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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자민당 연합, 총선 과반수 획득 실패 ‘소수 여당 정부’ 출범으로 개선된 ‘민주 정치 시스템’ 기대 ‘출산율’, ‘성씨 사용’ 등 긴급한 현안 해결도 필수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1994년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한 것은 일본 정치사에서 중대한 사건에 속한다. 소수 여당 정부가 탄생함으로써 일본 정치가 포용과 대화, 투명성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새롭게 변모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변화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여성 정치인의 급증으로 ‘출산율 감소’ 및 ‘성씨 사용 문제’ 등 긴급하지만 해묵은 현안들이 보다 진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민당 연합, 과반수 의석 획득 실패
올해 일본 정치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비자금 스캔들과 오르지 않는 임금, 치솟는 물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자민당의 지지 기반을 흔들었다.
지난 9월 27일 이시바 시게루(Shigeru Ishiba) 전 사무총장은 결선 투표를 거쳐 자민당 총재의 자리에 올랐다. 당선 직후 이시바의 각오는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선언은 10월 9일 중의원을 해산하며 되풀이된다. 그러나 뒤이어 열린 10월 총선에서 자민당-공명당 연합은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하며 치명타를 맞는다. 이시바는 자리를 보전했지만 새로 구성된 소수 여당 정부는 일본 정국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넣게 된 것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집권 연합의 패배 원인으로 정책 실패와 스캔들의 여파를 지목했지만, 집권당의 선거 문구들이 일본의 장기적 생존이 달린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유권자들의 당면한 이해에만 집중한 영향도 컸다. 실제로도 2012년 이후 인구, 성, 교육, 에너지, 안보 등 일본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현안들은 국회 토론을 거치기보다는 자민당 주도 위원회를 통해 비밀리에 결정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소수 여당 정부, 야당과의 대화와 협력 절실
하지만 소수당 정부로의 전환은 전통적인 일본 정치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1994년 현재의 선거 제도를 도입한 이후 자민당이 주도하는 정부는 언제나 다수당의 지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 평론가는 소수당 정권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지만, 오히려 소수자의 의견이 폭넓게 조명되는, 포용과 협조에 기반한 정치 방식이 자리 잡을 기회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이제 새로운 정치 구도하에서 야당은 예산 위원회를 포함한 핵심 위원회의 리더 자리를 맡게 되는데 이는 반대당이나 집권당이나 국회에 대한 신뢰와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7개의 상설 위원회 위원장 자리 중 7개가 야당 몫이 된 상황에서 정부는 투명하고 협력적인 정책 수립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최다 여성 국회의원 배출 성과도
지난 10월 총선은 여성의 정치 참여라는 면에서도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전체 후보 중 23.4%에 해당하며 역대 최다인 314명의 여성 후보 중 73명이 당선돼 전체 국회 의원 중 15.7%를 차지함으로써 지난 2021년 총선의 9.7%를 크게 앞질렀다. 높아진 경쟁률 속에서 각 정당이 다양한 후보자를 내세우기 위해 노력했음을 반증하는 기록이다.
자민당 주도의 일본 정치사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구조적 장벽은 높았다. 대부분의 여성 당선자들은 현직이거나 재선으로 처음 정계 진출을 시도하는 여성 후보들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남성 후보들과 불리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성평등 관련 개혁에 보수적 입장을 위해 온 자민당조차 이번 총선에서는 여성 후보자 비율을 지난 총선에 비해 6% 이상 늘어난 16.1%로 올려 변화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자민당의 변화는 전체의 22.4%를 여성 후보로 내세운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영향도 컸다.
여야 협력 정상화 통해 ‘민주 정당 시스템’으로 이행해야
정치판 경쟁 구도의 심화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다 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의 표를 얻으려 노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가오는 국회 회기에서 예상되는 핵심 쟁점으로는 출산율 감소, 부부의 기존 성씨 사용 문제, 국방 예산, 개헌 등이 꼽히는데, 자민당 내부에서는 성씨 사용 논의가 교착 상태로 알려졌지만 바뀐 정치 구도 때문에 민법 조항을 재검토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결국 소수당 정부가 입법과 예산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은 일본을 새로운 정치 협력의 시대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여야 협력의 정상화는 또한 야당의 입법 전략과 정책 역량의 개선으로 이어져 일본 정치가 견고한 ‘민주 정당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여야 간 형성된 새로운 힘의 균형은 국회 안에 그간 볼 수 없었던 긴장감과 절박함을 감돌게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기회를 살려 신중하고 미래 지향적인 태도로 토론에 참여해 그간 처리하지 못한 논쟁적 이슈들을 해결하고 일본의 장기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야스오 타카오(Yasuo Takao)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fragile balance of power in Tokyo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