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출혈 경쟁 지쳤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수주 경쟁 '실종'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정비사업장 31곳 시공사 선정
여의도 한양·도곡 개포한신, 두 곳만 경쟁
건축비 오르고 조합 하이엔드 요구도 부담

올해 시공사를 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30여 곳 중 2곳만 경쟁입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다수의 사업장은 수의계약으로, 한 곳의 건설사(컨소시엄 포함)와 시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인건비 등 건축비가 상승하고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31곳 중 2군데만 경쟁입찰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시공사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30곳이다. 오는 2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용산 산호아파트를 포함하면 올해 총 31곳의 사업장이 시공사를 정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 중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정한 곳은 2개 사업장뿐이다. 지난 3월 23일 현대건설은 포스코이앤씨를 제치고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2번지 일대에 연면적 29만522㎡, 지하 5층~지상 56층, 4개 동, 공동주택 956세대 등을 짓는 사업이다.

8월 31일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한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사업도 경쟁입찰에 성공한 사업장으로, 두산건설과 경쟁해 DL이앤씨가 시공권을 가져왔다. 지하 3층~지상 35층, 7개 동, 816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DL이앤씨는 단지명을 ‘아크로 도곡’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나머지 정비사업장은 모두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강남 지역인 신반포 한신12차 재건축 조합이 6월 1일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신반포 한신27차 재건축 조합도 6월 15일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또 신반포 한신16차(7월 6일‧대우건설, 잠실 우성4차(7월 6일‧DL이앤씨), 개포주공5단지(8월 31일‧대우건설), 송파삼환가락(9월 28일‧GS건설, 신반포 한신2차(12월 1일‧현대건설) 등도 줄줄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정했다.

비강남권에서는 2,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조차 경쟁입찰에 실패하고 있다. 노량진 1구역 재개발은 4월 27일 총회에서 수의계약으로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정했다. 총공사비 1조926억원을 들여 동작구 노량진동 278-2번지 일원 13만2,187㎡ 부지에 지하 4층~지상 33층 규모 아파트 2,992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신축하는 대규모 사업장이지만 경쟁입찰에 실패했다.

또 마천동 283번지 인근 노후 주택가가 최고 25층, 20개 동 2,321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마천3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달 GS건설을 수의계약을 거쳐 시공사로 정했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9개 구역 중 한 곳인 가재울7구역 재개발 조합은 7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1차례 유찰된 후 2차 입찰에선 1차 입찰 당시 3.3㎡당 770만원이던 예정 공사비를 843만5,000원으로 올렸다. 이후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공동으로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 급등 등 수익성 확보 어려워 경쟁입찰 회피

이처럼 경쟁이 사라지고 수의계약이 늘어난 데는 인건비·건설자재 비용 증가와 고금리로 인한 부담으로 사업수주에 신중해진 영향이 크다. 실제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된 탓에 완공되더라도 일반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게다가 인건비와 자잿값이 크게 올라 공사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예전처럼 재건축 아파트를 시공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단 의미다. 이에 '눈치보기' 또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단독 입찰을 통해 최대한 조합과의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어 좋은 계약 조건을 만들어 내려는 게 요즘 추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 당시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건설업 상황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출혈 경쟁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며 “공사비·인건비가 크게 치솟은 상황에서 한 건설사로 대세가 기울었다면 피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저도 사업성·수익성이 보장되는 지역인 경우"라며 "무리한 입찰조건과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수주검토를 제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착·담합 공정성 문제 불거질 수도

지난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혈전을 펼칠 정도로 입찰 경쟁이 뜨거웠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며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도 건설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수의계약은 사업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못 된다. 경쟁입찰에 비해 수의계약은 사업시행자보다는 시공자가 유리한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의 경우 건설사들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층수나 용적률 상향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설치 등 사업시행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건설사의 이익은 최소화하면서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제안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이런 제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합에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건설사가 제시하는 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등 정비사업 주도권이 건설사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경쟁이 사라지면 유착·담합 등 일말의 공정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는 우려가 커진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1 week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