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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제동 3개월 내 미정정 시 유상증자 전면 무산 ‘3,000억’ 제이오 인수 자금 마련 어쩌나
금융감독원이 ‘올빼미 공시’ 등의 논란을 빚었던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두산과 고려아연의 유증에 제동을 걸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증 대금의 상당수를 제이오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 저해"
3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이수페타시스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공시를 통해 “이수페타시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또는 증권신고서 중 중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표시가 있거나 기재·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수페타시스의 유증 청약일과 신주 발행 일정 등이 연기될 수 있다. 또 이수페타시스가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증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수페타시스는 앞서 5,500억원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발표했다. 신주 2,010만3,080주를 1주당 2만7,350원에 발행하기로 했다. 기존 주주에게 먼저 신주를 배정한 뒤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실무근이라더니 '기습 공시'
문제는 이수페타시스가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3,000억원을 탄소 신소재를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 제이오 인수에 사용하기로 한 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제이오의 사업과 이수페타시스의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를 두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같은 그룹사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대신 이수페타시스가 인수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빼미 공시 논란도 불거졌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달 8일 유증 계획을 정규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도 끝난 뒤에 냈다. 모든 거래를 마무리한 금요일 저녁에 공시를 진행했다. 이는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소액주주 A씨는 “이수페타시스는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우수 기업을 선발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도 편입된 종목”이라며 “항간에 떠돌던 찌라시보다 증권사의 리포트와 관련 기사를 더 신뢰해 주식을 팔지 않고 기다렸지만 이게 믿음에 대한 보답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임시 주총 개최를 위한 주주 제안 마지노선인 3%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소액주주 측은 3%의 지분이 확보되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제안해 유증과 제이오 지분 인수 철회를 주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 소통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제이오 사업성에 의문도
금융 투자업계에서는 이수페타시스의 피인수 기업인 제이오의 사업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제이오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인 만큼 반도체 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이수페타시스와 무관하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현재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장기 공급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차전지 특수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가 향후 반도체 펠리클(보호 박막)·항공 등 응용처가 확대될 잠재력이 가시화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라며 “제이오의 올해 실적은 영업 손실을 겨우 면할 수준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조달 자본이 5,5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제이오 인수를 위한 3,000억 원은 확정된 상수기 때문에 이는 곧 MLB 시설 투자 금액 축소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간 연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 모두 단기 차익에 치중할 가능성이 커 경영진의 필요한 의사 결정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