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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불가피”, 종전 협상 앞두고 러시아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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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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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영토 20% 러시아에 점령
현재 전선 동결 및 비무장지대 조성 유력
북한군 포함 5만 명, 우크라 점령지 탈환 나서

러·우 전쟁의 종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 일부를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유럽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영토 회복보다는 안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종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은 한층 심화하는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국민 32% “영토 양보 찬성”

1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럽 내 우크라이나 동맹국 가운데 일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전·현직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관 10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해당 보도에서 외교관들은 유럽 내 대부분 동맹국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갖고 있지만, 안보를 위한 영토 양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라드 아르도 전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는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이같은 방안이 러시아의 무력행사에 대한 보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외교관도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방안은 이제 확실히 소수 의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크림반도의 경우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이후 불법적으로 병합했지만, 일부 친러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여전히 명목상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선을 동결하거나 경계선을 긋는 행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그간 영토 회복 없이는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던 우크라이나 당국자들도 최근에는 안보 보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영토는 극도로 중요한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자국민들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로만 코스텐코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 및 정보위원장은 “우리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공식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휴전 협상은 보장책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도 영토 양보를 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 영토 양보를 원한다고 밝힌 우크라이나 국민은 32%에 달했다. 이는 전쟁 초반보다 약 3배 늘어난 수치다. 2022년 5월 진행된 조사에서 영토 포기에 찬성한 사람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포괄적인 영토 양보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지역 포기는 수용할 만한지 묻는 질문에는 약 46%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1월 8일(현지 시각) 기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붉은색)/출처=영국 국방부

트럼프 전 대통령 등판 가능성↑

이처럼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종전안이 지지를 얻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과도 연관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일부 영토를 넘기는 방안이 주로 거론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차지한 현재 전선을 그대로 동결해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최소 20년간 NATO 가입을 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인수위원회에 제안했다. 이는 NATO의 확장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예민하게 반응해 온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내용이다.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구상안에 대한 보도를 두고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미국이 서둘러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현재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파괴하든지, 현실을 깨닫고 협상을 시작하든지 선택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NATO 가입만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해 온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구상안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일부 국가 리더들이 20년간 푸틴과 공조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짚으며 “오직 압박만이 그를 제재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의 보다 강력한 지원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에 굴복하고 양보하는 것은 유럽 전체의 자살 행위와도 같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이다.

빼앗으려는 러시아 vs. 지키려는 우크라이나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은 한층 격렬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종전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 전에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이다. 먼저 우크라이나는 드론 등 첨단 무기를 이용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1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오전 약 3시간 동안 자국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드론 약 70대를 파괴했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서 러시아 모스크바와 툴라, 브랸스크, 칼루가, 쿠르스크 지역 등 6곳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이날 파괴된 드론 70대 중 34대는 모스크바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모스크바에 가해진 가장 큰 드론 공격으로, 이 과정에서 최소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도 드론 공격으로 맞불을 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SNS를 통해 “러시아가 전날 밤 우크라이나를 향해 145대의 샤헤드와 기타 공격용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어떠한 야간 공격보다 많은 수치”라고 강조하며 서방 동맹국들의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이 가운데 62대를 격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키며 총력전에 불을 지폈다. 외신에 의하면 러시아는 북한군에게 기관총과 저격총, 대전차 미사일 등을 제공한 후 포병 사격, 기본 보병 전술, 참호전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북한군 일부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진지를 겨냥한 전면 공격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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