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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통행료 낮추든지 미국에 반환하라” 트럼프, 파나마에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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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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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가능성 언급
운하 1달러에 넘겼는데 중국만 좋은 일 시켜
파나마 대통령 “단 1㎡도 줄 수 없다” 반박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올린 사진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년 전 이양한 파나마 운하(Panama Canal) 소유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파나마 정부가 운하의 통행료를 높이고 중국과의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내달 취임을 앞두고 적대국뿐 아니라 전통적인 우호국까지 도발해 향후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파나마 운하 통행료 인하 압박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 계열 정치 행사 ‘아메리카 페스트 2024(America Fest 2024)’에서 파나마 정부가 미국 해군과 기업 등에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터무니 없이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곳에서도 바가지를 쓰고 있는데 파나마 운하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파나마 운하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반환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나마 관리들은 이런 점을 유념하라”고 경고했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너무 비싸니 과거에 관리했던 운하를 되찾아오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에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통해) 부과하는 수수료는 터무니없다"며 "우리나라에 대한 이런 완전한 '바가지'(rip-off)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동안 관대함을 베풀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우리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같은 날 호세 라울 물리노(Jose Raul Mulino) 파나마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의 일부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노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문제 삼은 통행료가 과도하지 않으며 운영 비용과 시장 상황에 따라 투명하게 정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운하는 파나마가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 유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파나마의 영토 주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트럼프 당선인은 다음날인 22일 트루스소셜에 다시 “두고 보면 알 것(We’ll see about that)”이라고 응수하며, 수로(水路) 이미지와 성조기를 합성한 사진 위에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he United States Canal)”고 띄우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사진=파나마 운하청(ACP)

대형 선박 1척 통행료, 최대 7.2억원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데는 이 운하가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파나마 영토 82㎞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주요 통항로다.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행하며,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3∼4%가 이곳을 통과한다. 파나마 운하청(ACP)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은 1억5,706만 톤의 화물을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됐다. 압도적인 1위 규모로, 2위 중국(4,504만 톤), 3위 일본(3,373만 톤), 4위 한국(1,966만 톤) 선적 물동량을 합한 것보다 1.5배 이상 많다.

이는 미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선박 크기와 운반하는 화물량에 따라 통행료가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대형 선박은 최대 50만 달러(약 7억2,600만원)까지 부과된다. 이에 더해 파나마 운하청은 통항권 경매 제도를 도입해 하루 두 차례 급행권을 경매에 붙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무려 400만 달러(약 58억1,300만원)에 낙찰된 선박도 등장했다. 이처럼 매년 통행료가 오르고 있지만 운하 입구는 비싼 값을 내더라도 순서를 기다리는 대형 선박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통하지 않고 수에즈 운하 등 경유 루트를 이용할 경우 수십 일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파나마 운하의 혼란으로 인해 공급망에 압력이 가해져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내년 정식 출범 예정인 미국 정부효율부(DOGE)도 엑스 계정에 “최근 파나마 운하로 인해 미국 납세자들이 157억 달러(약 22조8,1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의 움직임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는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나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파나마가 관리해야 하는 곳"이라며 "운하가 나쁜 자들의 수중(the wrong hands)에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파나마 정부와 수교를 맺고 파나마 운하 인근 양쪽의 항구를 장악한 중국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뒷마당’이자 중남미 교두보인 파나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운하 통행료 문제를 명분 삼아 파나마 정부의 중국 밀착 움직임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진=파나마 운하청(ACP)

장기간 가뭄에 파나마 국민 식수원도 반토막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에 관대함을 베풀었다는 주장은 파나마 운하의 건설 역사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평가다. 파나마 운하는 당초 프랑스가 건설을 시도했으나 기술적 문제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공사 중 사망자가 늘어나자 1889년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미국이 1903년 ‘파나마-미국 조약(헤이-부나우바리야 조약)’을 통해 사업을 넘겨받아 운하의 대부분을 건설, 1914년 개통했다.

조약에 따라 미국은 지난 1914년부터 1977년까지 운하 및 주변 영토를 계속 관리했지만, 파나마 정부가 운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 갈등이 불거졌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1977년 당시 지미 카터(Jimmy Carter)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단돈 1달러에 넘겨주는 조약에 서명하는 결정을 내리며 봉합됐고, 이를 계기로 운하의 소유 및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로 넘어갔다.

다만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가 바가지 수준이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파나마 운하는 현재 장기간의 가뭄으로 인해 가툰 호수의 수위가 낮아져 수문에 물을 채울 수 없는 형편이다. 파나마 운하의 최고 지점과 가툰 호수의 표고 차는 30m에 달하는데, 대형 선박이 물을 채운 관문에서 수위를 오르내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2억 리터에 달하는 담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파나마는 73년 만에 최악을 가뭄을 맞이하면서 파나마 운하 도크와 파나마 인구 절반에 식수를 제공하는 저수지 수량이 반토막 났다. 게다가 극심한 가뭄에 따른 운행 선박 제한으로 파나마 재정수입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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