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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은 옛말' 금감원, 10월까지 2030 퇴사자 최고치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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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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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030세대 이탈 현상 가속화
급여·휴가·재취업제한 등 불만 토로
“조직 컨설팅 결과 투명히 공개해야”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껏해야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금감원의 20대와 30대 퇴사자 수는 두 자릿수로 뛰어올랐고 올해는 앞자리수도 갈아치운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연말이 아닌 10월까지의 20~30대 퇴사자 수가 이미 지난해 전체 퇴사자 수를 넘겼다.

MZ직원들 탈출 러시에 고강도 처방

29일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금감원 연령대별 의원면직(자발적 퇴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20대와 30대 퇴사자 수는 각각 8명, 14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의 20~30대 퇴사자 수를 살펴보면 △2019년 7명 △2020년 7명 △2021년 6명 △2022년 13명 △2023년 17명 △2024년 22명(10월 말 기준)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5~2020년 만 5년 차 이하의 퇴사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점과 상반된다. 또한 전체 부서(82개)의 45%(37개)에서 정원보다 현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의 심각성은 금감원도 파악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올해 2월 외부 컨설팅 계획을 세웠고, 지난 4월에서 6월까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를 통해 조직 진단 컨설팅을 받았다. 해당 컨설팅 사업을 위해 예산도 5억원이나 책정했다.금감원이 조직진단 관련 외부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들은 연내 발표한다던 컨설팅 결과를 올해가 다 가도록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외부에 공개된 정보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서였다. 자료에 따르면 딜로이트는 인사와 문화 관련해 제도를 개선할 것을 조언했다. 이를 위해 직무조사 등을 통한 △효율적 인력 관리 △조직문화 협의체 구성 △업무 디지털화 및 워크 다이어트(Work Diet)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워크 다이어트는 중복 업무 삭제, 비효율 업무 축소 등을 의미하는 말로, 금감원 소관 외 업무까지 늘어났다는 내부 불만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사진=금융감독원

부동산 PF 부실, 홍콩ELS 사태 등 '업무량 과다'

컨설팅 결과와 같이 금감원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퇴사 이유로, 높은 업무 강도와 업무량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등이 지적돼 왔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가계부채 관리 등으로 업무량이 더욱 많았다. 지난 7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감원이 가상자산거래소 등을 관리 감독하는 업무도 추가됐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에서 야근은 당연한 일이 됐다. 자주 야근을 하다 보니 직원들의 수당 신청도 잦았는데, 시간 외 수당 예산은 상반기에 벌써 바닥을 보였다. 이에 금감원은 9월부터 수당 대신 휴가로 대체해 받을 것을 공지했지만 직원들은 “업무가 많아 단체로 야근까지 하는데, 어떻게 혼자서 휴가를 내고 쉴 수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결국 이복현 금감원장까지 나서 다음 달 마지막 2주간은 연차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정체된 연봉도 불만 사항 중 하나다. 금융권, 대기업, 회계법인의 처우가 최근 5년 사이 크게 개선돼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금감원의 평균 연봉은 △2019년 1억517만원 △2020년 1억657만원 △2021년 1억673만원 △2022년 1억1,006만원 수준으로, 4년간 약 4.5% 증가에 그쳤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는 “이직이 잦은 데는 연봉이나 처우가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최근 대형 회계법인의 급여가 많이 올랐다”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4급 이상의 직급을 달면 퇴직 이후 3년간 금융사 취업도 불가능해 저연차 직원들은 일찌감치 ‘플랜B’를 만들어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블라인드 금감원 사내 게시판에서도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작성자는 “조직 컨설팅은 이 원장 잔여 임기 동안 직원들 입막음 수단일 뿐, 면피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업무 강도 대비 낮은 급여도 문제고, 예전만큼 회사 간판에 연연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는 가치관 변화도 퇴사자가 느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란 명목으로 인력관리구조 보완 없이 직원 보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원내 비노동 인구만 증가시켰다”며 “직원 이탈이 가속화하는데 조직의 장이 입만 꾹 닫고 있다. 소관 아닌 업무로 본인 대외 인기 관리할 게 아니라 직원 처우나 신경 쓰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직원들 “변화 없어도 컨설팅 결과 직접 듣고 싶다”

이에 금감원도 인건비를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금감원은 예산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에 일찍이 인건비 예산을 추가 책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이 예산을 느슨하게 관리해 온 탓”이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인건비는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 등 다른 예산보다 엄격히 통제받는 항목인 데다 시간 외 수당의 경우 금전이 아닌 휴가 등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어 대체 가능하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은 당장 조직 개편이나 변화를 바라지 않으니, 거금을 들인 컨설팅 내용이라도 직접 공유받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당장 연봉 인상 체계를 손볼 수 없는 것은 직원들도 모두 알고 있으니 컨설팅 결과를 직접 듣고 재택근무 등 가능한 부분이라도 시도해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기획조정국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는 실행을 위해 추가 검토 중에 있으며, 필요에 따라 과제별로 실행단계 등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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