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국장 엑소더스에 칼 빼든 정부, 무늬만 상장사 퇴출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정부·거래소, '느림보 상폐' 철퇴
올해만 상장사 72곳 '위험 선상'
내년 시행되면 50곳 상폐 가능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2년 연속 감사 의견 부적정(의견 거절, 한정 포함)을 받은 상장사를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해도 이의신청 등을 통해 거래 정지까지 최대 20개월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조건 충족 시 즉각 퇴출되는 것이다.

정부, 개선기회 없이 퇴출 추진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거래소는 감사 의견 부적정이 나온 상장사가 다음 해 감사 의견도 정상에 못 미칠 경우 개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조만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제도 개선에 나선다.

감사 의견 부적정에는 재무제표에서 일부 왜곡이 발견될 때 회계법인이 기업에 부여하는 ‘한정’과 감사 의견조차 내기 힘들 정도의 왜곡 시 받는 ‘의견 거절’이 포함된다. 이는 모두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이 경우 상장사들은 이의신청을 통해 1년 이내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했을 때 평균 거래 정지 기간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20개월, 코스닥 상장사는 19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거래소는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실적 요건도 강화할 계획이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50억원, 코스닥 시장은 40억원이지만 이를 각각 300억원, 1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출액은 각각 50억원, 30억원에서 두 배 이상 상향할 방침이다.

퇴출 제대로 안돼 韓 증시 신뢰 추락

정부와 거래소가 칼을 빼 든 데는 퇴출 절차 개선 없이는 증시 선진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한국 증시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올해 감사 의견 거절과 한정을 받은 상장사는 코스피는 16개(21일 기준), 코스닥은 56개로 총 72개사다. 2022년 43개, 2023년 52개였음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또 감사 의견 부적정을 받아 상장폐지된 기업 수는 2022년 11개, 2023년 7개, 올해 4개(21일 기준)로 감소한 반면, 감사 의견 부적정을 받은 상장사는 같은 기간 43개→52개→72개로 급증했다.

그간 상장에 비해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증시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한국 증시는 주요 국가 대비 시가총액은 낮은 반면 상장사 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이는 미국 나스닥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나스닥은 시가총액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25배 정도 크지만 상장 기업 수는 고작 2.5배 수준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증시의 경우 매년 100개 기업이 상장하는 반면 퇴출 기업은 10개도 안 된다”며 “전체 상장사 중 20%가 적자인데 증시 퇴출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좀비기업을 빨리 퇴출해 주식시장을 건전화시켜야 신규 자금 투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 멈춰달라", 16개 그룹 긴급성명

다만 재계에서는 증시 선진화를 위해서는 현재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 추진부터 멈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국내 16개 그룹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발표한 데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상법상 이사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에 재개는 한국 증시의 ‘나 홀로’ 하락세 속에서 각 기업이 밸류업(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상법 개정으로 접근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총주주’로 확대하면 소송 리스크가 크고 오히려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성명에 참여한 한 대기업 사장은 “소액주주 보호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상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을 도입하게 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 노출되고 중장기 의사 결정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사장도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경기가 모두 악화되고 있고, 이것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며 “주가를 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기업 경쟁력을 올리는 것인데 상법 개정안은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낮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법적으로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일률적으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