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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몰락에 불법 사금융 횡행,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사채 시장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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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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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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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채 늪에 빠진 서민들, 처벌도 대부분 '솜방망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출 문 닫은 대부업체들, 불법 사채 이용 규모만 늘었다
등록 요건 강화 등 법안 발의됐지만, "급격한 제재는 오히려 부작용 불러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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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민들이 불법 사채 시장의 늪에 빠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이후 정식 대부업체들이 개점휴업이 들어가면서 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은 편이란 점도 문제다. 이에 최근 정치권에선 대부업체의 등록 요건을 대폭 상향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상 고착화된 불법 사금융 시장을 급격히 제재하려 하면 부작용이 터져 나올 수 있단 것이다.

불법 사채 피해 확대, 구제도 어려워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6,784건에 달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상반기 기준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2030세대의 피해가 컸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발간한 '금융소외의 현장 불법 사채로 내몰린 사람들'에 실린 불법 사채 피해 상담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2030세대였다. 사례집에는 주식과 코인 투자를 빚을 진 30대 공무원과 회사원이 불법 사채에 빠진 사연, 50만원이 당장 필요해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채업자에게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을 넘긴 20대 청년 등의 사례가 담겼다. 말 그대로 '잘 모르고' 불법 사채에 발을 들인 사회 초년생들이 그만큼 많단 것이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건이 재판에 넘겨져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탓이다. 현행법상 미등록 대부업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 정도다. 게다가 재판 현장을 보면 실형을 받는 경우 자체도 드물다. 2019∼2022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가운데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9.1%에 불과했다. 대법원이 공개한 대부업법 위반 형사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유죄판결이 내려진 건은 14건에 그쳤다.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3건이었고, 또 여기서 2건은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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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20%로 인하, 대부업체 '줄폐업'

불법 사채 문제가 점차 심화하는 건 정식 대부업체가 줄폐업을 이룬 영향이 크다. 앞서 정치권은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0%로 인하한 바 있다. 금융소외계층의 대출 창구를 넓히겠단 취지였지만, 막상 대부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대출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금리 상한선이 낮아진 만큼 대부업체 입장에선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12조5,14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조755억원 감소했다. 전년(15조8,678억원)과 비교하면 3조3,532억원이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불법 사채 이용 규모는 대폭 상승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2017년 불법 사채 규모는 6조8,000억원 정도였으나 2022년엔 10조4,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불법 사금융 이용자 수도 2017년 52만 명에서 2022년 82만 명으로 증가세를 이뤘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불법 사금융 시장을 찾은 저신용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24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오히려 저신용자들을 불법 사채 시장에 몰아넣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법정 최고금리를 오히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정 최고금리를 현 20%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사금융업자의 이자율 최고 한도를 연 6%까지 낮추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법안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채 근절 나선 정치권, '대부업법 개정안' 발의

최근 들어선 대부업체 등록 요건 및 불법 사채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대부업 등록 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30배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부업자가 최고 이자율(20%)을 넘는 대부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자 전부를 제외할 수 있게 하고, 불법 사채업자에 대해선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 중개 플랫폼에 대한 불법 사채업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시장에선 "일본처럼 불법 사채 피해가 근절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불법 사채 피해가 심각했으나 2006년 대부업 관련 법 개정을 시작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대부업체 설립 요건으로 순자산 5,000만 엔(약 4억3,500만원) 이상을 내거는가 하면, 3년 이상 대출 업무 경력과 자격시험 통과 요건 등을 갖추도록 강제한 것이다. 해당 규제가 발효된 이후 올해 기준 일본 내 불법 사채 사건은 20년 전 대비 7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강력한 규제로 불법 사채 문제를 관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부업법 개정안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납입'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현행 대부업법 자본 요건은 법인은 자기자본, 개인은 순자산액이 기준으로, 부채는 자기자본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일부 법인들 사이에선 처음 등록할 때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와 자본 요건을 맞추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가장 납입을 차단하고 재무적으로 부실한 업체들이 대부업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금액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 요건 기준을 일본처럼 ‘순자산액’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은 현재 한국의 여건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부업체의 몰락과 불법 사채 시장의 성장이 이미 오랜 시간 방치돼 온 탓에 사실상 '고착화'됐단 이유에서다. 등록 요건을 급격히 상향하면 오히려 불법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점진적인 상향을 이뤄 나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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