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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에 미사일 사용 허가, '러·우크라 전쟁' 확전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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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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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자국군 방어에 미국산 미사일 사용될 것"
북한군 참전에 추가 파병 차단 위한 조치로 해석
러 “미사일 허용 사실이라면 새로운 긴장 초래”

미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조처로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조치로 미국이 제공한 미사일은 북한군을 타격하는 데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러시아 측이 서방 국가를 겨냥해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긴장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혀,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 쿠르스크 탈환전 대응에 미국산 미사일 투입 전망

1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 등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거리가 짧은 구형 에이태큼스 미사일만 공급하다 올해 4월부터 신형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해당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영토 공격은 금지해 왔다.

NYT는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은 러시아가 북한군 1만 명이 포함한 5만 병력으로 쿠르스크 탈환전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 조치"라며 "북한군도 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은 쿠르스크에 투입된 러시아군과 북한군에 맞서 자국군을 방어하는 데 우선 사용되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지역에서 사용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점령한 자국의 서쪽 영토 쿠르스크의 일부 지역을 되찾기 위한 대규모 작전에 착수한 상태다.

임기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이 중대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북한군 참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 행정부 안에서도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가를 치르게 해 추가 파병을 막을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신문 르피가로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도 양국이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프랑스명 스칼프)'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게 허가했다.

푸틴 "서방국들, 러시아와 전쟁 벌이겠다는 의미"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질적으로 새로운 긴장 국면에 돌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 상원 국제문제위원회의 제1부위원장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도 "미국의 결정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 방송 R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미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이 분쟁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에게 가해질 위협에 기반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美 미사일 사용 허용으로 전세 바꾸기는 어려울 듯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뒤 시작되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제이디(J. 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국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종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를 계속 점령할 수 있다면 러시아군에 빼앗긴 자국의 동부 및 동남부 영토와 교환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전쟁의 전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17일에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약 120발, 드론 약 90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적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시설이었다"며 "공습과 파편 낙하로 인해 이들 시설이 손상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는 전력 시설 손상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력망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피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측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규모 공격을 가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산업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필수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을 집중적으로 파괴해 왔다. 지난 8월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2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감행해 에너지 기반 시설에 타격을 입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9기 중 2기만이 최대 용량으로 전력을 생산 중이다.

특히 러시아는 쿠르스크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영내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교통 요지 폴타우아를 공격해 영내 공격으로는 최대 피해를 입혔다. 폴타우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철도가 지나는 요충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수도 키이우 남동쪽 350㎞ 떨어진 폴타우아에서 러시아 탄도미사일 2대가 군사훈련소와 인근의 병원을 공격해 41명이 숨지고, 18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단일 공격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사상자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전력 피해 규모 등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복구 능력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eue Zürcher Zeitung, NZZ)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발전 용량이 전쟁 전과 비교해 3분의 2가량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재건협의회에 따르면 2022년 2월에서 2023년 12월까지 발생한 피해액에 대한 복구 수요는 약 4,860억 달러(약 680조2,500억원)로 현재까지 전쟁이 지속되면서 복구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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