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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부진 속 꾸준한 판매량 증가
중남미 등 주력 시장 경제 회복에 실적 호조
중저가폰 이어 프리미엄폰으로 영향력 확대
샤오미가 삼성전자에 이어 월간 판매량 세계 2위에 올랐다. 애플은 샤오미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고 삼성전자는 1위를 수성했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스마트폰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전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데다 샤오미가 '레드미'를 앞세워 판매량을 끌어올린 영향이 맞물린 결과다.
꾸준한 성장세, 올해 상반기 판매량 22% 급증
2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월간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샤오미가 월간 판매량을 기준으로 2위에 오른 것은 2021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애플은 계절적 요인으로 판매량이 하락하며 2위에서 3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고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삼성전자는 1위를 유지했다.
애플은 통상 9월에 신제품을 내놓는 만큼 전달인 8월에는 연중 판매량이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다. 올해도 아이폰16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계절적 침체를 겪은 영향이 크다. 이에 반해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샤오미 역시 계절적 요인의 영향으로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이 하락했지만, 중남미 등에서의 프로모션 전략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시장 대비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샤오미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공급망의 문제를 겪었으나, 상품과 판매, 유통 전략을 수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최근 1년간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나 급증하며 유일하게 점유율을 늘렸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5%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가격 경쟁력 갖춘 중저가폰으로 신흥시장 공략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성공 배경으로 가격대별 플래그십 모델을 구축하는 간결한 제품 전략을 꼽는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폰과 보급형폰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지역과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맞춤형 마케팅과 제품을 출시해 기존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20만~30만원대 저가형 스마트폰의 매출이 꾸준한 성장하는 가운데 샤오미가 최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한다. 2분기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은 판매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하면서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37%의 비중을 차지했다.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각각 1위,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와 3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이렇게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폰 시장의 강자로 등극한 샤오미는 나아가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샤오미는 인도, 라틴아메리카,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MENA)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는데 해당 지역 대부분이 지난해부터 경제가 회복하면서 중저가폰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지역은 중남미로 2분기 샤오미의 중남미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애국 소비의 열풍 속에 자국 업체들과의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고 중저가폰의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신흥시장에서도 최근 고가의 스마트폰 매출이 증가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AI 기능을 포함한 '샤오미14 울트라'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 데 이어 7월에는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믹스 폴드4'와 '믹스 플립'을 공개했는데 폴드4는 접었을 때 두께가 9.47㎜로 삼성의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6'보다 얇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애플과 삼성전자의 유사 제품을 내놓으며 쫓아오는 입장이던 샤오미가 중저가 보급형 모델에 이어 프리미엄 모델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애플은 물론 1위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일본에서는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3위에 올랐다. 2분기 샤오미의 일본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한 데 반해 삼성전자는 출하량이 39% 급감하며 5위에 그쳤다.
아이폰16, 사전 주문 13% 감소하며 저조한 실적
반면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6이 저조한 사전 판매 실적을 보이면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티에프(TF)인터내셔널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16 시리즈의 사전 주문 판매량이 약 3,700만 대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전 주문 시작 이후 첫 주말까지 포함한 지난 13~15일 실적으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5의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13%가량 적다.
특히 고가 모델인 프로 시리즈의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것이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올해 공개된 애플의 자체 AI 시스템으로, 완성된 버전은 내년에나 아이폰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애플의 부진은 이미 올해 초부터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2%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절반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부진이 실적 하락의 원인이 됐다. 이 기간 아이폰 매출은 459억6,000만 달러(약 61조원)로 10% 이상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판매량이 19.1% 급감한 영향이다. 애플은 이어진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선전했지만, 아이폰의 매출 감소와 중국 시장에서 부진은 여전했다.
1위 삼성전자는 AI·폴더블폰 시장 수성에 주력
한편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수성한 삼성전자는 AI폰과 폴더블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최초 AI폰'으로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폴드·플립6 시리즈에도 갤럭시AI를 적용하면서 AI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연말까지 2억 대의 갤럭시 모바일 기기에 AI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중국에 무서운 속도로 추격당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의 점유율 1위는 화웨이(35%)로 삼성전자(23%)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폴더블폰 점유율 1위를 내준 것이다. 최근에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성과를 보이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삼단 폴더플폰도 중국에서 나왔다. 지난 10일 출시한 화웨이의 트리플폴드폰 '메이트XT'는 4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임에도 자국 기업의 신기술을 사용하려는 내수 소비만으로 500만 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양쪽으로 조여오는 경쟁 상대에 맞서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간격을 점점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1분기 갤럭시 S시리즈, 3분기 갤럭시 Z시리즈를 선보이며 1년에 두 번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했지만, 올해는 10월 중 플래그십 모델과 준플래그십 모델을 한 가지씩 더 추가할 예정이다. 전작인 갤럭시 S23 FE가 지난해 12월에 출시됐던 것과 비교하면 일정이 약 두 달 앞당겨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