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롯데케미칼 위기에 롯데렌탈 매각도 눈길 '깜짝 놀랄' 웃돈 없인 경영권 매각 불투명 결국 시장서 '가격 명분' 가져와야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타이어뱅크가 인수전 참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뱅크는 현재 관계사 AP홀딩스를 통해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추가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타이어뱅크,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 추진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뱅크는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재무 구조와 사업 시너지 효과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타이어뱅크는 업계에서 ‘알짜 회사’로 잘 알려져있으나 자금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있는 여러 지점의 부동산을 직접 보유 중으로, 그중에는 알짜로 평가받는 부동산 자산들도 꽤 있다. 서울 신월점, 종암점이 타이어뱅크 소유 부동산이며 세종시, 인천 청라, 영종도, 경기 부천과 평택, 그 외에 광주, 충남, 전북, 경남 등 전국 각지에도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어뱅크가 소유 중인 부동산은 장부가만 따져도 2,751억원에 달한다. 현재 타이어뱅크 지분은 김정규 회장이 93%를, 부인 조순희씨가 5%를, 세 자녀가 2.01%를 나눠서 들고 있는데 김 회장 개인의 재산만 1조원대에 달한다는 설도 있다.
타이어뱅크는 김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인 AP홀딩스를 통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2대주주는 JC파트너스·소노인터내셔널(22%)인데, AP홀딩스는 내년 5월 이들을 상대로 우선매수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JC 측이 여기에 동의하면 거래가 AP홀딩스가 지분 68%를 확보하게 되지만, 소노 측도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대한 의지가 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JC가 AP홀딩스의 우선매수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이 발동해 JC가 AP홀딩스 지분까지 끌어다 제3자에게 통매각할 수 있게 된다.
사모펀드 어피니티도 적극적
롯데렌탈 매각과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최대주주 등이 외부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글로벌 IB UBS를 주관사로 선임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에 인수된 지 9년 만에 매각이 거론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이다. 롯데렌탈은 1986년 설립된 금호렌터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2010년 KT에 매각돼 KT렌탈이라는 사명을 갖게 됐다. 2015년에는 롯데그룹이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또다시 인수하면서 롯데렌탈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60.63%다. 롯데그룹 측에서 생각하는 롯데렌탈의 전체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의 가격은 약 1조5,000억원인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1조1,4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120%가량 붙인 것이다.
롯데렌탈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 지표에서 선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매력은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롯데렌탈은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10%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전개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냈는지를 따지는 지표로 통한다.
현재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다. 현재 어피니티가 보유한 실탄은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어피니티는 지난 8월 국내 2위 렌터카 업체인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인수했는데, 1위 롯데렌탈까지 인수해 볼트온(Bolt-on·동종 업체들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전언인다.
지분구조상 렌탈 팔아도 케미칼 영향↓
다만 롯데그룹 입장에선 롯데렌탈 매각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롯데그룹 위기의 진원지가 롯데건설이었다면 올해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을 지원하려면 회사와 연관성이 높은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롯데렌탈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롯데렌탈을 팔아 그 자금을 위로 올리고 다시 케미칼로 보내는 사이 세금 등 손실도 많다.
롯데렌탈은 인수 때 롯데그룹이 특히 공을 들였던 회사다. 2015년 롯데렌탈(당시 KT렌탈) 인수전은 유례없이 치열했다. 탈락한 원매자들이 매각 측에 항의하면서 다시 부활하는 사례도 있었다. SK네트웍스, 어피니티 등이 막판까지 자존심 싸움을 벌인 끝에 유일하게 1조원을 넘게 써낸 롯데그룹이 인수자로 결정된 만큼 애착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1년 2조원대 몸값으로 증시에 입성한 롯데렌탈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1,000억원대에 그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측 지분 가치는 7,000억원 수준이다. 이미 더 좋은 가격을 본 데다 반드시 롯데렌탈을 활용할 필요성이 없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성에 차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롯데렌탈 매각 여부는 시장이 명분과 당위성을 만들어 주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즉 팔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의 가격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롯데그룹은 과거 상장 가치 이상의 몸값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롯데렌탈 지분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통상 경영권 거래의 프리미엄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