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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發 경기 침체 막지 못해, 내수 부진 더 심화 GDP 디플레이터,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中 정부, 성장 달성 위해 내년 600조 특별국채 발행
중국의 소비 진작을 위한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 지연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0억 위안(약 60조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프로그램이 연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많은 소비자가 내년 더 큰 혜택을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는 양상이다.
더 강력한 인센티브 기대하며 지갑 닫은 中 소비자들
2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가전제품 보상판매 제도는 TV나 냉장고 구매 시 제품당 2,000위안(약 4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문신보에 따르면 중국의 소매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 5.3%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의 소매지출은 각각 14.8%, 13.5% 감소했다.
일본 전자기업 샤프의 마타 오 상하이 영업 담당자는 "현재 인센티브도 좋지만, 많은 소비자가 2025년에 더 관대한 혜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냉장고 구매를 계획 중인 한 상하이 시민도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갇혀있는 만큼, 당국이 더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놓을 것"이라며 구매를 미루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중국 정부가 2025년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웨이 허 애널리스트는 "정책 당국이 내년 더 많은 재정·통화 부양책을 제공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은 소비자들의 관망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이 소매가의 20% 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면 고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쏟아낸 정책이 되려 디플레이션 심화를 부추기는 형세다.
中 정부, 내년 더 큰 부양책 예고
실제 중국 당국은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해 올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예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먼저 중국 정부는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를 앞두고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따른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 같은 규모로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특별 국채의 수익은 보조금을 통한 소비 진작, 기업의 설비 업그레이드, 혁신을 주도하는 첨단 분야에 대한 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장기 특별 국채를 통해 조달될 약 1조3,000억 위안(약 262조원)은 주로 소비 진작에 지원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소비자가 오래된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팔고 새 제품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과 기업이 대규모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또 철도, 공항, 농장 건설 같은 국가 전략과 주요 지역의 안보 역량 구축 프로젝트도 이 국채를 통해 지원할 주요 프로그램으로 설정됐다.
내년에 계획된 국채 수익의 또 다른 큰 부분은 중국 정부가 ‘새로운 생산력’으로 부르는 첨단 제조업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새로운 생산력’은 전기 자동차, 로봇,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일컫는다. 이 프로젝트에 1조 위안이 넘게 지원된다. 나머지 국채 수익금은 대형 국립은행의 재자본화에 사용된다. 중국의 여러 은행들이 마진 감소, 수익 감소, 부실채권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조 위안(약 605조원)의 국고채는 2023년 중국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에도 국채 발행으로 총 1조5,500억 위안을 조달했다. 이는 당시 중국 GDP의 5.7%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고위 관리들은 지난 11~12일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CEWC)에서 2025년 경제 방향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는 내년에 경제성장 목표 5%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 적자를 GDP의 4%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중국 디플레이션 악순환
문제는 중국 가계가 임금 하락으로 씀씀이를 줄이거나 물가 하락을 예상해 소비를 뒤로 미루면, 기업들은 매출 감소 속에 투자를 줄이고 임금 삭감이나 해고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신인사이트그룹 등의 자료를 보면 전기차 제조업체나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의 지난달 기준 직원 초봉은 2022년 고점 대비 10%가량 줄어들었다. 창장상학원이 3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인건비 증가세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약했고, 38개 주요 도시의 2분기 평균 채용 급여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두고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 년' 시기에 볼 수 있었던 사이클"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의 둔화 추세는 최근 경제지표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2분기부터 6개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1~11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0.4%나 하락했다. 신규주택 가격은 17개월째 하락세다.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022년 4월 상하이 봉쇄 충격으로 113.2에서 86.7로 급락한 이후 올해 10월(85.7)에는 더 낮아졌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형세다. 탕둬둬 중국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소 주임은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의 직접 원인은 가계 소비·기업 투자 부족에 따른 내수 부진”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처음 겪는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도 둔화에 영향을 주면서 중국 거시경제 거버넌스가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에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시장이다. 특히 국채금리의 경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중국과 여전히 고금리인 미국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3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로 중국의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4.05%)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12월 기준 미국 기준금리는 4.5%인 반면 중국 LPR 1년물은 3.1%로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은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해 금리 격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금리가 중국보다 높아지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이는 금융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