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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성장 그친 3분기 GDP, 내수 ‘깜짝 분전’에도 건설 부진에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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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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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6.5%↑, 건설투자3.6%↓
건설 착공 저조에 성장률 하방압력
강달러·중국 경기 침체는 변수로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0.1% 성장에 그쳤다. 수출이 0.2% 뒷걸음질 치면서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려했던 내수가 이를 간신히 만회했다. 다만 경기 전반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건설은 여전히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모습이다. 최근 강달러 현상에서 비롯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우리 건설 부진을 지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분기 주춤했지만, 곧바로 상승 전환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국민소득’에 따르면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직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월 한은이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치다. 2분기(-0.2%)보다는 개선됐지만, 지난해 (1분기·0.4%, 2분기·0.6%, 3분기·0.8%, 4분기·0.5%)나 올해 1분기(1.3%)와 비교하면 매우 아쉬운 수준의 증가 폭이다.

세부 항목에서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각각 0.5%, 0.6%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6.5% 늘었다. 또 재고증감은 0.3%, 수입은 1.6%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와 수출은 각 3.6%, 0.2% 감소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전 분기와 동일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수출은 0.2%p, 수입 0.1%p,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1%p 상향 조정됐고, 건설투자는 0.8%p, 설비투자는 0.4%p 하향 조정됐다.

전반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반영하는 종합 물가지수다. ‘GDP 물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4% 증가하면서 실질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2분기에는 1.4% 감소하면서 2021년 3분기(-1.6%) 이후 11개 분기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GNI는 전체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산한 것으로, 실질 구매력을 가늠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성장률 기여도에서는 순수출(수출-수입)이 -0.8%p를 기록했다. 거의 1%포인트 가까이 성장률을 깎아내린 것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내수가 성장률을 0.8%p 끌어올리며 이를 만회했다. 내수 중 세부 항목별 기여도는 △설비투자 0.6%p △민간소비 0.3%p △정부소비 0.1%p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5%p 끌어내렸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3분기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 비IT 품목을 중심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10월 반도체 물량 수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플러스(+) 전환했지만, 지속될지 여부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에는 수출 증가 폭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내수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이 플러스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원가율 악화’ 이중고

전문가들은 건설투자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 건설투자의 역성장은 내수 침체가 깊어지는 신호로 풀이된다.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3.6%로 속보치(-2.8%)보다 0.8%p 감소 폭이 커졌다. 건설투자는 2분기(-1.7%)에도 후퇴하는 등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였고,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도 5.7% 감소해 침체가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측면에서도 건설업은 2분기(-0.6%)에 이어 3분기(-1.4%)에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협회(건기협)가 평가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9월 기준 130.45로 집계돼 5월 이후 다시 고점을 경신했고, 2020년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아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원가율도 크게 악화했다. 원가율이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상 80%를 적정 원가율로 평가한다. 건기협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 건설사가 90% 이상의 원가율로 시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건설 착공이 저조해 한동안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 착공이 줄어들면 고용 및 소비가 일제히 감소하고, 이후 2~3년간 건설기성 지표 또한 악화하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주택 건설 착공은 24만2,188가구로 2022년(38만3,404가구) 대비 36.8% 감소했다. 올해는 1월부터 9월까지 19만4,007가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늘었지만, 여전히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연초 대비 26% 하락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설업 부진의 주범으로 꼽힌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의하면 4일 기준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은 톤(t)당 각 106.45달러, 208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은 올 1월 초 t당 143.95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세에 있다. 현재 가격은 연초 대비 약 26% 하락한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원재료 구매 부담이 줄어들어 생산 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는 기록적인 강달러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원자재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원자재 가격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세금을 인하하고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가치는 높아져 지금과 같은 강달러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기 침체 또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건설 경기 침체로 철강재들의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재고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재고 규모는 지난 5월 기준 16조6,940억 위안(약 3,173조원)에 달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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