 외국인 구직자 중 약 37%만이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기업이 일본어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 나머지 많은 재능 있는 인력을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통 일본 고용 모델을 계속 고집하는 기업들의 노동 시장 경쟁력에 의문을 품는다. 설령 일본식 인사 관리 모델이 전 세계로 확대된다고 해도 일본의 매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되려 일본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경영개발원(IMD)의 세계 인재 순위에 따르면 일본의 인재 개발, 유치, 유지 역량은 전 세계 64개국 중 43위에 불과했다. 결국 근로자들의 취향, 생활 방식,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에 맞춰야 기업들도 성장할 수 있다.

원문은 일본 리서치 연구소(Japan Research Institute)의 오키나 유리 연구원이 작성했습니다. 폴리시 이코노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s jobs market on the way to modernisa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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