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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견제에 가로막힌 ‘대왕고래 프로젝트’, 산업 차관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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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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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차 시추에 국가 예산 506억원 투입 예정
관련 예산 98% 삭감, 민주당 단독 통과
프로젝트 불확실성에 투자 유치 난항 예상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KOTRA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 참석자들이 탐사시추 승인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는 사태와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데 대한 입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여야는 오는 10일까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탐사시추 지원은 정부의 책무”

박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공격적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예산 삭감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내 석유·가스 탐사시추 실적은 48공에 그치는데, 중국의 경우 4만8,779공으로 1,000배 넘게 앞서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또한 813공으로 우리보다 17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데 이어 이달 1차 시추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1차 시추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 심해에서 진행되며, 국가 예산 506억원과 석유공사 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 예산을 기존 505억5,700만원에서 497억2,000만원으로 98%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3,700만원에 그쳤다.

박 차관은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개발 출자를 지원해 왔음에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며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1차공 탐사시추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이는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뜻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시추선이 10일이면 부산항에 도착하는 만큼 사실상 시추 작업은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조광제도가 개편되지 않아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 또한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재무 상태는 총부채 19조6,000억 원, 자본금은 –1조3,000억 원으로 2020년부터 줄곧 자본잠식 상태다.

동해 심해 가스전 1차 탐사 시추에 투입 예정인 시드릴의 시추선 ‘웨스트카펠라’/사진=시드릴

국가 지원 약한 프로젝트, 협상 조건 불리할 수밖에

이번에 1차 탐사시추 예산의 반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면서 전체 탐사시추 작업 역시 계획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탐사시추란 실제 유전이 존재하는지 기계로 구멍을 파 확인하는 작업으로, 한 공을 뚫는 데 1,000억원 상당의 비용이 투입된다. 탐사시추 성공률이 2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5개 공을 뚫어야 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두 번째 탐사시추부터는 해외 석유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해외 선진 기술을 국내 기업으로 이식하는 등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탐사시추를 통해 유전을 확인한 후에는 평가 시추를 통해 비교적 정확한 추정 매장량인 발견잠재자원량을 계산하게 된다.

그러나 예산 삭감이 확정될 경우 프로젝트 불확실성 우려가 커져 투자 유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우주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해외 기업들과 협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프로젝트가 국가적인 지원을 못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 협상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개 유망구조 시추에 2.5조원 투입 예상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1차 시추에 50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한다고 해도 이후 단계에서 추가 비용 투입이 필수라는 점이다. 유망구조 1개의 석유 개발을 위해선 탐사 시추, 평가 시추, 생산정 시추 등 총 3번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앞서 산업부가 책정한 시추 비용 1,000억원은 3단계 시추 중 1단계인 탐사 시추만을 의미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평가 시추에 약 2,000억원이 투입된다고 예상한 바 있다. 여기에 생산정 시추 비용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유망구조 1개에 대한 3단계 시추 작업에만 대략 5,000억원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7개 유망구조 중 최소 5개의 유망구조에 대한 시추를 계획 중이다. 최대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가 예산 관련 국회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축소해 산출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그간 발표된 ‘1공당 시추 비용 1,000억원’은 전체 시추 비용을 감춘 거짓말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3단계 중 1단계 탐사 시추만을 중심으로 실제 비용을 축소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눈속임으로, 시추가 진행되면 처음 주장과는 다르게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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