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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증가폭, 5개월 만에 1조원대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 높아진 영향 '풍선 효과' 우려 커진 제2금융권, 대출 속도 조절 착수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이 4조원대로 축소됐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조이며 전반적인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진 결과다. 다만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풍선 효과'의 영향으로 시중은행권 증가폭을 웃도는 양상이다.
가계대출 증가세 꺾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원대 중반가량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이 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올해 6월(4조2,000억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 8월에 9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1개월 만에 정점을 기록한 뒤 9월(5조2,000억원), 10월(6조6,000억원) 들어 증가폭이 둔화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견인한 것은 시중은행이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733조3,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조2,576억원 증가한 수치다. 앞서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 7월 7조1,660억원, 8월 9조6,259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던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월 5조6,029억원으로 둔화한 데 이어 10월에는 1조원대로 급감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급감한 것은 최근 이들 은행이 비대면 대출 취급을 줄이는 등 '대출 조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수신담보대출(예금담보대출·청약저축담보대출 등)과 상생대환대출(신한저축은행→신한은행)을 제외한 모든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월 말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초에는 비대면 주담대·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중단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15일부터 올원직장인대출 등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4개 판매를 제한하고 나섰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달 15일 연말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하나원큐아파트론), 전세자금대출(원큐주택신보전세대출 등), 신용대출(하나원큐신용대출) 등 비대면 전용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은행 대부분이 비대면 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게 됐다.
제2금융권도 '규제 동참'
반면 제2금융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시중은행권 증가폭을 웃도는 수준이자, 2021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중·저 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2금융권에 쏠리며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2금융권이 자체적인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이 같은 가파른 증가세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초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중단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신규 중도금대출은 금액과 상관없이 전체 건수를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사전 검토한다.
신협 역시 지난달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1주택 이상 보유자의 모기지신용보험(MCI) 보증 대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다주택자가 신협 이외의 금융기관에서 수도권 소재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에 대한 대환대출 취급도 중단했다. 신협은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조합별 가계대출 추이를 상시 점검하면서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와 신협중앙회도 다주택자 대상 대출 상품 취급을 축소하며 상호금융권의 대출 조이기 움직임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