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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가’ 83만원으로 올리나, 승자 없는 ‘머니게임’으로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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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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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MBK·영풍 공개매수가격 83만원, 조건도 동일
종료 시점만 달라, 기간 연장으로 ‘치킨게임’ 될 가능성↑
연합 '적대적 이사회 리스크' 부각, 고려아연도 '재무 리스크'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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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격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최 회장이 이번 주 추가로 공개매수가를 높일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로서는 기간, 물량, 세금 등에 있어 MBK 연합 측이 유리한 판세여서 최 회장 측이 다시 ‘레이즈’를 하지 않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양측의 부담과 압박감 역시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가격 인상 및 물량 25% 확대 유력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의 작은아버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 상향을 결정한다. 고려아연 이사회 역시 이번 주 중에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인상 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 정정 공시를 하면 10일 뒤로 기한이 연장된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일 주당 3만원에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를, 4일부터는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주당 83만원에 시작했다. MBK 역시 당초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4일 영풍정밀(주당 3만원)과 고려아연(주당 83만원) 모두 공개매수가 2차 상향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양측 모두 최소 매입 물량을 없애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것이다.

고려아연 의결권 1.85%를 갖고 있어 숨은 ‘키'로 통하는 영풍정밀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만큼 양쪽의 베팅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4일 영풍정밀 종가는 공개매수가인 3만원을 훌쩍 넘은 3만1,850원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됐다. MBK가 영풍정밀 유통 물량 전체인 보통주 684만801주(43.43%)를 확보할 계획이라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가 인상과 함께 목표 물량 25%(393만7,500주)를 더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고려아연에 대해서는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탈과 연합해 최대 18%(자사주 15.5%, 베인캐피탈 2.5%)로 MBK(최대 302만4,881주, 14.61%)보다 물량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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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개매수가면 'MBK 연합'이 우위

다만 시장에서는 똑같은 공개매수가격이면 영풍·MBK 연합이 100% 이길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 시점은 오는 14일이고 4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한 고려아연의 종료 시점은 23일이다. 고려아연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에게는 똑같은 가격인 만큼 먼저 종료되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확실하게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사법 리스크다. MBK 연합은 최 회장 등을 상대로 2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막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비싸게 매입하는 건 배임 소지가 큰 데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배당가능이익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판결은 이르면 18일께 나올 예정으로, 이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되기 전이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중단된다. 주주로선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마다하고 굳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고려아연의 러브콜을 받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마지막 변수는 세금이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배당소득세를, 일반 공개매수를 받아들이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미국 투자자의 경우 조세협약에 따라 자국 상장사에 투자하는 배당세는 16.5%지만 양도세는 0%다. 싱가포르도 배당세 15%, 양도세 0%다. MBK 연합 측 제안이 훨씬 매력적이란 의미다. 단 국내 기관투자가의 경우 똑같이 법인세가 부과되는 만큼 차이는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고려아연이 ‘쩐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넉넉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고려아연 측에 주식을 팔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는 한 고려아연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80만원대 후반 또는 90만원 안팎까지 공개매수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자금은 넉넉한 편이다. 고려아연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최대 4조7,7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단순 계산으론 공개매수가를 125만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 이는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매입할 수 있는 최대 주식(372만6,591주)을 고려아연이 동원 가능한 자금으로 계산한 값이다.

고려아연은 내부 자금,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차입금, 하나은행·SC제일은행 등과 맺은 단기차입금 약정 한도 계약, 재무적투자자(FI) 베인캐피탈 현금 등으로 실탄을 마련했다. 다만 설비 투자와 운영 자금을 감안할 때 모든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시장에선 현실적으로 올릴 수 있는 최대치를 100만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MBK 연합의 자금 동원력도 만만치 않은 만큼 고려아연이 더는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올리지 않고 ‘백기투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실탄 먼저 마르는 쪽이 진다", '치킨 게임'으로 비화

이런 가운데 산업권에서는 양측의 다툼이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내년 3월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13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들을 대신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것이 공개매수 만큼이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는 이번 공개매수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양측 모두 현재 이사회 구성원을 당장 해임하기는 어려운 영향이 크다. 이사의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상으로 의결권 3분의 2(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최 회장 측과 MBK 연합이 각각 33.3%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에 어느 한 쪽에서 상대방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66.7% 이상 지분을 매집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내부에서도 우호적인 이사가 적은 MBK 연합이 쩐의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장기간 비우호적인 이사회 인물들과 함께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하는 '적과의 동침'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3월 우호적인 이사 5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킨다 하더라도 비우호적인 인물들이 과반수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추가적으로 이사 7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사보타주(태업) 리스크 등이 상존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최 회장 측이 승리한다 해도 문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가 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승자의 저주'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단기차입금 3조1,000억원 조달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1조4,107억원에 불과했던 차입금 규모는 4조5,0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한 이후 약속처럼 100% 이를 소각한다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36.5%에서 94.4%로 크게 악화된다. 여기에 단기차입금의 급증으로 금융(이자)비용도 크게 늘어나 수익성에 대한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98억원 수준이었던 고려아연의 금융비용은 최근 7% 고금리 회사채 등을 발행한 결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5,334억원에서 올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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