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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기밀 자료 받은 MBK, 비밀유지계약 종료 후 M&A 시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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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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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투자 명목 기밀 검토, 실제 투자는 없어
비밀유지계약 종료 뒤 경영권 확보 나서
"기밀자료 인수계획 활용 여부 의구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에 대해 기습 공개매수전을 벌이며 인수합병(M&A)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과거 고려아연의 신사업 관련 내부자료들을 넘겨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 신사업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비밀유지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을 두고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BK, 2년 전 고려아연 내부 자료 받아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주력하던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투자 유치를 위해 MBK와 접촉했다. 이때 MBK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세부 사업 자료를 넘겨 받아 재무적 투자 여부를 검토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이차전지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사업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022년 취임 후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주력해 왔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 관련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 내부 기밀 자료를 넘겨받으며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신사업 세부 내용 전부를 비밀로 하고, 자료를 다른 곳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비밀유지계약서에는 비공개 매수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간 맺었던 비밀유지계약은 지난 5월로 종료됐다. 그리고 약 3개월 후인 9월 중순 MBK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 계획을 기습적으로 밝혔다. 특히 MBK는 공개매수 하루 전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에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이나 풋옵션(매수청구권) 등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을 포함돼 있었다.

불과 3개월여 만에 이 같은 조건의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투자업계에선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유효할 때부터 영풍과 적대적 M&A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MBK는 그 동안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 문제를 줄곧 문제 삼아왔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지난달 13일 “처음부터 이 싸움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적대적인 기습공격을 준비했던 측과 순진하게 사업 성장만을 고심했던 회사의 싸움이었다”며 “기업사냥 전문가와 50년을 비철금속 제련에만 집중하며 외길에 쏟아부은 한 회사의 싸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MBK·영풍 연합 vs. 최윤범 회장 간 여론전 심화

업계 일각에서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려아연 측이 여론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양측은 각자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후에도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을 자기편으로 돌리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영풍 측에서 최 회장 측이 시도했다가 철회된 유상증자 건을 다시 한번 꼬집은 것도 여론전의 일환이다. 최씨 일가가 지난 수년간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받아왔으면서 정작 경영권 분쟁에서는 회삿돈과 차입금을 동원했다는 주장이다. 또 최 회장의 보수 상승률,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의 퇴직금 지급률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5일 MBK·영풍 연합의 허위공시 의혹을 부각한 바 있다. 최근 강성두 영풍 사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MBK와 설립 중인 펀드가 10년(운영)을 확약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실제 공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서다. 이에 영풍 측은 매체의 기사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자, 단기 매각도 가능한 것이냐는 새로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운명의 3주’, 이달 19일 주주명부 폐쇄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측이 MBK·영풍 연합이 요청한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지분 확보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르면 3일께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잡은 임시 주총일은 내년 1월 23일로, 이 경우 이달 19일 또는 23일경 주주명부가 폐쇄된다.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3주가량 남은 셈이다.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인 것은 의장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만약 법원이 영풍 측의 소집 요구를 인용한다면 개최 시기는 비슷하더라도 의장 역할이 MBK·영풍 연합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25일 90만3,000원에서 같은 달 29일 118만원으로 일주일 새 30.67%나 급등했다. 임시 주총 개최 결정이 임박해 옴에 따라 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 측의 지분 매입 경쟁이 예상된 영향이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MBK 83만원, 고려아연 89만원)를 훌쩍 넘는 100만원대에 매수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졌지만 남은 3주간 추가 지분 매입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영풍·MBK의 지분율은 39.83%, 최 회장 측은 17.18%이다. 최 회장의 우호 세력 지분을 모두 더해도 약 34%로 MBK에 5% 포인트 정도 뒤처진다. 실탄이 충분한 MBK는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적은 양을 꾸준히 매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 측도 장내 매입 경쟁에 본격 나섰다. 최 회장의 모친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최씨 일가는 최근 260억원을 투입해 추가로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였다. 고려아연 지분 1.92%를 들고 있는 영풍정밀도 지난달 28일 최대 400억원어치(2만5,000주 안팎) 주식을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확실한 백기사가 등장하지 않는 한,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분명한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0.8%) 등 우호 세력 일부가 지분을 처분했고, 아직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추가로 우호군 일부가 지분을 팔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지난 10월 설립한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기존에 보유한 1.41% 자사주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지난 10월 주주 명부 폐쇄일 직전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분 매입 기대감으로 당분간 우상향 가능성은 높지만,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등에 따른 변동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시 주총 개최일이 결정되면서 양측의 의결권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위탁운용사가 보유한 상당 물량을 처분하는 등 약 절반가량을 매도해 현재는 3~4%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때처럼 중립을 지킨다면 MBK 측이 상당히 유리해진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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