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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매각 추진한 리치빔, 2,000억 M&A 빅딜 결국 결렬
1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79.28, 미래 불확실성이 인수에 걸림돌
가격 경쟁력 무기 삼았지만, 배달·주문 시장선 제 역량 발휘 못 해
SG프라이빗에쿼티(PE)의 프랜차이즈 '피자나라치킨공주' 운영사 리치빔 인수가 무산됐다. 물가 상승에 따라 외식경기지수가 하락한 점, 배달 플랫폼이 외식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점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리치빔-SG PE M&A 협상 결렬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G PE와 리치빔의 인수합병(M&A)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거래 조건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리치빔은 1999년 피자·치킨 프랜차이즈 피자나라치킨공주 브랜드를 설립한 23년 업력의 중견 외식기업이다. 리치빔 외식 브랜드인 피자나라치킨공주는 올해 들어 가맹점 500호점을 돌파하는 등 치킨 브랜드 가운데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남양우 대표가 지분 91.5%로 최대 주주로 있으며, 나머지 8.5%는 기타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리치빔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29억원, 180억원이며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는 2,000억원 수준이다.
리치빔은 3년 전부터 별도의 자문사 없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왔다. 외식 업황이 경기 침체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경쟁 심화로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아서다. 리치빔은 그간 재무적투자자(IF), 전략적투자자(SI) 등 원매자와 접촉했지만 무산을 반복하다가 올해 들어 SG PE를 유력 매수 후보자로 확보하면서 거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SG PE는 리치빔 최대 주주인 남양우 대표이사의 지분 91.3%를 약 2,000억원가량에 인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 상승에 얼어붙은 외식 경기
시장에선 외식 경기가 얼어붙은 점을 인수 결렬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4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9.28로 집계됐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수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업종별로 봐도 한식·중식·피자 및 유사 음식점·치킨·김밥·비알코올 음료업점 등 경기지수가 모두 100 이하로 부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특히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대비 가장 높은 지수 하락 폭을 나타냈다. 경쟁 심화, 물가 상승 및 높은 가격 상승률 등이 지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외식산업경기 전망 지수는 87.34다. 외식산업 경기가 1분기 대비 크게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 셈이지만, 실제 경기지수 회복이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높은 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 지연, 외식업 경영주 비용 부담 증가 등 하방 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보고서 역시 "더운 날씨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 요인이 있지만, 경기지수가 회복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배달 플랫폼 영향력 확대, 가격 경쟁력 높이기 어려워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배달 플랫폼이 차지하는 지분이 커진 것도 인수 불발의 원인으로 꼽는다. 가격 경쟁력을 주 무기로 활용하던 피자나라치킨공주의 특성상 배달 플랫폼과 이익을 나눠야 하는 배달·주문 시장에선 피자나라치킨공주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단 것이다.
외식 업계에 대한 배달 플랫폼의 '갑질'이 이어지고 있단 점도 피자나라치킨공주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앞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3사는 일제히 '배달비 무료'를 선언한 바 있다. 경쟁이 과열된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격한 고객 유인 정책을 펴내기 시작한 셈이다.
문제는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비 등 비용 부담을 외식 자영업자들에 전가했단 점이다. 외식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달 경쟁은 정률제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다. 정률제는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떼 가는 시스템으로, 외식업주들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 부담을 지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부담은 커지는데 자영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파이는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라는 게 외식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측에 배달비 부담을 돌릴 수도 없다. 소비자에게 높은 배달비를 부과하면 주문이 대폭 줄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달비가 타 매장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리뷰 별점 테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피자나라치킨공주 등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